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388)
며칠전에 친구가 내게 '니가 거기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라는 말을 했었고, 그 말에 나는 대뜸 내가 얼마전에 읽었던 책 《미 비포 유》의 저 대사를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러나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책 속에서 윌도 클라크에게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고 했지만, 그 이유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번복하지 않는다. 내 친구도 마찬가지. 내가 지금 잠깐의 위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친구가 나에게서만 위안을 찾는 시간은 곧 끝날것이다.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일, 다른 사건이 그 친구에게 다른 형태의 위안을 줄 수 있을것이고, 어쩌면 시간이 그 역할을 해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위로가 되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건 그 자체로 다행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하고 감사한 일.
우리는 언제든지 숭숭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건 여러가지 방식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내가 나를 온전히 가득 채우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내가 내 자신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좋은 그림을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여행을 다니더라도, 나는 다 메꿔지지 않는다. 그때 구멍 뚫린 부분은 다른 사람이 채워줄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함께 웃고 손을 잡고 포옹을 해서 충만한 기분을 느낀다고 해도 역시 퐁퐁 구멍 뚫리는 순간은 찾아온다. 그런 빈 공간은 내 스스로 메꿀 수 있어야 하고.
며칠전 친구에게 저런 말을 듣고, 아 내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퍼뜩 책의 인용문을 떠올렸는데, 또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책을 읽는다고 책의 내용들이 내 머릿속에 계속 쌓이는 것도 아니지만, 읽는대로 족족 잊지만, 그래도 어떤 것들은 축적이 되어 툭툭 내뱉을 수 있고 떠올릴 수 있으니, 이게 참 좋은거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게시판을 하나 더 만들까, 오늘의 말씀, 이런걸로...그래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인용문들을 찾아다 등록할까, 라고 생각했다가 말았다.
소설을 쓸 때 각 장의 시작마다 소설의 인용문을 넣어 이야기를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얘기를 알라딘 지인에게 했더니 이런 책은 이미 존재한다며 얘기해줬었다.
아..뭔가 희소가치 있기를 바랐는데 이미 존재하는 이상 희소가치는 떨어지겠구나. 그렇다면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그 회의 등장인물의 마음을 내비치는 인용문을 가져와 나래이션으로 읊는 드라마작가는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들뜬 마음으로 회사 동료에게 술 마시며 이야기했었는데, 동료는 '정말 좋을것 같다'고 했지만, 이건 너무 판이 커지는 일이고 갈 길이 멀어보여 역시 포기...
오늘 아침에 정식이랑 대화하면서 나는 뭐하나 잘하는 게 없다, 는 말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쓰다보니 나는 포기를 잘한다. -_-
어제 페이퍼에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놨다> 링크를 올려놓고서는 흥얼거리고 있는데, 그걸 흥얼거리다보니 오늘은 똭- 새벽 세시의 레오 생각이 난다. 레오는 이렇게 말했더랬다.
She teases me, irritates me-at times I could boot her into cyberspace, but then I'm just as eager to get her back again. I need her here on earth, you see. (p.120)
아..멘붕이다. 새벽 세시의 번역본으로 옮겨놓은 건 없고 영문으로 옮겨놓은 것만 있네...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자.
그녀는 나를 놀리고 나 -에 시간 나는 사이버 공간에 그녀를 부팅 할 수 자극, 그러나 나는 다시 그녀를 얻을 단지 열망 해요. 나는 지상에 그녀가 필요, 당신은 참조하십시오.
크- 구글 번역기는 바보. 에, 그러니까, 저 문장을 번역하진 못하겠고, 내 기억에 의하면 레오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에미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는 그녀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고 꼭 그만큼 다시 찾아오고 싶다' 고. 내 맘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해 내 맘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해~ ♪♬
오늘은 다정한 친구들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 바로, 지금 당장 거울을 보라고.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내게 말해달라고.
눈이라고 코라고 혹은 입이라고 말하는 답을 듣고 싶다. 귀라고, 눈썹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
외근을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가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탔고,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세상에, 입술이 정말 끝내주는거다. 졸리 뺨치는 입술이랄까. ( ")
아..칠봉이 보고싶네.
F는 나와 칠봉이에 대한 문자를 주고받곤 했는데, 지금 먼 데로 갔다. 어서 빨리 자리 잡아 내게 아이메세지를 보내줬으면...칠봉이 어깨랑 칠봉이 팔 얘기좀 우리식으로 더하게. 차마 여기에 쓸 수 없는 말들을.. 정신이 혼미해지는 칠봉이의 어깨, 칠봉이의 팔.....
아, 그런데 사실, 내가 오늘 출근길에 책을 읽으면서는 좀 아팠는데...그래서 눈물이 핑- 했는데......이렇게 샤라라랑한 글을 쓸 기분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