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데이비드 케일리 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물레 / 2010년 3월
절판


사실 내 인생은 대부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 결과이다.-71쪽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과목과 그 과목을 배운 사람을 요구하는 직업에서 이들이 발휘하는 능률 간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학교교육에 들어간 돈의 액수와 그 직업에 종사하면서 평생 벌어들이는 수입 간에는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학교에서 습득하기로 되어 있는 역량과 업무 효율 간에는 입증할 만한 고나계가 없다는 말이다.-79-80쪽

우리가 여기 앉아 함께 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것은 당신과 당신 아이들 간의 감정에 내가 첫눈에 깊이 감명 받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는데, 아동기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지하게 대하기 위해 아동기라는 개념을 당신이 버렸다는 사실은 아이들 편에서 보면 특별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범이 아니다. 모방의 대상으로 삼을 행동이 아니라 앞 다투어 그렇게 해야 할 행동이다. 이 독특한 불꽃을 우리는 소중히 길러야 한다.-88-89쪽

나는 우리가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분명히 해두고자 했다. 나는 주장한다. 전문 언어학자의 생각과는 달리, 서로 진정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도구가 일정한 강도 이상으로 성장하면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꺾어버리게 되는데, 『공생을 위한 도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되는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는 반생산성이라는 개념을 세우고자 했다. 어떤 도구-예를 들면 운송체제가-가 일정한 강도를 넘어 성장하면, 그 도구가 만들어진 목적으로부터 멀어지는 사람이 그것의 장점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사람보다 반드시 더 많아진다는 사실 말이다. 통근-즉 필수적인 교통-목적의 경우 교통이 가속화되면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에게 날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세계 어디든 거의 동시에 오고갈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125쪽

나는 기술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지만 사람들에 대한 희망은 계속 품고 있다.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창조성과 놀라운 창의력을 믿고 있다.-126쪽

나는 글을 쓰는 법을 알고 있다. 무엇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읽게 하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에게는 다가가고 싶지 않다. 지금도 이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134쪽

물이 비교적 싸게 집 안까지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1920년에 이르러 미국 가족의 절반이 옥내 화장실과 샤워를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여성이 들통에 물을 담아 들고 거리를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가족은 전보다 물을 더 많이 쓸 수 있었고 더 깨끗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슈워츠코원 여사가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 바와 같이, 그 이후 욕조를 청소하고, 화장실과 욕실을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고, 심지어 세탁기 등을 구입하기 위해 밖에 나가 돈을 버는 등 여성이 집안에서 처리해야 하는 노동의 양은 그 이전 사회에서 물과 관련하여 여성에게 기대하거나 부과된 노동의 양보다 훨신 더 많아졌다. 어떤 유형의 활동-공동 급수장에서 몇 시간씩 서서 기다리며 수다를 나누고 굉장한 뒷공론을 주고받는 쪽과, 각기 자기 집 욕실 안에 갇혀 바닥을 청소하는 쪽-을 여성이 선호할지 나로서는 그들의 결정에 맡긴다.
내 논지는 상품을 쓸모 있는 것으로 변환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종류의 노동을 하나의 경제 활동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노동에 보수가 따를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황당해보여도 그렇게 해야 한다. -174-175쪽

충격이었다! 나로서는 그로부터 3~4년 안에 우리가 친한 친구가 되고 또 그가 만년에 쿠에르나바카에서 나와 함께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굿맨을 내가 알게 된 위대한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또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생각한다.-223쪽

(존 홀트에 대해 얘기하며)그는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어 가끔씩 찾아가서 만져볼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다!-231쪽

그들은 댈러스에 호수가 있어야 할지 없어야 할지를 두고 70년 동안 벌여온 논의 기록을 내게 보냈다. 댈러스는 역사가 130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놓고 70년 동안 논의를 계속한 것이다. 재정적으로 가능한가? 경제에 보탬이 되겠는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이런 여러 관점 하나하나에 대해 그들은 70년 동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었다. 한 가지에 대해서는 다들 확신하고 있었다. 호수가 아름다울 거라는 점이었다. -271쪽

그렇기에 나는 살아 있자고, 그리고 누리자고-정말로 누리자고- 모든 고통과 모든 불행과 함께 이 순간 허락돼 있는 살아 있음을 의식적으로, 의례적으로, 공개적으로 즐기자고 말한다. 내가 볼 때는 이것이 절망이나 종교성-저 사악한 종류의 종교성-에 대한 해독제인 것 같다.-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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