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5-12-30  

깊은 밤
전 밤이 깊었다는 말을 좋아해요.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밤이 아주 깊고 깊었다... 어쩐지 검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전 아직 조금 아픈 것 같애요. 아니 전 더 아파야 해요. 그래야 스물 여덟이 되지요. 그래야 내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테고 내년에는 성공도 해야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음 그리고 .... 사실은 요즘처럼 응석을 부리는 나날들이 없었던 거 같애요. 집에 돌아오면 엄마 가슴에 안겨 한참 그러고 있어요. 시집갈 준비에 바쁜 언니를 붙들어 앉히고 한참 그러고 있어요. 친구를 만나면 손가락을 꼬옥 잡고 놓아주질 않아요. 다락방님의 서재에 와서 제 이야기만 늫어놓다 가겠지요. 하지만 내년부터는 나아질게요. 전 나아질 거에요. 며칠밖에 안 남았어요. 눈 감았다 뜨면 전 싹 다 나아있을 거에요 그리고 제 좁은 다락방에도 별빛은 스며들겠죠. 제가 없는 동안에도 누군가 제 공간을 찾아와 따스한 손길로 이름 적어주신 그 순간을 가슴 깊이 담아놓겠습니다. 다락방님은 제 마음의 시원한 바람부는 창가에 계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다락방 2005-12-3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해요.
이 긴 글이 아니어도, 오즈마님이 제 흔적을 발견하셨다는것 만으로도 제겐 충분했어요.

아픈게 다 나아서, 이제 꼬물꼬물 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될 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기다릴게요.

여기 있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