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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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변신] 속의 벌레는 되지 말자! [제 3의 성공]

 

“저 위, 그곳을 지배하는 공기라는 게 말이다. 그러니까 충분하게 무엇인가를 해냈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그게 사람들을 압박하고 구속한단다.” [벤야 멘타 하인학교], 로베르트 발저.

 

#결정타, 혹은 참고 경험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경험을 '참고 경험(reference experience)'라고 한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자신이 누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새로이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과 행동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치 딴 사람이 된 것 같은 탈피의 과정을 거친다고나 할까...

 

일본 센다이의대를 다니던 중국인 루쉰은 대학 강의 중 충격적인 슬라이드 사진을 보게 된다. 중국인이 일본인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그 주변의 중국인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넋나간 모습으로 서 있으면서 아무도 울분을 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루쉰은 비장한 각오를 한다. 몸의 병보다 중국인의 정신적 질병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작품이 루신의 아Q 정전.

노벨상이 만들어진 계기 또한 같은 맥락이다. 노벨의 형이 죽었을 때 한 신문사 기자가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죽음의 상인 숨지다’라는 제목의 사망 기사를 실었다. 노벨은 비로소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를 실감하고 이 일을 계기로 재산의 대부분을 노벨상 설립에 헌납했다.

 

[제3의 성공]의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 또한 이 ‘참고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미디어 회사인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로, 세계의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로 찬사를 받으며 누구나가 원하는 성공의 도달점인 ‘돈과 권력’을 누렸던 그녀. 그 정점에 있을 때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 제3의 성공의 기준

 

언제부터인가 성공의 개념이 돈과 권력으로 축소된 우리 사회.

그 성공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매일매일 시간을 쪼개어 생활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삶 속으로 몰고 들어와서는 기꺼이 성공의 노예가 되어 사는가. 돈과 권력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면 어떠한가.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에 “돈과 권력”이 아닌 제3의 성공의 개념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녀가 밝힌 제3의 성공의 기준은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 이라는 네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과학적 논문을 근거로 성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는데, 요약하자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이른바 ‘시간 기근’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경이로움은 우주의 신비로움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을 채워주는 일상적인 사건들과 작은 기적들에서 얻는 즐거움을 뜻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거기에 매달릴 이유가 딱히 없다. 전자 장치와 휴대폰과 소셜 미디어를 되도록 배제하고 자기 자신과 교감하다 보면 내면의 지혜가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지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롯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다.

 

 

# [변신]속 벌레로 살고 싶은가?

 

돈과 권력이라는 기존의 성공 개념에 얽매여 자신을 스스로 압박하고 구속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그것도 뒤집혀져 바닥에 등을 대고 다리를 공중에 휘젓고 있는 꼴로.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갑충. 벌레로 변신한 그는 좀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염려하여 되도록 밤에 갇혀 지내게 된다. 처음에 가족들은 그를 측은하게 여기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더 이상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주지도 않고 짐만 되는 그에게 쏟아지는 눈초리는 점점 차갑게 변해간다. 잠자가 동생의 연주를 듣고 싶어서 밖으로 나오자 동생은 벌레로 변해버린 오빠를 급기야 경멸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레고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가족은 죽은 벌레를 갖다 버린다. 어느 누구도 가슴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방은 깨끗이 치워지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짐짓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아들이, 오빠가 죽는데도 희망을 발견하는 가족. 과연 변신은 누구에게 일어난 것인가?

 

카프카의 [변신] 속 이야기는 우리네 주변의 집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섬뜩하게 현대인의 일상을 잘 포착해주고 있다. 집안의 가장은 돈을 벌어오는 기계에 지나지 않고, 쓸모를 다한 가장은 처참하게 버려지며 가족 구성원은 상대방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치부하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현실인 것을 강력하게 부정할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결정타’를 맞은 시점에서 둘러본 세상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벌레들의 전진, 전진, 전진일 뿐이었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성공”의 개념을 굳이 신봉하고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세상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애를 쓸 때, 기존의 “성공”이란 개념을 따랐을 때 정점에 올라 있었던 아리아나 허핑턴은 강력한 경고음을 듣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고, 생각했다.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던가.

모두가 더 가지기 위해 힘쓸 때 나누고, 더 높아지려는 이들 사이에서 낮아지려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성공의 기준을 아예 바꾸어 제시했다. 그리고서 생각해보니 제3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코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위대한 그녀, 아리아나 허핑턴

 

그동안 알고 있던 성공의 통념을 과감하게 제껴버리고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 이라는 새로운 성공의 기준을 제시한 그녀의 놀라운 책을 읽은 경험이 나에게도 ‘참고 경험’ 혹은 ‘결정타’가 되어주었다는 입에 발린 말로 그녀를 추어올리고 싶지는 않다.

경쟁사회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는 가정주부이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도 않으며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 그녀의 말들이 기존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할 만큼 엄청나거나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기, SNS로부터 멀어지기...등 누구나 알고 있고 조금씩은 실천해보고 싶어하는 일들을 [제3의 성공]이라는 책에 실어 서서히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질”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미디어의 수장으로서 그녀가 과감하게 내딛은 첫발이 곧 커다란 물결을 타고 일렁이며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기를 바란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매진하지만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나 ,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려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분명 가치 있는 인생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을 위대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위대함을 찾아 작은 영웅으로 부르곤 한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 데이지를 만나겠다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열정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위대한’ 개츠비.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지만 옛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순수함으로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있었으며, 순수성을 추구하는 정신은 미국을 움직이는 큰 힘 중 하나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호들은 일생의 마지막을 기부에 열중했고, 이들의 모습은 돈이나 권력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원대한 이상에 이르려 한다는 점에서 개츠비와 닮아 있다. 인생을 살면서 가져야 할 크고 위대한 목표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성공의 기준을 새로 쓴 아리아나 허핑턴도 이런 관점에서 충분히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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