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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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매화의 향에 깃든 슬픈 사랑 [뱀주인 자리]

 

 

 

오랜만에 록셋의 <it must have been love> CD를 감상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 < Pretty woman> 의 마지막 부분에 흘러나오는 노래이다. 백마 대신에 기다란 리무진에서 꽃다발을 치켜들며 걸어나온 리처드 기어가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 그녀에게 도착하는 길에 흘러나오는 노래. 빰~빰~빠암~ 할 때 내 심장이 박자를 맞춰 두근거리는 묘한 기분. 손끝이 찌르르 해져 온다.

가슴 짠해지는 로맨스를 읽을 때 어김없이 생각나는 노래인데, 정말 오랜만에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뱀주인 자리]!! 분위기에 취하고 향에 취하게 하는 로맨스 소설.

유독 “향”에 대한 묘사가 많은 소설이기도 했다. 뱀파이어가 된 그들이 피의 향기에 유독 굶주려 있음을 반증이라도 하듯...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채 아스라한 잔향을 남기며 스러져 가는 “향”이라는 것은 그림자처럼 영생을 살아야하는 뱀파이어의 운명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젖은 나무의 향기를 닮은 은매화

심연의 기억까지 끌어내는 사향노루의 분비물 향

쌉쌀하게 코끝을 마비시킨 뒤 야릇하게 파고드는 나른한 향기

미모사의 유약함을 닮은 포근한 내음

용연의 자취를 닮은 신비로운 향기

햇볕에 잘 그을린 바닷물의 비릿함

 

온갖 향들의 향연으로도 뱀파이어가 된 그들의 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순 없었다.

그들이 피로 연명해야 하는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지 않는 한...

 

100년 전 우리나라를 휩쓴 무오년 독감으로 많은 이들이 고열에 쓰러졌으나, 신우의 가족 -이엘, (준수), 유민, 승윤은 준비되지 않은 삶을 맞이하게 된다. 단절이 아닌 영원한 삶.

 

뱀주인 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20

 

갑작스레 식어버린 심장, 스쳐가는 피비린내에도 스스럼 없이 갈증이 올라오는 징후. 뱀주인자리의 주인이었던 신우는 뱀파이어가 되었고, 죽어가는 그의 연인 운하를 살릴 단 하나의 방도로 그녀의 더운 피를 빨아들였으나 운하는 처참하게 주검으로 남았다.

운하를 몰래 사랑했던 신우의 쌍둥이 동생 이엘은 운하를 죽인 신우를, 아니, 신우가 운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것으로 신우를 미워하며 100년의 세월을 견뎌오고 있었다.

 

한편, 다섯 살 무렵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발견돼 성당에서 자라게 된 수안은 아홉 살의 크리스마스에 은빛 가면을 쓴 산타로부터 작은 목걸이를 받게 된다.

열다섯 개의 은빛 구슬로 이어진 펜던트는 뱀주인자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산타라 밝힌 그는 갓 뜯어낸 어린 풀내음과 바다 위에 내려앉은 이끼의 체취를 남긴 채 사라졌고, 수안은 그 향기를 찾아 헤매다 지금은 ‘헤라’라는 향수 회사에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바야흐로 13번째 별자리의 향수 “뱀주인 자리”출시 파티를 앞두고 있는데...

 

헤라의 대표 준수는 신우의 가족 중 유일한 인간이며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된 딸 유민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인간 회복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꼭 필요한 것은 ‘천사의 피’.

 

수안의 기억 속 향기인 “뱀주인 자리” 향수를 만들어낸 조향사가 신우임을 알게 된 수안은 자신의 후원자이자 산타인 이엘과 신우가 동일인이 아님을 알고 혼란에 빠지지만 이상하게 차갑고 나쁜 남자 신우에게 마음이 끌린다.

한 여자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쌍둥이의 숙명인가...

100년 전 운하를 두고 마음의 줄다리기를 해온 신우와 이엘 사이로 다시 파고든 여자 수안.

 

이상하죠? 당신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어요. 새까만 정적 속에 수줍은 고백이 서걱거렸다.

신우는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극한의 냉기가 그녀를 감싸왔다. -189

 

왠지 모르게 슬픔의 기운이 감지되어 오는데, 신우와 수안의 힘든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다가가도 자꾸만 밀어내기만 하는 남자 신우. 그러나 둘이 만들어내는 불꽃은 파격적인 정사 씬을 연출해낸다. 꽤 강도 높고 읽는 내내 심장을 오그라들게 하며 이제껏 읽었던 어떤 정사 씬보다 더 과감했던 대목.와우~~

 

슬프도록 아름다운...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슬픈 사랑의 전설 처녀자리를 타고나 뱀파이어를 사랑하게 된 그녀, 수안.

차가운 심장이 그 남자의 가슴을 자꾸만 자꾸만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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