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1
민재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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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쇼핑하기, 쇼핑당하기!!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크흑~

정말 가슴 뛰는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밤에 심심해서 집어 들었던 책을 두 시간도 채 안되어 다 읽고 말았다. 내 심장을 쫄깃하게 조였다, 풀었다, 내 기분을 들었다 놨다~ 드라마 다시보기를 보는 듯 생생한 대사들 때문에 TV 없는 방 안이 왠지 시끌시끌했다.

 

TV가 사라지고 침대와 나만 덩그라니 남은 방 안에서 처음 몇 분은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했다. 눈이 아파오고 게임 화면이 어른거려서 내려놓고는 무얼 할까 두리번거리다가 붉은 표지가 매력적인 로맨스 소설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를 집어들었다.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수상작이라~~웬만큼의 인기가 아니고서는 공모전 수상하기가 힘들텐데...그 과정을 뚫고 수상을 했다, 이거지. 그럼 재미는 보장해놓았을 테고...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프롤로그 부분부터 제목에 걸맞는 쇼퍼홀릭의 그녀 차미선 등장이다.

 

쇼윈도 옆에 비치된 심플한 전신 거울에 온몸을 비춰본다. 몸의 라인을 살려주는 적당한 핏의 코발트블루 원피스 덕분에 볼륨감이 넘치고 허벅지부터 드러난 다리가 더욱 날씬하게 보인다. 속살이 비칠 듯 말 듯한 잔꽃무늬 시폰 원피스는 섹시함이 가미된 큐티 스타일로, 지난해와 똑같은 디자인에 올해 컬러만 바꾼 이월 베스트 제품이다. -7

 

초반부터 나의 기를 죽이는 쭉 빠진 몸매의 그녀. 웹소설답게 착착 붙는 요샛말로 책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하더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당당한 성격과 멋진 몸매를 과시하며 쇼핑에 나선다. 가질 수 없는 환상 속의 여자이기에 더욱 쉽게 빠져들고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는 것이 로맨스 소설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나는, 차미선에 심하게 동화되고 있었다. 특히나 로맨스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애 둘 딸린 돌싱녀 캐릭터라니...

한 남자의 반려이자 세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심플하게 소개한 작가 민재경이기에 이런 과감한 캐릭터를 구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갑갑한 감옥과 같았던 시월드와 돈 좀 있다고 유세 떠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게 된 차미선.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친구 연화의 빅사이즈 쇼핑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잘나가는 인생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백화점에서 한정판 트렌치코트를 사려고 사력을 다해 달리다가 모냥 빠지게 , 어디서 만날까 싶은 인생최대의 킹카 앞에서 볼썽사납게 넘어지는데 그 남자가 그녀를 일으켜주고 흩어진 쇼핑백들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세상에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손에는 그녀가 끝내 손에 넣을 수 없었던 트렌치코트가 들어있는 쇼핑백이 들려있는 게 아닌가.

아주 유쾌 발랄하게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녀가 어머니 유여사의 권유로 심리상담센터에 들르게 되면서 그와 재회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돌싱녀의 안면몰수 뻔뻔함이 앞섰는지,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기습뽀뽀를 하고 냅다 줄행랑치는 그녀. 여기까지는 무지무지 달콤발랄한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알아야지, 하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려는 그녀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데이트 신청에다, 두 딸의 자상한 아빠 노릇까지 해내면서 완벽하게 그녀를 감싸오는 핑크빛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만다. 모든 여인의 로망인 피아노 연주를 가미한 프로포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그 남자.

그런데 세상이 온통 달달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 그 남자, 심지훈의 어두운 가족사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생각할 시간은 절대 줄 수 없어! 생각 같은 것 하지 못하게 여태 그렇게 열심히 밀어붙인 거라고!

강한 힘이 실린 어투가 이색적이다. 낯선 그의 모습에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남성적 색채가 물씬 묻어나온다.

“당신에게 생각할 여유를 줬다간 내게서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으니까!”-341

 

 

-1번. 어머니. 2번. 어머니. 3번. 형수님.-394

 

심지훈 인생에 여자는 단 하나, 차미선 하나 뿐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으나, 심지훈의 인생에 있어 여자는 3번까지...

 

안그래도 처지는 프로필에 심지훈의 부모님이 둘의 사이를 반대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그녀에게 찾아온 심지훈의 새어머니.

친엄마의 자살을 눈앞에서 지켜본 자페증 아이였던 심지훈이 오직 그녀를 목표로 하고 나서부터 완전히 바뀌었다며 그녀에게 충고를 해주는데...

 

“3년 전 미선 씨를 만난 이후로 무섭도록 변했죠.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단순히 이걸 기적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그 애는 감정이 없어요. 아니 사실은 슬프고 기쁘고 하는 감정을 전혀 모른다고 봐야 해요. 영특한 머리로 그런 상황을 학습해서 그때마다 반응하는 법을 배운 것뿐이에요. 그게 반복되어 지금은 거의 정상인과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된 거랍니다. ”-466

 

오홋~

갑자기 장르의 대변신이다.

미저리를 능가하는 오싹한 심리서스펜스물이 된 느낌.

 

그녀는 2주간의 휘몰아친 갑작스런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심지훈이 3년 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것이라면?

 

이대로 그들의 사랑이 막을 내릴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막은 드디어 걷히게 될 것인지...

해답은 과거 속에 있는가.

2권에서 이어지는 그들의 3년 전 첫 만남 이야기와 심지훈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면서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이야기.

 

순식간에 읽어갈 수밖에 없는 중독성 있는 로맨스 소설.

너 어디 있다 이제 왔니?

쉬크함을 내세우며 세상과 싸워왔지만 결코 쉬크하지 않았던 그녀, 차미선!

사랑을 쇼핑했지만, 그에게 쇼핑당한 건 아닌지...

쇼핑했느냐, 쇼핑당했느냐.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 너무나 비현실적이면서도 또한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이 소설의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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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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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매화의 향에 깃든 슬픈 사랑 [뱀주인 자리]

 

 

 

오랜만에 록셋의 <it must have been love> CD를 감상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 < Pretty woman> 의 마지막 부분에 흘러나오는 노래이다. 백마 대신에 기다란 리무진에서 꽃다발을 치켜들며 걸어나온 리처드 기어가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 그녀에게 도착하는 길에 흘러나오는 노래. 빰~빰~빠암~ 할 때 내 심장이 박자를 맞춰 두근거리는 묘한 기분. 손끝이 찌르르 해져 온다.

가슴 짠해지는 로맨스를 읽을 때 어김없이 생각나는 노래인데, 정말 오랜만에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뱀주인 자리]!! 분위기에 취하고 향에 취하게 하는 로맨스 소설.

유독 “향”에 대한 묘사가 많은 소설이기도 했다. 뱀파이어가 된 그들이 피의 향기에 유독 굶주려 있음을 반증이라도 하듯...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채 아스라한 잔향을 남기며 스러져 가는 “향”이라는 것은 그림자처럼 영생을 살아야하는 뱀파이어의 운명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젖은 나무의 향기를 닮은 은매화

심연의 기억까지 끌어내는 사향노루의 분비물 향

쌉쌀하게 코끝을 마비시킨 뒤 야릇하게 파고드는 나른한 향기

미모사의 유약함을 닮은 포근한 내음

용연의 자취를 닮은 신비로운 향기

햇볕에 잘 그을린 바닷물의 비릿함

 

온갖 향들의 향연으로도 뱀파이어가 된 그들의 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순 없었다.

그들이 피로 연명해야 하는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지 않는 한...

 

100년 전 우리나라를 휩쓴 무오년 독감으로 많은 이들이 고열에 쓰러졌으나, 신우의 가족 -이엘, (준수), 유민, 승윤은 준비되지 않은 삶을 맞이하게 된다. 단절이 아닌 영원한 삶.

 

뱀주인 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20

 

갑작스레 식어버린 심장, 스쳐가는 피비린내에도 스스럼 없이 갈증이 올라오는 징후. 뱀주인자리의 주인이었던 신우는 뱀파이어가 되었고, 죽어가는 그의 연인 운하를 살릴 단 하나의 방도로 그녀의 더운 피를 빨아들였으나 운하는 처참하게 주검으로 남았다.

운하를 몰래 사랑했던 신우의 쌍둥이 동생 이엘은 운하를 죽인 신우를, 아니, 신우가 운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것으로 신우를 미워하며 100년의 세월을 견뎌오고 있었다.

 

한편, 다섯 살 무렵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발견돼 성당에서 자라게 된 수안은 아홉 살의 크리스마스에 은빛 가면을 쓴 산타로부터 작은 목걸이를 받게 된다.

열다섯 개의 은빛 구슬로 이어진 펜던트는 뱀주인자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산타라 밝힌 그는 갓 뜯어낸 어린 풀내음과 바다 위에 내려앉은 이끼의 체취를 남긴 채 사라졌고, 수안은 그 향기를 찾아 헤매다 지금은 ‘헤라’라는 향수 회사에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바야흐로 13번째 별자리의 향수 “뱀주인 자리”출시 파티를 앞두고 있는데...

 

헤라의 대표 준수는 신우의 가족 중 유일한 인간이며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된 딸 유민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인간 회복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꼭 필요한 것은 ‘천사의 피’.

 

수안의 기억 속 향기인 “뱀주인 자리” 향수를 만들어낸 조향사가 신우임을 알게 된 수안은 자신의 후원자이자 산타인 이엘과 신우가 동일인이 아님을 알고 혼란에 빠지지만 이상하게 차갑고 나쁜 남자 신우에게 마음이 끌린다.

한 여자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쌍둥이의 숙명인가...

100년 전 운하를 두고 마음의 줄다리기를 해온 신우와 이엘 사이로 다시 파고든 여자 수안.

 

이상하죠? 당신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어요. 새까만 정적 속에 수줍은 고백이 서걱거렸다.

신우는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극한의 냉기가 그녀를 감싸왔다. -189

 

왠지 모르게 슬픔의 기운이 감지되어 오는데, 신우와 수안의 힘든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다가가도 자꾸만 밀어내기만 하는 남자 신우. 그러나 둘이 만들어내는 불꽃은 파격적인 정사 씬을 연출해낸다. 꽤 강도 높고 읽는 내내 심장을 오그라들게 하며 이제껏 읽었던 어떤 정사 씬보다 더 과감했던 대목.와우~~

 

슬프도록 아름다운...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슬픈 사랑의 전설 처녀자리를 타고나 뱀파이어를 사랑하게 된 그녀, 수안.

차가운 심장이 그 남자의 가슴을 자꾸만 자꾸만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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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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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속에 자주 나오곤 했던 산신령.

대개 하얀 수염을 구름같이 드리우고 엄숙한 판결의 순간에 나타나는 신령님이다.

주로 신이 깃들만한 명산에 사시며 사람들이 하소연을 하면 약한 마음에 처방을 내려주시기도 하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산에 와서 산을 해하려 하면 나타나 엄벌을 내리시기도 하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착한 나무꾼에게는 금도끼 은도끼를 내려주시고, 욕심 많은 나무꾼에게는 벌을 내린 판결의 제왕 산신령.

 

멀고도 먼 상상 속에만 있을 줄 알았던 신령님이 가깝고도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 속에서...

 

“고개를 아무리 뒤로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아주 높은 산. 그 산에 산봉우리를 감추고 펼쳐진 넓은 구름바다가 있다면 그 위에는 틀림없이 산신령 학교가 있을 거야.” 라는 말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은 몇 십 년 전에 그 산신령 학교 학생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믿거나 말거나...^^)

 

“진짜 이런 게 있어? 정말? ”

놀란 토끼눈을 하고 물어오던 아이는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늙은 할아버지라고만 생각했던 산신령이 학교에 다니는 제 또래의 아이들로 이루어져서 학교에서 뛰어놀고 사고치고 수습하는 이야기니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냐, 말이다.

이 산신령 학교에는 여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 산신령 가문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이 많이 나온 집안에서 태어난 꼬마 산신령 귀선이가 몹시 대접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장군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면서 귀선이의 우두머리 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 머리는 산발을 하고 옷은 홀랑 벗은 채 춤을 추듯 교실을 돌아다니던 벌거숭이 때문에 위신을 떨어뜨리게 된 귀선이는 용감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장군이에게서 “달봉”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거 참 쩨쩨하게! 어째 이름값도 못하냐? 큰 산은 무슨. 하는 짓을 보니 딱 달봉이감이구만!”

“달봉이? 달봉이가 뭐야?”

“뭐긴 뭐야. ‘달랑 봉우리가 하나인 산’을 말하는 거지.”-31

 

 

장군이가 전학 온 날 두레라는 선녀가 전학 왔는데, 두레는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이라고 했다. 나무꾼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에 간 뒤에 태어난 아이라, 두레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이라 아버지가 인간이라는 것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친구들과 지내게 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단군 교장 선생님 밑으로 가장 무섭고 엄한 변신술 선생님이 계시고, 상냥하고 부드럽지만 옳지 않은 일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식물학 선생님이 계신 산신령학교.

산신령 학교의 잔치를 앞두고 온 학교가 술렁술렁하고 있는 즈음에 장군이와 두레라는 전학생이 오게 되고, 벌거숭이 산삼은 온 학교를 휘젓고 다니고...참 시끌벅적하게도 이야기는 시작한다.

 

달봉이와 장군이가 싸우는 꼴을 보다 못한 두레가 시합을 제안하고, 둘은 도깨비와의 씨름 대결을 하게 된다. 달봉이와 장군이는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대결을 하느라 이웃나라까지 가게 되는데,,,무사히 산신령학교의 잔치에 참석할 수 있을지...

 

 

 

변신술을 배워서 변신도 하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에 올라타기도 하는 산신령들.

어떤 장면에서는 가슴을 졸이게 되고, 어떤 장면에서는 호쾌한 소리를 저도 모르게 내지르게 되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펼쳐진다.

한시름 놓았다 싶었더니, 어느새 1권이 끝나 있었다.

장군이와 달봉이는 좀 가까워 졌으려나...2권과 3권이 기다리고 있다니, 얼른 읽고 싶어진다.

아이 뿐 아니라 내 마음도 사로잡은 꼬마 산신령들의 이야기.

색다른 판타지의 세계에서 전래동화 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만의 정서를 간직한 짜릿한 모험 이야기를 만나게 해줄 수 있어서 나름 뿌듯했다. 내가 지은 것도 아니면서^^

먹의 번짐이 살아 있고, 민화풍의 재치가 넘치는 그림들도 참 맘에 든다.

책의 내용과 그림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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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 서른살 워홀러 부부의 호주 일주 여행기
안정숙 지음 / 책구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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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 그림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캥거루들이 두리번거리는 호주의 광활한 땅 위에서 캠핑의 묘미를 즐기는 다정한 부부.

 

잘게 부숴진 유리 가루처럼 잔잔한 별들이 온천지에 내려앉은 달밤에 어깨동무를 해주는 남편에게 기대어 앉아 커다란 머그컵에 가득 담긴 차를 한 모금씩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아내의 뒷모습. 단촐한 살림살이를 실은 캠핑카의 뒷문을 열어 장대나무로 지탱한 뒤 그날의 빨랫거리를 널어두고, 캠핑 카 앞에는 캠핑 중임을 알 수 있게 캠핑용 의자를 한 쌍 벌여두고... 작게 피운 모닥불의 열기에 두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 부부의 주변은 환하게 빛이 나고 유난히 따스할 것만 같다. 게다가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구의 배꼽, 사막 한가운데에 불룩 솟은 경이로움이라는 등 여러 가지의 수식어를 대동하는 “울루루”라면...

 

 

 

 

누가 봐도 배아플 아름다운 풍경이며, 누구나 꿈꾸는 캠핑의 교과서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부가 펴낸 호주 일주 여행기는 표지가 전하는 것만큼 고요하고 잔잔하며 감동적이고 끝까지 부러움의 연속일까?

^^

몇몇, 부러움에 지고 만 호사가들은 단박에 “아닐 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나도 답이 나와 있는 질문에 굳이 입을 열어 대답하기는 싫지만, 답은 뻔할 뻔자, 십중팔구,“NO"인 것으로 결론이 나 있다.

친구, 연인 들이 함께 떠났다가 헤어져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이제는 모두들 공식처럼 외고 있는 말이 바로 그 말 아닌가.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그건 혼자 떠난 여행을 제법 잘 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고, 갓 결혼한 부부가 기껏 몇 박 몇 일의 신혼여행이 아닌, 호주 일주 여행을 떠난다~말을 꺼낸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말은 한결같이 “안 돼.”일 것이 뻔한데...

 

그런데, 그렇기는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떠났다.

그것도 급한 성격에 모든 것을 계획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와 무계획의 결정체인 남자가 만나 기본적으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곳이라며 여행자들에게 찬밥 신세이기 일쑤인 호주로 떠난 것이다.

2009년 2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그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2010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호주를 일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마 평생을 갈지도 모를 인생의 지혜를 얻어 왔다.

 

사실 이 여행은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얻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것, 그와 함께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드러내고, 위로받고, 위로하며 같이 성장하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을 거라고, 난 생각했다. -224

 

 

 

 

물론, 호주라는 여행지가 그들에게 쉽게 "지혜"를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생생한 그들의 육성이 말하길...

 

캠핑 여행자들의 하루는 오로지 태양을 따라 움직였다.

해가 뜨면 일어났고 융단처럼 부드러운 밤하늘에 별들이 촘촘히 박히는 것을 보며 잠이 들었다. '삼일에 한 번 샤워하기' 원칙을 세워놓고 환경운동가라도 된 양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사실 말이 좋아 캠핑이지 차에서 먹고 자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있는 숙소가 아니라, 가능하면 무료 야영장이나 도로변의 공터에서 야영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이기에 더욱 그랬다. 모래사장을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기도 했고, 한 번 달라붙었다 하면 떨어질 줄 모르는 지독한 파리 떼와 40도를 예사로 넘기는 불볕더위와 싸워가며 가스레인지에 밥을 지어먹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고역이었다. -46

 

여행을 떠난 사람을 동경하는 것은 두려움, 망설임을 박차고 나갈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사에 다름 아닐 것이고,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는 것은 그들이 가져온 “여행의 정수”를 다만 한 모금이라도 맛보길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살 워홀러 부부는 심장이 뛰는 일에 뛰어들 준비운동을 하기 위해 호주 일주 여행을 택한 셈이다. 앞으로의 그들의 삶이 더 기대되는 건, 그들이 준비운동을 훌륭히 마치고 빛나는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 한 발 내딛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부럽다. 부러워 미치겠다.

캥거루들처럼 두 손 잡고 점핑한 부부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아, 이 부부는 2013년 가을 전남 화순으로 이주해서 개, 닭, 토끼와 아이를 키우고, 글을 쓰고 책을 기획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때때로 남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첫 아기 임신 출산에 관한 <아기와 나 때때로 남편> 출간 준비 중이란다.

아기는 아들일까? 딸일까?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하면...이 책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341페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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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 좋은날
이림니키 지음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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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지는 일러스트 에세이 [오늘은 운수 좋은 날]

 

어머, 어쩜!

 

내가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빛나는 얼굴과 땀방울이다. 이렇다 할 특기가 없는 나는, 요새 유행하는 다중지능 유형 중에서 어디냐, 대인관계 지능에서 좀 좋은 점수를 얻을까,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하다.

TV에서 장애인들의 음악적 재능을 뽐내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뇌병변, 지체장애, 선천적 질환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임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첼로, 피아노, 성악 등의 분야에서 정상인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담은 내용이었다. 어떤 처지에 놓여 있더라도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는데, 나는...그래, 재능이 없고 흥미가 없는 걸로 치자. 그래야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의 작가는 일러스트가 압권이다. 자신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정말 부러운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나서  연락할 이가 아무도 없고 아무 할 일도 없을 때 흔히 말하는 빽빽이를 채우는 시간이 만든 산물이라고 한다. 책갈피에 끼워진 포스트 카드로 보니 더 예쁘다. -82

빛나는 재능에 더해진 노력까지..아아~ 부럽다.

그런데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웃음이 난다. 세심한 관찰력에 기발한 표현력~

 

수학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리는 이림니키. 모두들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관심도 없고 적응도 안되는 수학과를 굳이 졸업하고 나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그 과정이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과외를 할 때 돈을 만들어준 것도 수학,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삶의 방향을 만들어 준 것도 수학, 하기 싫은 일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야 한다는 인내심과 어려운 수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데 더 이상 뭐가 어렵겠냐 하는 자신감을 선사해준 것도 수학이었다고 한다.

 

삶의 순간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려고 하는 이림니키는 책의 갈피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림과 함께 하는 그녀의 발자취에서 그녀의 꿈이, 열정이 엿보인다.

 

 

 

 

뻬띠양. '장작 따위가 탁탁 튀는, 탄산수 따위가 소리를 내며 거품이 이는'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형용사. 

그녀의 그림일기를 평가한 프랑스어 선생님이 해준 말이라는데, 그녀의 그림과 딱 들어맞는다. 

이림니키를 기분 좋게 하고 그녀에게 힘이 되는 소중한 단어. 

나도 그런 단어 하나, 가지고 싶다. 

 

 

 

이 그림은 무언가를 숨긴 그림이라는데...무엇을 숨긴 걸까?

^^

물고기의 옆줄을 숨긴 것이란다. 

너를 위해 청바지를 준비했어~~

 

두려움은 도전을 포기하게 만드니, 처음부터 내 처지는 생각하지 말 것. 

그렇게 남들은 다들 무모하다고 말리는 프랑스행을 결심하고 실행하고, 돌아와서 멋지게 일러스트 작가가 된 이림니키. 

구어체와 문어체가 완전히 다른,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심감이 충만할 때,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이림니키. 맙소사! 라고 절규했지만, 그녀의 경험들은 생생하게 남아서 그림으로 탄생했다. 

 

수단이 제한될수록 표현은 강해지는 법이니까. 단순한 재료를 쓰면서도 충분히 봐줄만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화려하게 그리거나 다양한 테크닉을 쓸 때, 나의 그림은 집중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림 자체보다도 메시지 표현에 

어 오랜 시간을 들이는 작업 습관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는 재미만이 아니라 오래 생각하고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101 

 

 

기분 좋게, 재미 있게 읽었지만 다시 오늘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이림니키의 일러스트 에세이.

내 서가의 중앙에 꽂아놓아야겠다.

 

 Tip!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의 뜻을 알고 싶으면, [프랑스의 운수 좋은 날]을 제목으로 하는 챕터를 찾아 읽으면 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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