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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1
민재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월
평점 :
사랑
쇼핑하기, 쇼핑당하기!!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크흑~
정말
가슴 뛰는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밤에 심심해서 집어 들었던 책을 두 시간도 채 안되어 다 읽고 말았다. 내 심장을 쫄깃하게 조였다, 풀었다,
내 기분을 들었다 놨다~ 드라마 다시보기를 보는 듯 생생한 대사들 때문에 TV 없는 방 안이 왠지 시끌시끌했다.
TV가
사라지고 침대와 나만 덩그라니 남은 방 안에서 처음 몇 분은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했다. 눈이 아파오고 게임 화면이 어른거려서 내려놓고는 무얼
할까 두리번거리다가 붉은 표지가 매력적인 로맨스 소설 [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를 집어들었다.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수상작이라~~웬만큼의
인기가 아니고서는 공모전 수상하기가 힘들텐데...그 과정을 뚫고 수상을 했다, 이거지. 그럼 재미는 보장해놓았을 테고...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프롤로그
부분부터 제목에 걸맞는 쇼퍼홀릭의 그녀 차미선 등장이다.
쇼윈도
옆에 비치된 심플한 전신 거울에 온몸을 비춰본다. 몸의 라인을 살려주는 적당한 핏의 코발트블루 원피스 덕분에 볼륨감이 넘치고 허벅지부터 드러난
다리가 더욱 날씬하게 보인다. 속살이 비칠 듯 말 듯한 잔꽃무늬 시폰 원피스는 섹시함이 가미된 큐티 스타일로, 지난해와 똑같은 디자인에 올해
컬러만 바꾼 이월 베스트 제품이다. -7
초반부터
나의 기를 죽이는 쭉 빠진 몸매의 그녀. 웹소설답게 착착 붙는 요샛말로 책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하더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당당한
성격과 멋진 몸매를 과시하며 쇼핑에 나선다. 가질 수 없는 환상 속의 여자이기에 더욱 쉽게 빠져들고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는 것이 로맨스 소설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나는, 차미선에 심하게 동화되고 있었다. 특히나 로맨스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애 둘 딸린 돌싱녀
캐릭터라니...
한
남자의 반려이자 세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심플하게 소개한 작가 민재경이기에 이런 과감한 캐릭터를 구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갑갑한
감옥과 같았던 시월드와 돈 좀 있다고 유세 떠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게 된 차미선.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친구 연화의
빅사이즈 쇼핑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잘나가는 인생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백화점에서
한정판 트렌치코트를 사려고 사력을 다해 달리다가 모냥 빠지게 , 어디서 만날까 싶은 인생최대의 킹카 앞에서 볼썽사납게 넘어지는데 그 남자가
그녀를 일으켜주고 흩어진 쇼핑백들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세상에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손에는 그녀가 끝내 손에 넣을 수 없었던
트렌치코트가 들어있는 쇼핑백이 들려있는 게 아닌가.
아주
유쾌 발랄하게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녀가 어머니 유여사의 권유로 심리상담센터에 들르게 되면서 그와 재회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돌싱녀의
안면몰수 뻔뻔함이 앞섰는지,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기습뽀뽀를 하고 냅다 줄행랑치는 그녀. 여기까지는 무지무지 달콤발랄한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알아야지, 하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려는 그녀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데이트 신청에다, 두 딸의 자상한 아빠 노릇까지 해내면서 완벽하게
그녀를 감싸오는 핑크빛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만다. 모든 여인의 로망인 피아노 연주를 가미한 프로포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그 남자.
그런데
세상이 온통 달달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 그 남자, 심지훈의 어두운 가족사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생각할
시간은 절대 줄 수 없어! 생각 같은 것 하지 못하게 여태 그렇게 열심히 밀어붙인 거라고!
강한
힘이 실린 어투가 이색적이다. 낯선 그의 모습에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남성적 색채가 물씬 묻어나온다.
“당신에게
생각할 여유를 줬다간 내게서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으니까!”-341
-1번.
어머니. 2번. 어머니. 3번. 형수님.-394
심지훈
인생에 여자는 단 하나, 차미선 하나 뿐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으나, 심지훈의 인생에 있어 여자는 3번까지...
안그래도
처지는 프로필에 심지훈의 부모님이 둘의 사이를 반대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그녀에게 찾아온 심지훈의 새어머니.
친엄마의
자살을 눈앞에서 지켜본 자페증 아이였던 심지훈이 오직 그녀를 목표로 하고 나서부터 완전히 바뀌었다며 그녀에게 충고를
해주는데...
“3년
전 미선 씨를 만난 이후로 무섭도록 변했죠.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단순히 이걸 기적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그
애는 감정이 없어요. 아니 사실은 슬프고 기쁘고 하는 감정을 전혀 모른다고 봐야 해요. 영특한 머리로 그런 상황을 학습해서 그때마다 반응하는
법을 배운 것뿐이에요. 그게 반복되어 지금은 거의 정상인과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된 거랍니다. ”-466
오홋~
갑자기
장르의 대변신이다.
미저리를
능가하는 오싹한 심리서스펜스물이 된 느낌.
그녀는
2주간의 휘몰아친 갑작스런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심지훈이 3년 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것이라면?
이대로
그들의 사랑이 막을 내릴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막은 드디어 걷히게 될 것인지...
해답은
과거 속에 있는가.
2권에서
이어지는 그들의 3년 전 첫 만남 이야기와 심지훈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면서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이야기.
순식간에
읽어갈 수밖에 없는 중독성 있는 로맨스 소설.
너
어디 있다 이제 왔니?
쉬크함을
내세우며 세상과 싸워왔지만 결코 쉬크하지 않았던 그녀, 차미선!
사랑을
쇼핑했지만, 그에게 쇼핑당한 건 아닌지...
쇼핑했느냐,
쇼핑당했느냐.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 너무나 비현실적이면서도 또한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이 소설의 일등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