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님! 어제 신문을 보다가 사고 싶어져서 보관함에 넣은 책은 이것입니다.
[경향신문] 2010년 02월 05일(금) 오후 05:37
매직 토이숍…앤젤러 카터 | 창비
영국의 페미니즘 작가 앤젤러 카터(1940~92·사진)의 대표작 <매직 토이숍>이 출간됐다. 카터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며 다양한 장르를 혼종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고딕소설, 판타지, 동화, 신화, 공상과학 영화 등 다양한 요소를 뒤섞어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억압을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불린다.
카터의 출세작이 된 <매직 토이숍>은 마법과 같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비트는 작가의 장기를 잘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사춘기 소녀의 고통스러운 성장을 그린 소설은 동화와 신화적 주제나 상징을 통한 초현실적 요소를 이용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섬뜩하게 그려냈다. 95년 주인공의 이름을 딴 <멜라니>란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소설이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다섯살 소녀 멜러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사춘기의 멜러니는 ‘여성’이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행복한 상상에 젖는다. 한밤중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몰래 입고 정원으로 은밀한 모험을 감행한 멜러니는 실수로 문을 잠그는 바람에 몰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를 입고 웨딩드레스는 갈가리 찢기고 만다. 자신의 피로 얼룩져 찢긴 채 엉망이 된 웨딩드레스. 그것은 멜러니의 행복한 상상이 산산조각났음을 알리는 전조와 같다. 다음날 멜러니에게 부모가 여행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멜러니는 두 동생과 함께 런던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고 있는 외삼촌 필립의 집으로 가게 된다.
필립의 집은 음산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다. 잿빛 런던, 금방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두컴컴한 집에서 멜러니는 ‘푸른 수염의 사나이’를 떠올린다. 필립은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부장적이고 포악한 인물이며, 그의 아내 마거릿은 다정다감하지만 결혼식 날부터 벙어리가 되어버린 여인이다. 마거릿의 두 동생 중 하나인 핀은 더럽고 천해 보이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며 멜러니에게 치근덕거리고,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던 프랜은 자신의 누나와 은밀한 관계를 가져왔음이 밝혀진다.
필립은 가부장의 폭력을 상징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주는 인물로 가족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려 든다. 여자들에게 바지를 못 입게 하고, 아내에게는 목을 꼭 죄는 은목걸이를 족쇄처럼 채운다. 멜러니에게는 연극에서 백조로 변한
제우스에게 강간당한 뒤 아폴로와 아프로디테를 낳는 레다 역을 시킨다.
멜러니는 “이게 나일 리가 없어. 진짜의 나는 아니야!”라고 자신을 부정하면서도 가출한 소녀가 되는 상상이나 핀과 연애놀음을 연기하면서 현실을 버텨나간다. 멜러니는 필립이 강요하는 여성상을 따르면서도 현실과 부딪치며 갈등을 일으키는데, 소설은 폭력적인 남성과 꼭두각시처럼 복종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가부장제를 비판한다. 여성성 역시 연극 무대에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게 되는 허구의 규범일 뿐임을 보여준다.
카터는 동화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다시 쓰는 작업을 벌이기도 해 최근 그가 쓴 세계 동화집 <여자는 힘이 세다>가 국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20세기의 페미니즘 소설이 자칫 낡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은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내면과 성장 과정을 그린 보편적 성장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한 영국의 인기 팝가수 미카(Mika)는 카터의 <매직 토이숍>에서 영감을 얻어 청소년기의 꿈과 불안을 노래한 ‘We are golden’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미니즘 작가의 책이라고 하니 Arch님이 읽으셔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아직 읽어본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지막에 빨간글씨 인용처럼 MIKA 가 [We are golden]를 만들때 이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더더욱 관심이 가는 책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