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니코 신부님. 베네치아에서는 친구와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저도 압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돈은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라면, 이 의무를 면제해줄 만한 이들이 있지요. 신부님 말씀대로 여기저기 말만 하면 검은 모자를 쓰고 더이상 괴롭힘당하지 않고도 다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다면 제 신도들이 겪는 삶을 모르게 되겠지요. 저는 신도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딸들을 시켜 벨벳 모자에 비단실로 수를 놓게 할 정도의 사치는 누리고 싶지만, 법은 지킬 겁니다. 한 인간의 가치는 머리에 쓰는 것에서 나오는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붉은 모자든 검은 모자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어느 것도 제 정신을 가릴 수는 없으니까요."-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