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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 서른살 워홀러 부부의 호주 일주 여행기
안정숙 지음 / 책구름 / 2013년 12월
평점 :
책의
표지 그림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캥거루들이
두리번거리는 호주의 광활한 땅 위에서 캠핑의 묘미를 즐기는 다정한 부부.
잘게
부숴진 유리 가루처럼 잔잔한 별들이 온천지에 내려앉은 달밤에 어깨동무를 해주는 남편에게 기대어 앉아 커다란 머그컵에 가득 담긴 차를 한 모금씩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아내의 뒷모습. 단촐한 살림살이를 실은 캠핑카의 뒷문을 열어 장대나무로 지탱한 뒤 그날의 빨랫거리를 널어두고,
캠핑 카 앞에는 캠핑 중임을 알 수 있게 캠핑용 의자를 한 쌍 벌여두고... 작게 피운 모닥불의 열기에 두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 부부의 주변은
환하게 빛이 나고 유난히 따스할 것만 같다. 게다가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구의 배꼽, 사막 한가운데에 불룩 솟은 경이로움이라는 등 여러
가지의 수식어를 대동하는 “울루루”라면...
누가
봐도 배아플 아름다운 풍경이며, 누구나 꿈꾸는 캠핑의 교과서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부가 펴낸 호주 일주 여행기는 표지가 전하는 것만큼 고요하고 잔잔하며 감동적이고 끝까지 부러움의 연속일까?
^^
몇몇,
부러움에 지고 만 호사가들은 단박에 “아닐 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나도
답이 나와 있는 질문에 굳이 입을 열어 대답하기는 싫지만, 답은 뻔할 뻔자, 십중팔구,“NO"인 것으로 결론이 나 있다.
친구,
연인 들이 함께 떠났다가 헤어져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이제는 모두들 공식처럼 외고 있는 말이 바로 그 말 아닌가.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그건 혼자 떠난 여행을 제법 잘 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고, 갓 결혼한 부부가 기껏 몇 박 몇 일의 신혼여행이
아닌, 호주 일주 여행을 떠난다~말을 꺼낸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말은 한결같이 “안 돼.”일 것이 뻔한데...
그런데,
그렇기는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떠났다.
그것도
급한 성격에 모든 것을 계획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와 무계획의 결정체인 남자가 만나 기본적으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곳이라며 여행자들에게 찬밥
신세이기 일쑤인 호주로 떠난 것이다.
2009년
2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그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2010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호주를 일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마 평생을 갈지도 모를 인생의 지혜를 얻어 왔다.
사실 이 여행은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얻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것, 그와
함께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드러내고, 위로받고, 위로하며 같이 성장하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을 거라고, 난 생각했다. -224
물론,
호주라는 여행지가 그들에게 쉽게 "지혜"를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생생한
그들의 육성이 말하길...
캠핑
여행자들의 하루는 오로지 태양을 따라 움직였다.
해가
뜨면 일어났고 융단처럼 부드러운 밤하늘에 별들이 촘촘히 박히는 것을 보며 잠이 들었다. '삼일에 한 번 샤워하기' 원칙을 세워놓고 환경운동가라도
된 양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사실 말이 좋아 캠핑이지 차에서 먹고 자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있는 숙소가
아니라, 가능하면 무료 야영장이나 도로변의 공터에서 야영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이기에 더욱 그랬다. 모래사장을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기도
했고, 한 번 달라붙었다 하면 떨어질 줄 모르는 지독한 파리 떼와 40도를 예사로 넘기는 불볕더위와 싸워가며 가스레인지에 밥을 지어먹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고역이었다. -46
여행을
떠난 사람을 동경하는 것은 두려움, 망설임을 박차고 나갈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사에 다름 아닐 것이고,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는 것은 그들이 가져온 “여행의 정수”를 다만 한 모금이라도 맛보길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살 워홀러 부부는 심장이 뛰는 일에
뛰어들 준비운동을 하기 위해 호주 일주 여행을 택한 셈이다. 앞으로의 그들의 삶이 더 기대되는 건, 그들이 준비운동을 훌륭히 마치고 빛나는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 한 발 내딛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부럽다. 부러워 미치겠다.
캥거루들처럼
두 손 잡고 점핑한 부부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아, 이 부부는 2013년 가을 전남 화순으로 이주해서 개, 닭, 토끼와 아이를 키우고, 글을 쓰고 책을 기획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때때로 남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첫 아기 임신 출산에 관한 <아기와 나 때때로 남편> 출간 준비 중이란다.
아기는 아들일까? 딸일까?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하면...이 책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341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