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뻔하고 뻔해서 뭐 아무런 할 말이 없지만, 다시 한 번 실감하긴 했다. 남자란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때 가장 멋있게 보인다는 걸. 멋진 옷을 입고 근사한 향수를 뿌리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도 물론 멋있지만, 그런 내 앞의 남자로서의 모습 말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맡은 역할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볼 때 진짜 반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속의 남자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갑자기 여자들이 막 달려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늘은 이 책을 나와 함께 읽던 J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 그리웠다. 보고싶었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의 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 그런 J 와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기억.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읽다가 인상 깊은 부분을 서로의 핸드폰에 문자로 보내주던 기억. 그 때가 너무 그립다. 세상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이도 있지만 소설속의 여자를 '여자'로 인식하며 그 여자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은 J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늘은 J 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 남자사람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내가 말했다. 아주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강하고 단단한 남자. 그러자 친구는 또 재이슨 스태덤 얘기를 하냐고 물었고 나는 웃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나는 내 자신이 강하고 나를 잘 지킬 수 있지만,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남자, 용병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그러자 친구는 내게 물었다.
- 마치 우두머리 원숭이 처럼?
푸하하하 우두머리 원숭이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터미네이터 2 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처럼.
그러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런 남자는 터미네이터 2에만 존재한다고. 그런건가..
오늘은 집에 가서 와인을 좀 마셔야겠다. 아까 친구가 ㅇ 님과 통영 갈거면 자기가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신났다. 조만간 ㅇ님에게 통영가서 화이트 와인에 굴을 실컷 먹자고 말해야지. 아 꿀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