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욕심과 질투와 사랑과 자책과 시기와 웃음과 욕망과 눈물과 한숨과 의심이 시도때도없이 마구 마구. 비밀이 쏟아지는 낮과 밤. 욕심을 버리면, 다른것들도 자연스레 없어지게 될까.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하지 말자. 그러자. 나는 그저 세컨드.
첫사랑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 버렸다
쉿, 나의 세컨드는 이란 시가 내내 생각나는 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페이퍼를 쓰기 위해 책 검색을 하는데 자꾸만 시집의 정보가 없다고 나온다. 대체 왜, 이 제목이 맞는데, 왜, 라고 다시 자세히 내가 입력한 제목을 보니 '쉰, 나의 세컨드는' 이라고 써있더라. 하아- 쉰살에 세컨드를 맞이했다는거니, 뭐니.
오늘은 아주 뿌리째 흔들려 주겠다. 언제나처럼 수퍼에고를 불러내서 술꼬장은 부리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지. 술꼬장도 부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다니, 술꼬장 쯤 부리면 어때서. 어쩐지 한심하네.
시장에 수박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