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욕심과 질투와 사랑과 자책과 시기와 웃음과 욕망과 눈물과 한숨과 의심이 시도때도없이 마구 마구. 비밀이 쏟아지는 낮과 밤. 욕심을 버리면, 다른것들도 자연스레 없어지게 될까.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http://image.aladin.co.kr/product/64/13/coveroff/8954601308_1.jpg)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하지 말자. 그러자. 나는 그저 세컨드.
첫사랑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 버렸다
쉿, 나의 세컨드는 이란 시가 내내 생각나는 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페이퍼를 쓰기 위해 책 검색을 하는데 자꾸만 시집의 정보가 없다고 나온다. 대체 왜, 이 제목이 맞는데, 왜, 라고 다시 자세히 내가 입력한 제목을 보니 '쉰, 나의 세컨드는' 이라고 써있더라. 하아- 쉰살에 세컨드를 맞이했다는거니, 뭐니.
오늘은 아주 뿌리째 흔들려 주겠다. 언제나처럼 수퍼에고를 불러내서 술꼬장은 부리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지. 술꼬장도 부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다니, 술꼬장 쯤 부리면 어때서. 어쩐지 한심하네.
시장에 수박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