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한여름에 처음 만나 한여름에 헤어졌던 남자가 있다. 잠깐, 다른 남자들 중에도 여름에 처음 만났던 남자가 있었나 생각해볼랬는데 거기까지 생각하려니 귀찮고. 어쨌든 그 남자는 처음 만났던 그 뜨거운 여름에도 헤어지던 그 뜨거운 여름에도, 여름보다 더 뜨거운 기억을 내게 안겨줬다. 눈이 펑펑 내리고 손이 시려 자꾸 장갑을 찾게 되는 이런 날, 벌써부터 밖이 어둑어둑해지는 이 한겨울에, 나는 그 해 여름의 남자를 자꾸만 떠올린다. 떠올리다보니, 내가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이 책이 생각났다.
2권은 아직 사두지 않았는데, 뜨거운 여름 뜨거운 기억 뜨거운 남자를 떠올리다보니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거다. 어서 읽어야지. 그리고 2권도 사야지. 이 책의 책장을 덮을때쯤엔 내 기억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어갔으면 좋겠다. 겨울이 되면 곤란하다. 그러면 또 12월에 처음 만났던 남자 생각도 해야되고 막 그러니까.
퇴근하고 술마시러 갈거다. 쉴 새없이 떠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