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잎새달 [샘터 4월호]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잎새달.

샘터에서 달마다 쓰는 고운 우리말 달 이름은 입 속에 넣고 굴릴 때마다 맑은 향기가 나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딱 맞는 이름을 잘도 찾아냈을까.

“사월”이라고 옛날에는 여자아이의 이름으로도 많이 쓰였는데...그것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마는, 잎새달이라는 이름도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참 좋다.

잎새달, 샘터 표지는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흙이불을 걷어찬 새싹, 하늘을 향해 사지를 활짝 편 청개구리,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 그리고 연아의 아름다운 비상...이 봄..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도약하여라.

 

이제는 정말 길고 길었던 겨울 동안 덮었던 두툼하고 폭신한 이불을 잘 빨아서 탁탁 털어 봄볕에 잘 말린 후, 이불장에 곱게 개어 넣어두고 산뜻한 봄이불을 꺼내야 할 것만 같다. 무겁게 나를 누르던 이불의 무게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느낌으로 봄잠을 맞이하고 싶고, 가벼운 옷을 걸치고 살랑살랑 봄나들이도 떠나고 싶다. 봄을 시샘하듯이 꽃샘추위와 봄비가 한두 차례씩 지나더니...드디어. 봄이 왔다.

 

입학을 하거나 새학기를 맞이했던 아이들도 서서히 새로운 생활의 사이클에 적응해가는 것이 보인다. 이제 겨우내 마음 속에 품었던 묵은 뜻을 덮고 새마음 새뜻을 도도록이 돋우어야겠다.

 

참 마침맞게도 이러한 때 나를 움직인 한 마디 코너에서 만화가 이현세가 귀중하게 여긴다는 글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남들에 비해 큰 약점을 지닌 내가, 남들이 가지 않는 만화의 길을 택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가지 못한 길을 그리워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영원히 싸우는 자유로운 의지이다’라는 단 한 줄의 귀중한 글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이 글귀를 만났고 이후 책상머리에 내내 붙어 있습니다. 최근에 알아보니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의 소설 <장 크리스토프>에 나오는 구절이었습니다. “...전투를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영원한 운명이란 없다. 나는 영원히 싸우는 자유로운 의지이다.” 아아, 대단한 울림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한 운명에 끌려다니며 숨이 막혔는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니 근거 없는 자기 확신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 후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습니다. -17

 

 

여기에 덧붙여 이현세는 요즘의 “힐링”열풍에 대해 따끔하게 한 마디 한다.

세상은 온통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힐링이 열풍이다. 그러나 세상은 고난과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치료받아야 할 병이 아니다. 라고..

과연 혹독한 어둠을 스스로 걷어내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낸 사람답게 나약한 이들에게 굳건한 용기를 심어준다.

조금만 아파도 참아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나 아프니까 돌아봐줘. 힐링을 해줘...엄살 떠는 사람들에게 이현세의 이 말이 꼭 필요한 듯 싶다.

새 봄을 맞아 축축 처지기 쉬운 날씨에 곧잘 나른해지곤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하고 마땅히 정신도 잘 챙겨야겠다.

봄기운의 황홀함에 마냥 헤실헤실 풀어질 법한 마음을 단단히 여미게 만드는 매서운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외에도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봄맞이 여행코스로 전남 해남을 추천한 부분이 읽을 만하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촬영지. 해남을 "단출하기 때문에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남도 답사 1번지’로 꼽은 유홍준 교수의 칭찬이 빈말이 아님을 알겠다. 아아~ 봄바람이 마구마구 가슴팍을 파고 든다.

 

 

샘터는 뒷면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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