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록에 어머니는 성 브렌던 병원 외래 진료 환자이며, ‘조현증으로 사료된다‘라고 쓰여 있다. 아버지는 조울증의 상태에 따라 외래 진료와 입원을 반복했다. 두 분모두 중독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처방 약에, 아버지는 강박적 도박 유혹에 말이다.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두 분은 나쁜 사람들이 아닌 아픈 사람들이었다. 이런단순한 사실들로 눈물을 자아내고 싶지는 않다. 성매매에 유입되기 바로 전날까지도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해로우면서도 우울하고 파괴적인 생활 방식에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그 사실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할 뿐이다. - P29

인생은 참여적인 경험이어야 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소외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의 유일한 역할이 관찰자라고 믿을 수도 있다. - P31

나의 환경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 생각은 옳았지만, 내가 그 그릇됨의 한 부분이었다고 믿은 것은 실수였다. - P48

밤새 잘만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맥도날드 매장이 아침식사 메뉴인 에그 맥머핀를 팔려고 새벽에 문을 열자마자 들어갔다. 적어도 화장실 칸에 들어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면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 잠이 깼고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들어온 직원에게 쫓겨나면서 노숙을 통해 겪을수 있는 절실하고도 가장 깊은 상처를 경험했다. 그건 바로 외로움이었다. 내 존재가 전혀 쓸모없다는, 모든 상황과 장소에서 내 존재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경험이었다.
노숙인은 어디를 가건 환영받지 못한다. 노숙자는 사회적 의미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없고 필요 없는 자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사람, 추방된 자, 외부인이며 자신과 함께 짊어지고 다녀야만 하는 그들의 몸은 어디를 가든지 침입이 되어 환영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이다.
불필요함이 신체로 구체화되었다. 모든 노숙인들이 그렇다. 피할 수 없다. - P84

성매매 옹호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성인들 간의 합의‘라는 말이다. 그 단어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있다. 첫째로, 진면모를 알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 합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성매매 유입 전에 정확하게 성매매를이해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어떨지 추측하고 동의할 뿐이다.
둘째로, 성매매되는 많은 자들의 경우 성인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성인과의 성관계에 ‘합의할 수 있는 위치에있지 않다. 또한,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비율이 나처럼최초 성매매에 ‘합의‘ 하였을 당시 성인이 아니었다.
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기에 이 이야기들을 기록하기가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이 기억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 P97

‘삶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생계 수단은 성매매뿐이라고느끼게 될 때까지 성매매에 완전히 빠져들기에 나는 성매매에 ‘잠식되었다‘라는 표현을 쓴다. 불법적 일을 모두 ㄱ험해보지는 않았어도 이 말이 눈에 띄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다른 일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는 안다. 은행 강도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에게 이것이 얼마나 낯선 개념일까? 그가 통합되고 싶어 하는 사회는 결국 은행을 포함하는데 말이다. 불법적인 돈벌이 방법들은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을 사회가 용납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항상 반대되는 자리에 위치시킨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구별된 삶이 있다. 사회적으로 용납이 가능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으로 나뉘는데 후자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그 두 삶 사이의 간극을 충분히이해할 수 없다.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이 두 가지 세계는엄청나게 다르다. - P108

열다섯 살을 ‘어린이‘로 부르는 것이 가능한가? 가슴이발달하고 클리토리스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여성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10대 초반의 아이들과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을 향한 성적 관심을 구별 지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항상 수상히 여겼다.
가슴과 생식기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슴은 이미 열다섯에 충분히 자랐고 클리토리스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는 접힌 피부들 뒤에 있는 그것이 클리토리스인지도 몰랐고, 자위는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인처럼 선택과 결정 들을 내릴 수 없었다. 누구든지성인기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성인이 되는 정말중요한 분기점은 가슴이나 생식기가 아니다.
물론, 그 모든 세월이 지나고, 엄마가 된 지금의 나는열다섯 살은 아이라는 사실을 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당시 아이였던 나의 이미지와 여전히 씨름한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내 아이가 당시의 나와 같은 나이가 되고 난 이후로 그 이미지를 외면하기 더 어려워졌다. 불가피하게 비교를 하게된다. 아들이 열다섯에 얼마나 어렸는지, 세상을 상대할 준비가 얼마나 안 됐는지를 생각한다. - P111

어떤 여성들은 포르노에 반대하지 않지만, 나는 반대한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포즈를 취한 채로 사진 찍히는 경험을 해봤기에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산업 안팎으로 여성을 막대하게 훼손하는 모욕적이고 착취적인 산업이다. - P126

엄청나게 춥고 지저분한 지하에서 우리가 한 일은 거리에서와 같았다. 그 상황이 그나마 나았던점은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먹을 음식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우리 삶에서 명백하게 유일한 ‘힘 실어주기’였다. 나와 같이 그곳에 있었던 열입곱 살 소녀 한 명(아동 성학대 생존자)은 집주인이 그 아이와 계속 잠자리를 시도했기 때문에 임신해서 집을 떠났다. 그 아이는 나이 든 남자들한테 계속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돈을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도달한 공통의 결론이었다.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카메라 반대편에 서봤기에, 솔직히 말해 현재 포르노를보는 습관이 있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고, 맺을수도 없다. 포르노를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그렇지 않다고 설득하려는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말라고충고해주고 싶다. 인간됨을 지키는 일은 때때로 무엇을 수용할지에 대한 경계를 세우는 일을 필요로 한다. 나는 스트 - P127

성매매 여성은 성폭력이 상존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성구매자들은 번번이 성폭력을 행사하는데 경험상으론 구매자들 다수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믿고 싶어 하지않거나, 아예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성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을 즐기지 않으면서 성매매 여성을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성매매에서 성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그저 폭력을 사용하지 않거나 성매매에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있다. 다음으로는 폭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근절하지 않는 부류이다. 또 다른 부류는 폭력이 존재한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 그 사실로 인해 크게 성적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이 마지막 부류의구매자들을 그들이 알게 모르게 분출하는 자아감 때문에구분할 수 있는데,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주파수를 내보내지만 악을 행하는 사람은 어둡고 악한 주파수를 - P168

내보낸다" 라는 일본인 과학자이자 저자인 마사루 에모토의 글에서 잘 표현된 바 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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