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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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달 [샘터 4월호]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잎새달.

샘터에서 달마다 쓰는 고운 우리말 달 이름은 입 속에 넣고 굴릴 때마다 맑은 향기가 나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딱 맞는 이름을 잘도 찾아냈을까.

“사월”이라고 옛날에는 여자아이의 이름으로도 많이 쓰였는데...그것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마는, 잎새달이라는 이름도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참 좋다.

잎새달, 샘터 표지는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흙이불을 걷어찬 새싹, 하늘을 향해 사지를 활짝 편 청개구리,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 그리고 연아의 아름다운 비상...이 봄..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도약하여라.

 

이제는 정말 길고 길었던 겨울 동안 덮었던 두툼하고 폭신한 이불을 잘 빨아서 탁탁 털어 봄볕에 잘 말린 후, 이불장에 곱게 개어 넣어두고 산뜻한 봄이불을 꺼내야 할 것만 같다. 무겁게 나를 누르던 이불의 무게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느낌으로 봄잠을 맞이하고 싶고, 가벼운 옷을 걸치고 살랑살랑 봄나들이도 떠나고 싶다. 봄을 시샘하듯이 꽃샘추위와 봄비가 한두 차례씩 지나더니...드디어. 봄이 왔다.

 

입학을 하거나 새학기를 맞이했던 아이들도 서서히 새로운 생활의 사이클에 적응해가는 것이 보인다. 이제 겨우내 마음 속에 품었던 묵은 뜻을 덮고 새마음 새뜻을 도도록이 돋우어야겠다.

 

참 마침맞게도 이러한 때 나를 움직인 한 마디 코너에서 만화가 이현세가 귀중하게 여긴다는 글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남들에 비해 큰 약점을 지닌 내가, 남들이 가지 않는 만화의 길을 택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가지 못한 길을 그리워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영원히 싸우는 자유로운 의지이다’라는 단 한 줄의 귀중한 글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이 글귀를 만났고 이후 책상머리에 내내 붙어 있습니다. 최근에 알아보니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의 소설 <장 크리스토프>에 나오는 구절이었습니다. “...전투를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영원한 운명이란 없다. 나는 영원히 싸우는 자유로운 의지이다.” 아아, 대단한 울림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한 운명에 끌려다니며 숨이 막혔는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니 근거 없는 자기 확신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 후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습니다. -17

 

 

여기에 덧붙여 이현세는 요즘의 “힐링”열풍에 대해 따끔하게 한 마디 한다.

세상은 온통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힐링이 열풍이다. 그러나 세상은 고난과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치료받아야 할 병이 아니다. 라고..

과연 혹독한 어둠을 스스로 걷어내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낸 사람답게 나약한 이들에게 굳건한 용기를 심어준다.

조금만 아파도 참아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나 아프니까 돌아봐줘. 힐링을 해줘...엄살 떠는 사람들에게 이현세의 이 말이 꼭 필요한 듯 싶다.

새 봄을 맞아 축축 처지기 쉬운 날씨에 곧잘 나른해지곤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하고 마땅히 정신도 잘 챙겨야겠다.

봄기운의 황홀함에 마냥 헤실헤실 풀어질 법한 마음을 단단히 여미게 만드는 매서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외에도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봄맞이 여행코스로 전남 해남을 추천한 부분이 읽을 만하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촬영지. 해남을 "단출하기 때문에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남도 답사 1번지’로 꼽은 유홍준 교수의 칭찬이 빈말이 아님을 알겠다. 아아~ 봄바람이 마구마구 가슴팍을 파고 든다.

 

 

샘터는 뒷면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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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2 - 변신왕 대회 샘터어린이문고 44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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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호랑이가 사라진다. [산신령 학교 2-변신왕 대회]

 

 

 

 

드디어 변신왕 대회가 시작되다!!

 

 

 

산신령 학교의 큰 잔치날, 한자리에서 세상 모든 동식물을 만나고 온갖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꼬마 산신령들은 변신왕 선발 대회만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변신왕이 되려면~ 짜잔!!

 

 

 

어떻게든 호랑이를 직접 만나야 한다는 사실.

그런데 호랑이를 만나기가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산신령 학교의 잔칫날 노래자랑 대회에서 1등을 한 빼빼는 예전에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산삼” 벌거숭이를 선물로 받고 호들갑을 떨며 친구들에게 다가온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을 하고 있다가, 학교에 찾아온 무사신들과 단군 교장 선생님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다. 정수리까지 올려 묶은 머리에 까만 옷차림을 한 무사신들은 산신령학교의 학생이 글쎄 세오녀의 신물을 훔쳤다고 말한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번 우리 땅에 발을 들이면, 그게 무엇이든 함부로 가져갈 수 없는 ‘우리 것’이니까요.” 억지를 쓰며 못된 심보를 마구마구 발산하는 무사신들. 밉다 밉다 하니 진짜 미운 짓만 골라하는 요즘의 일본 누구누구랑 똑같다. ^^

 

도둑놈 심보의 진수를 보이는 무사신들에게 이를 갈며 듣고 있던 학생들은 변신술 선생님으로부터 변신왕 대회 안내문을 받고는 “호랑이 눈썹”을 찾으러 출발한다.

그런데 모든 인맥을 동원해도, 눈씻고 찾아봐도 호랑이의 털끝도 구경을 할 수 없으니 이거 희한한 노릇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상가상, 산에서 만난 노루는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호, 호랑이 때문에 모두 죽을 거예요. 산신령님도, 우리도, 모두!”

 

 

 

꼬마 산신령들-달봉이, 장군이, 두레 등은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 급기야 금강산까지 찾아갔는데, 거기서 난데없이 날아드는 총소리에 혼비백산한다.

이유인즉슨...

“조선 사람들은 스스로 호랑이의 기상을 닮았다고 여긴다. 그래서 핍박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살아나는 것이다. 조선 호랑이의 씨를 말려야만 우리 대일본 제국이 조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일제 강점기, 우리 나라의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토벌대’를 만든 일본은 전국을 다니며 호랑이를 쏘아 죽였다고 한다.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호랑이가 호랑이 토벌대에 의해 죽게 되었다. 변신왕 대회에 참가하려고 호랑이의 흔적을 찾으러 다니다가 우리의 슬픈 역사를 맞닥뜨리게 된 꼬마 산신령들. 비록 산신령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인간 세계와 운명을 같이 하는 산신령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일본과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마주 대하게 되어도 즐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 나는 모험이 있나 하고 따라와 봤더니, 씁쓸하게도 일제 강점기의 슬픈 역사를 마주 대하게 되고 말았다. 되돌이키기도 힘겨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꼬마 산신령들의 여정에 절묘하게 섞어 놓아서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 역사를 깨우치게 되고 생각해보게 되는 [산신령 학교]

덩덕새 선생님, 서천 꽃밭의 한락궁이 등 새로운 인물이 속속 등장하여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며, 끝까지 산신령들의 모험을 한껏 다채롭게 이끌어준다.

인간들 때문에 조용했던 산신령 학교가 흔들리고 결국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꼬마들은 안전한 곳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구름 아래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보며 “세상아, 우리가 간다!”라고 말하는 꼬마 산신령들이 꽤 늠름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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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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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변신] 속의 벌레는 되지 말자! [제 3의 성공]

 

“저 위, 그곳을 지배하는 공기라는 게 말이다. 그러니까 충분하게 무엇인가를 해냈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그게 사람들을 압박하고 구속한단다.” [벤야 멘타 하인학교], 로베르트 발저.

 

#결정타, 혹은 참고 경험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경험을 '참고 경험(reference experience)'라고 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자신이 누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새로이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과 행동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치 딴 사람이 된 것 같은 탈피의 과정을 거친다고나 할까...

 

일본 센다이의대를 다니던 중국인 루쉰은 대학 강의 중 충격적인 슬라이드 사진을 보게 된다. 중국인이 일본인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그 주변의 중국인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넋나간 모습으로 서 있으면서 아무도 울분을 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루쉰은 비장한 각오를 한다. 몸의 병보다 중국인의 정신적 질병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작품이 루신의 아Q 정전.

노벨상이 만들어진 계기 또한 같은 맥락이다. 노벨의 형이 죽었을 때 한 신문사 기자가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죽음의 상인 숨지다’라는 제목의 사망 기사를 실었다. 노벨은 비로소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를 실감하고 이 일을 계기로 재산의 대부분을 노벨상 설립에 헌납했다.

 

[제3의 성공]의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 또한 이 ‘참고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미디어 회사인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로, 세계의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로 찬사를 받으며 누구나가 원하는 성공의 도달점인 ‘돈과 권력’을 누렸던 그녀. 그 정점에 있을 때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 제3의 성공의 기준

 

언제부터인가 성공의 개념이 돈과 권력으로 축소된 우리 사회.

그 성공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어 생활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삶 속으로 몰고 들어와서는 기꺼이 성공의 노예가 되어 사는가. 돈과 권력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면 어떠한가.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에 “돈과 권력”이 아닌 제3의 성공의 개념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녀가 밝힌 제3의 성공의 기준은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 이라는 네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과학적 논문을 근거로 성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는데, 요약하자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이른바 ‘시간 기근’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경이로움은 우주의 신비로움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을 채워주는 일상적인 사건들과 작은 기적들에서 얻는 즐거움을 뜻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거기에 매달릴 이유가 딱히 없다. 전자 장치와 휴대폰과 소셜 미디어를 되도록 배제하고 자기 자신과 교감하다 보면 내면의 지혜가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지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롯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다.

 

 

# [변신]속 벌레로 살고 싶은가?

 

돈과 권력이라는 기존의 성공 개념에 얽매여 자신을 스스로 압박하고 구속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그것도 뒤집혀져 바닥에 등을 대고 다리를 공중에 휘젓고 있는 꼴로.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갑충. 벌레로 변신한 그는 좀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염려하여 되도록 밤에 갇혀 지내게 된다. 처음에 가족들은 그를 측은하게 여기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더 이상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주지도 않고 짐만 되는 그에게 쏟아지는 눈초리는 점점 차갑게 변해간다. 잠자가 동생의 연주를 듣고 싶어서 밖으로 나오자 동생은 벌레로 변해버린 오빠를 급기야 경멸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레고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가족은 죽은 벌레를 갖다 버린다. 어느 누구도 가슴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방은 깨끗이 치워지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짐짓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아들이, 오빠가 죽는데도 희망을 발견하는 가족. 과연 변신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인가?

 

카프카의 [변신] 속 이야기는 우리네 주변의 집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섬뜩하게 현대인의 일상을 잘 포착해주고 있다. 집안의 가장은 돈을 벌어오는 기계에 지나지 않고, 쓸모를 다한 가장은 처참하게 버려지며 가족 구성원은 상대방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치부하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현실인 것을 강력하게 부정할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결정타’를 맞은 시점에서 둘러본 세상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벌레들의 전진, 전진, 전진일 뿐이었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성공”의 개념을 굳이 신봉하고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세상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애를 쓸 때, 기존의 “성공”이란 개념을 따랐을 때 정점에 올라 있었던 아리아나 허핑턴은 강력한 경고음을 듣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고, 생각했다.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던가.

모두가 더 가지기 위해 힘쓸 때 나누고, 더 높아지려는 이들 사이에서 낮아지려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성공의 기준을 아예 바꾸어 제시했다. 그리고서 생각해보니 제3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코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위대한 그녀, 아리아나 허핑턴

 

그동안 알고 있던 성공의 통념을 과감하게 제껴버리고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 이라는 새로운 성공의 기준을 제시한 그녀의 놀라운 책을 읽은 경험이 나에게도 ‘참고 경험’ 혹은 ‘결정타’가 되어주었다는 입에 발린 말로 그녀를 추어올리고 싶지는 않다.

경쟁사회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는 가정주부이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도 않으며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 그녀의 말들이 기존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할 만큼 엄청나거나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기, SNS로부터 멀어지기...등 누구나 알고 있고 조금씩은 실천해보고 싶어하는 일들을 [제3의 성공]이라는 책에 실어 서서히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질”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미디어의 수장으로서 그녀가 과감하게 내딛은 첫발이 곧 커다란 물결을 타고 일렁이며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기를 바란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매진하지만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나 ,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려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분명 가치 있는 인생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위대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위대함을 찾아 작은 영웅으로 부르곤 한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 데이지를 만나겠다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열정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위대한’ 개츠비.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지만 옛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순수함으로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있었으며, 순수성을 추구하는 정신은 미국을 움직이는 큰 힘 중 하나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호들은 일생의 마지막을 기부에 열중했고, 이들의 모습은 돈이나 권력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원대한 이상에 이르려 한다는 점에서 개츠비와 닮아 있다. 인생을 살면서 가져야 할 크고 위대한 목표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성공의 기준을 새로 쓴 아리아나 허핑턴도 이런 관점에서 충분히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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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내 친구 -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고전 읽기 가이드
안진훈.김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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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이렇게 읽는 것이야!! [고전은 내 친구]

 

 

 

앗!

 

이 책을 과연 “아이의 두뇌를 깨우기 위한 고전 읽기 가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위한”이 아닌데...이 책은 어른인 내 눈높이에 딱 맞는 책인데?

 

뇌 개발과 고전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시도한 이 책은, 고전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의 중요성만 강조하던 기존의 책과 달리, 어떻게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서 저자를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도대체 누구야? 여러 분야의 고전에 두루 통달하지 않고서야 이런 가이드북을 낼 엄두도 못 낼 텐데...

 

휘리릭~앞 날개 부분의 저자 소개로 넘어갔다. 공동저자 중 1인인 안지훈은 연세대 재학 시절 최고의 석학 한태동 박사로부터 10여 년에 걸쳐 동서양 사상사를 비롯해 현대수학, 물리학, 경제학, 예술분야 등을 통해 인지구조분석을 가르침 받았고, 이를 뇌 과학과 연결하여 독자적인 뇌 인지 분야를 개척했다. 나머지 한 명인 김혜진 또한 MSC브레인 컨설팅의 뇌 인지 개발 연구소장으로 학생 및 성인의 통합 사고력 개발, 뇌 인지기반 컨설팅과 코칭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둘의 합작품으로 이 책이 탄생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물일 터이다.

 

아이를 위대한 인물로 키우고 싶다면 위대한 생각이 담긴 고전을 읽혀라.

 

고전 읽기의 중요성이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그 말에 따라 중고등학생 시절, 그래도 그나마 내 두뇌가 말랑말랑 하던 때 주야장천 고전이라는 것을 읽어대기는 하였으나, 도대체 어떤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문고본 책의 목록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다가 거기서 가지를 치고 치고 또 쳐서 책 읽는 양을 늘려가는 것 뿐. 게다가 파우스트니, 신곡이니 하는 것들, 즉 대부분 문학작품의 고전을 주로 읽기 마련이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은 실로 다양했고, 내용 또한 고전에서 뽑아 읽어야 할 고갱이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그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부터 살펴보면,

고전은 좌뇌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뇌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고전을 읽히는 것이 좋고, 꾸준히 읽히면 우회도로가 곧 지름길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단다. 고전 읽기가 지적 놀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 아이는, 저자의 생각을 좌뇌로 날카롭게 분석할 때 첫 번째 쾌감을 느끼게 되고, 분석한 내용 중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우뇌의 창의성으로 연결될 때 두 번째 지적 쾌감을 느끼게 되며 더 큰 쾌감을 위해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한 책을 찾아 읽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전을 과연 어떻게 읽느냐 하는 중요한 질문이 남게 되는데...

1. 생각의 2차원적 읽기-저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읽기를 해야 한다. 책을 쓴 위대한 영혼들의 생각을 2차원적 읽기를 통해 인물들의 사고구조를 찾아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2. 그렇다면 그들의 사고구조와 성향은 어떻게 파악하는가? 분해, 해체, 역으로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저자가 사용하는 중요한 변수인 어휘나 용어가 어떤 것인지 파악해서,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 결국 저자와 똑같이 책을 쓰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최종 도달목표이다.

 

고전을 왜 읽느냐 , 어떻게 읽느냐를 알았으면 이제 실전만 남았다.

 

 

이 책은 크게 3part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의 제목은 이렇다.

고전이 알려주는 인간의 본성, 고전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고전으로 세상 읽기.

 

 

 

 

 

 

 

각 장에서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르네 데카르트의 [성찰], 홉스[리바이어던], 카뮈[시시포스의 신화], 서머싯 몸[[달과 6펜스], 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오노레 드 발자크[고리오 영감]등의 고전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각 고전을 분석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먼저 원본을 제시하고, 생각할 거리를 끄집어내어 발문을 한다. 짧은 이야기를 끌어와서 그 고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분석하게 하고, 현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고전읽기에 대한 분해, 해체, 다시 조립의 과정을 연습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구성이 짜여져 있다.

 

 

왼쪽 부분이 짧은 이야기, 오른쪽은 고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끌어온 짧은 이야기에 대한 분석과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생각을 깨우는 해설이 곁들여진다.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해설이 무척 맘에 든다.

 

 

많이 읽는 것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고전에 접근하는 것이 고전읽기의 성공비법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가이드해주는 책.

아직 아이가 어려서 지금 바로 적용하지는 못하지만, 제대로 고전 읽기를 못했던 내가 이 책의 도움을 얻어 고전읽기를 실천한다면, 분명 아이에게 그 비법을 제대로 전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엇보다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입으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당장 실천에 옮기고 연습에 또 연습을 하는 것만이 정도라는 것...은 명심, 또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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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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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은 애버리진을 위한 핏빛 복수 [박쥐]

 

끝없이 펼쳐진 메마른 평원, 오지가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는 거대한 대륙. 비정한 용광로 같은 땅 오스트레일리아.

아무 것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백인들이 들어오기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바치는 진혼곡 [박쥐]

 

[박쥐]는 요 네스뵈의 데뷔작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하얀 병 모양의 실루엣 안에 거꾸로 매달린 채 온몸을 검은 망토로 휘감고 있는 박쥐가 강렬하게 뇌리에 와 박힌다.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는 박쥐.

단 하나의 명사로 끝나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지 심히 궁금해졌었다.

흡혈귀 얘기인가도 했지만, 해리 홀레는 신비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흡혈귀 쪽은 제쳐두어야 했다.

근육질의 멋진 남자 -배트맨 같은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영웅담은 해리 홀레의 생김새를 보아서도 절대 아니고...

 

그럼, 뭘까. 뭐지...

 

 

[박쥐]는 얼마 전 작품 홍보차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했던 작가 요 네스뵈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즉, 해리 홀레가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 도착한 해리 홀레. 자신을 마중 나온 애버리진 출신 수사관 앤드류와 해리 홀레가 넙죽넙죽 주고 받는 시시껄렁한 농담같은 말 속에서부터 이미 [박쥐]의 주제가 찔끔찔끔 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는데...소설이 중반을 넘어서려 할 때까지도 나는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해리가 맡게 된 사건이 너무나 끔찍한 양상을 띄고 있어서 과연 어떤 놈이 범인일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것들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추임새이겠거니 하고 넘겨 버려서 그만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만 것이다.

 

젊은 30대의 해리 홀레. 낯설고 이국적인 땅에서 곧장 사건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데...

해리는 워킹 비자로 호주에 왔던 노르웨이인 금발 미녀 잉게르 홀테르의 살인 사건 수사 지원차 노르웨이에서 호주로 오게 되었다. 왓슨스 베이 해변에서 반라로 발견된 그녀는 성폭행 후 목이 졸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주위를 탐문한 결과 그물망에 걸려든 것은 에반스 화이트라는 남성이었다. 마약을 상습적으로 판매하고 여자들이 주위에 끊이지 않으며 금발머리 여자에게 독특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변태적인 남성. 그의 행적을 집중 수사하며 금발미녀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방향을 잡고 수사망을 좁혀 가는 해리 홀레.

공항에 해리를 마중 나왔던 오스트레일리아 흑인, 즉 애버리진 출신 수사관 앤드류 켄싱턴과 한 팀으로 일하게 된 해리는 앤드류를 통해 수사 하는 틈틈이 투움바, 조셉 같은 애버리진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문화와 전설을 얻어듣게 된다.

18세기 영국의 죄수 유형지로 지정돼 백인들이 이주해온 이후 200여 년간 핍박받은 애버리진의 역사는 생소했던 만큼 그 충격적인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부모에게서 강제 격리시키면서 ‘도둑맞은 세대’가 출현하게 되었는데, 앤드류는 그 세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다행히 잘 풀린 케이스였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슬픈 박해에 견디지 못하고 범죄자의 길로 혹은 사이코 패스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애버리진에게 죽음의 상징, 박쥐’

애버리진의 전설과 역사를 풀어야 백인 금발미녀 연쇄살인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박쥐]는 백인에게 핍박받았던 애버리진들의 처절한 절규, 소리없는 외침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핏빛 복수. 잔인하고도 가혹한 범죄는 백인에 대한 복수였다.

 

알코올에 찌들어 사는 초췌한 중년, 비쩍 마른 북극곰을 연상케 하는 해리 홀레를 [스노우맨]에서 만났고, 그의 과거가 못내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그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 수 있어 홀가분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읽을 때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범인을 오인하다 결국, 뜻하지 않은 인물로 귀결되는 해리 홀레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의 원형을 엿볼 수 있어서 그 기쁨이 더욱 컸다.

처녀작다운 대범함과 선정성이 돋보이는 장면.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역사를 바탕에 두고 일어난 사건이니만큼 살해 장면이 원시스럽고 무척 잔인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주제를 긴장을 늦추지 않고 풀어가는 솜씨는 옷자락에 숨겨둔 메스의 칼날같이 섬뜩하고도 시퍼렇게 빛난다.

역시 범인의 최후에는 [스노우맨]못지 않게 예측불허에다가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잊지 않았다.

짐 빔에 찌들어 있는 해리 홀레. 여자를 좋아하지만 사랑에 서투르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남자로 남아 있는 해리 홀레. 노르웨이에서 경찰로 일하는 동안 겪은 사건이 그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던 것인데, 그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자 해리 홀레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동정하게 되었다.

바른생활 사나이가 아니어도 매력적인 남자.

이제 그 남자의 처음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발걸음이 기대될 뿐이다. 해리 홀레의 30대에 시작한 이 시리즈. 40이 된 그를 스노우맨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 [박쥐]에서 만났던 애버리진, 투움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사건이 계속될수록 그의 기억 속에는 술로만 씻어낼 수 있는 독한 트라우마가 쌓이고 쌓이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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