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수강 신청이 끝났을 때를 기억한다. 상상도 못 했던 신청 절차에 놀라고 종일 눈치 게임을 하느라 막판에는 다들 녹초가 됐다. 처음이라서 오리엔테이션을 겸하느라 오래 걸렸겠지,
설마 수강 신청을 할 때마다 이럴까 했는데 정말 일곱번 다 이렇게 했다. 그나마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 회의로 바뀌었기에 망정이지, 그전에는 강당에 모여 종일 이런 의식을 치렀단다. 한국인이라면 치를 떨 만한 비효율적인 광경이다. 대체 왜 온라인 선착순 접수로 하지 않는 것일까? 온라인 선착순은 사양 좋은 컴퓨터나 빠른 인터넷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남보다 빨리 움직여서맨 앞줄에 서는 것을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부자유하거나 노동시간이 길어서 맨 앞줄에 서고 싶어도 설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선착순은 공정하지 않다. - P57

독일은 교육 시스템은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핵심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적어도 교육 기회만큼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엄격히 지켜지는 나라다. 1970년대부터 대학 등록금이없어졌고 덕분에 나같이 외국에서 온 늙은 학생도 독일 대학에서공부할 수 있었다. 2022년부터 4년 동안 나는 매 학기 교통권과학생회비로 320유로, 한국 돈으로 50만원 정도를 내고 수업을 들었다. 부모 소득이 많지 않은 대학생과 직업교육생들은 교육과정을마칠 때까지 독일교육지원법BAG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 이름은교육 지원금이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돈의 절반은 상환할 필요가 없는보조금이며, 나머지 절반은 무이자 대출로 학업을 마친 후 갚으면 된다. 미국이나 한국 대학생들이 지게 되는 어마어마한 학자금 빚과 비교하면 규모와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 P58

들린 사실을짚어두어야 한다. 젊은 무슬림 남성 피난자들이 다수인 이유는피난에 돈이 많이 드니까 집안을 이을 젊은 남자가 우선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피난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말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징집이나 체포 대상이기 때문이고,
또 생사를 넘나드는 피난길에서 그나마 젊은 남성들이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 혹은 ‘무슬림 남성‘이 - P71

많은 이주자 부모들이 언어로 차별받은 경험 때문에 특히 아이들의 언어교육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부모를 차별하는 말들까지 통역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언어는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지식이 아니라 자신과 부모를 찌르는 흉기다.
차별의 말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의 세계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차별하는 자와 당하는 자, 둘로 찢긴다. 어떤 아이들은 ‘온전한 독일인‘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독일어로교육받은 아이는 독일인들의 세계에 속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부모와 함께 여전히 이등 시민의 자리에 붙잡혀 있다. 아이의 사회적 얼굴은 엄마와 함께 책상에 눌려 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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