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i님의 이벤트 참여 페이퍼입니다.) 

 

여름에 필요한 건 아이스크림일 수도 있고 팥빙수일 수도 있고 삼겹살일 수도 있고 맥주일 수도 있지만, 저는 여름에 필요한건  슬픔과, 관능과, 공포와,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네가지에 걸맞는 소설 (저는 소설 말고는 다른쪽에 대해선 뇌가 없는것과 같으니깐요) 로 추천할게요. 이 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알려지지 못한 책들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까지  슬픈 소설들을 읽었다면, 이 소설은 그 소설들에 쐐기를 박아 줄겁니다. 이 소설이 슬픈건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개인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게 개인의 노력 여부에 달린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불평등한 기회, 불평등한 조건, 태어날때부터 행해지는 차별. 이런것들이 개인을 억눌러서 그들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면? 하아-  

물론 그들중에서도 그것이 부당함을 알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서 투쟁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들에게 가해지는 건 더 나은 조건이 아니죠. 깜깜한 현실, 바뀌지 않는 미래에요. 절반도 읽기전에 눈물이 고일거고, 다 읽고 나서는 아무것도 내가 해줄 수 없다는게 절망스러워서 온 몸이 흐느적 거릴거에요. 지독한 절망에 빠지겠죠.  

여름에는 땀만 흘리는게 아니라 눈물도 좀 흘려야 해요. 눈물과 땀을 빼고 나서 기운이 빠지고 나면, 그러고나면 다시 또 힘내서 살 수 있잖아요. 

  

 

클레어는 어떻게 하다보니 현재에서 스코트족이 살던 과거로 넘어가버리게 되요. 그리고 그곳에서 제이미라는 연하의 남자를 만나게 되죠. 그곳의 삶을 살면서 제이미를 사랑하게 되고, 이미 현재에서 남편이 있었던 클레어는 제이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음, 그러니까, 음, 몸으로 하는 사랑이 어떤건지 하나씩 알려주죠. (응?)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니에요. 이 책에는 정말이지 아주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어요. 의학적 지식과 역사와 문화가요. 그리고 재미와 사랑이요. 몇권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저는 제이미와 클레어가 보냈던 한 관능적인 순간에 그만 무너져버려서, 흐윽, 책장을 덮었어야 했어요. 어휴, 한숨을 쉬어야 했죠. 이 책은 사실 오타가 몇개 발견되서 좀 씁쓸하긴 한데 흠뻑 빠져들만한 시리즈에요. 만약 이 시리즈가 재미있다면 바로 그 뒷이야기, 『호박속의 잠자리』도 같이 권할게요. 사실 뭐 이 두 시리즈를 읽어야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죠.  

다른분들의 리뷰를 보니 번역이 엉망이라고 하던데, 음, 저는 번역은 잘 모르겠어요. 번역보다는 편집쪽에 좀 신경을 덜 쓴게 아닌가 싶더군요. 참고적으로 작가에 대해 한줄로 말씀드리자면,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았다' 라고 합니다. 하핫.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은 작가의 역사로맨스 소설이라니, 궁금하지 않나요? 

  

 

네꼬님께 이벤트 선물로 이 책을 받아들고는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었는데, 아니 나를 아는 네꼬님이 자기계발서를 내게 줄 리가 없지 싶어 다시 꺼내보니 소설이더군요. 그리고  이 두꺼운 책을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와, 이건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무섭습니다. 귀신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는 느낌이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죠. 그리고 그걸 들키기 싫어서 자꾸만 감추고 더 화내고. 그러나 자신의 양심이 하는 말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내것이 아닌것을 가지려고 했던 한 남자의 욕심이 그 남자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서서히 보여줍니다. 그가 잘못한 것을 '누군가가' 벌을 주는게 아니라 '세상이' 벌을 주는게 아닙니다. 그가 거짓말 하고, 그가 자꾸만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그가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는건, 모두 그 자신이 한 일입니다. 그가 가진 욕심은 내게도 있는 욕심이라 혹시나 내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무서운 소설입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건 바로 자신의 양심인것 같아요. 굉장히 재미있고 굉장히 무서우며 흠뻑 빠져들만한 소설!

  

 

 

슬픔과 관능과 공포에 대한 책들을 추천했으니 마지막으로 남은건 환상이네요.   

이 책을 추천하는건 언제나 그렇듯 조금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책이 무척 좋아서 몇명에게 선물했는데 그들 중 누구도 이 책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끙;; 

저는 이 책을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로맨스쯤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어요. [매혹]은 말 그대로 그 둘사이에 매혹적인 러브스토리가 있는건가 하면서 읽었구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일단 끌리면 읽습니다. 별 생각이 없죠. 그러나 읽으면서 초반에 우선 놀랍니다. 그러니까 기억을 잃은 남자와 여자사이에 놓여진건 그들의 과거의 연애와 과거의 삶이 다가 아니었던거였죠. 이것은 로맨스가 아닌겁니다.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다가 마지막즈음에 또다시 한번의 반전 (작게 보면 작고 크게 보면 큰) 을 보고 저는 또 놀라고 말았죠. 세상에! 정말이지 이토록 매혹적인 작품이라니! 

이 책의 매혹은 읽다보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게 될거에요. 이 책 속의 구름이 무엇인지도. 저를 만나본 사람들은 제게 인상이 강하다고 얘기하고 때로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라고도 얘기해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매혹적이지도 않고, 제게는 구름도 없는겁니다. 구름은 동수에게 있어요.  (앗. moonnight님의 정보에 의해 책을 검색해보니 이 책 품절이네요. Manci 님께서 품절,절판되지 않은 책들을 추천해달라셨는데! 흑 ㅠㅠ)

  

 

여름엔 아이스커피~♬ 

라고들 하는데, 저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커피는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스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음료죠. 이것은 나이들면서 변하게 된 취향인데, 어쨌든 저는 따뜻한 커피가 좋습니다. 좀 전에 회사동료가 준 일회용드립을 내려 마셨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일회용 드립은, 물을 붓기 바로 직전에 향을 맡으면 뭔가 천국 같은 기분을 선물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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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2-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하는 생각이 거기서 거긴가봐요 ㅋㅋㅋㅋㅋㅋ 동생이 제가 들고 있는 <심플 플랜> 보자마자, 소설이야??? 자계서인줄.. 이라고 했어요 ㅋㅋㅋㅋ 근데 진짜 심플 플랜 페이퍼를 써야겠다......

다락방 2022-02-10 12:09   좋아요 1 | URL
2010년 페이퍼에 2022년 댓글 달렸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2-10 12:35   좋아요 0 | URL
나 잼께 읽은 건 다 찾아봄ㅋㅋㅋㅋㅋㅋㅋㅋ 남들도 재밌게 읽엇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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