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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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영어를 미국사람들처럼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그 조그맣고, 1인당 GDP도 2만 달러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교육비를 매해 20조원 이상 쏟아붓는다고 그들의 매스컴이 보도하고 있다. 그거야 자식 교육에 광적인 한국 부모들의 사적 욕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그런데 황당한 일은 영어 교육 강화를 위해 나라에서 역사 시간을 일주일에 1시간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그들이 간절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세계의 선진국들은 일주일에 역사 시간이 3~4시간이고, 역사 시간을 줄이는 일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저지르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그 용감무쌍한 결단력이 세계1위, 금메달 감이 아닐 수 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조지 산타야나의 이 유명한 말을 한국 정부만 모르는 것일까.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짓밟힌 굴욕의 시대를 살았으니 역사 시간을 몇 시간으로 해야할까. 프랑스 입장에서 볼 때는, 정부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데도 역사학계나 지식인들이 침묵 속에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 참 야릇하고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43-44쪽

흔히 말하기를 기업이 크든 작든 딴 나라로 진출할 때는 미국은 5년, 일본은 3년 정도 조사하고 검토하고 준비하는 기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기간이 없이 괜찮다 하면 즉각 행동개시로 돌입하는 것이다. 그 신속성은 저돌성이기도 한데, 그게 무슨 기질인지 이해도 안 되고 분석도 되지 않았다.하긴 기질이며 성품이며 습관이며 인습 같은 것이 수학 문제풀듯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기업의 주재원들도 불가사의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일류기업일수록 명문대 출신들이었고, 하나같이 집념과 열정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은 느리고 까다로운 중국 사람들을 상대로 지치거나 포기하는 일 없는 끌질김으로 중국시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드은 거의가 영어를 능통하게 잘하면서도 중국 시장에 들어서면 곧 중국어를 미친 듯이 익히는 것이었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집념과 열정의 소산인데, 어떻게 하나같이, 마치 인조인간들처럼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불가사의였다. 중국말을 능란하게 구사해 가며 그들은 자기네 물건을 팔기에 앞서 중국사람들의 마음을 사버렸다.-251쪽

"사람을 능력만으로 고르지 말아라. 능력 반, 사람 됨됨이 반이어야 한다. 술을 마셔 보고, 노름을 해보고, 등산을 해보고, 여행을 해봐라. 이기적인 자, 언행이 안 맞는 자, 마음이 가벼운 자, 인내심이 약한 자, 불평이 많은 자, 협동이 안 되는 자, 뒷말을 하는 자,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자, 다 골라내라."
양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그렇게 뽑힌 사람들이 사장단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 앤디 박이 언제부턴가 남자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니, 그가 풍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을 뿐이었다.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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