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공동체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이 말하지 않고도 전달되어야 했고 너무 많은 감정이 그저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로맨스 혹은 사랑으로 시작한 것이 가족만큼 무거운 것이 되어선 안 된다는 비명을 엄마는 평생 질렀다. 아빠는 그 비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로맨스에 납치당해 삶을 걸머진 여자가지르는 크고 작은 비명을,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가 당연히 하는 잔소리나 푸념 같은 것이라고 온 세상이 이해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왜 이렇게까지 삶이 무거운지, 미래가 두려운지, 실체도 없는 불특정인에게서 꾸중을 듣거나 경멸을 당할 거라는 환청을 들으며 사는지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 그렇게 사니까 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세월을 보내고 나서는 다음 세대에게도 다그렇게 산다’는 주문을 반복했다. 정확한 대상도 없는데 속도는 너무도 빠른 분노와 더께가 얹힌 억울이 질안 공기에 항상 흘렀다. 그걸 배운 나도 주변에 화풀이를 했다. - P56

나는 혼자 살기 전까지만 끊임없이 연애를 했다. 나의 안전이 온전히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실감한 후에는 남자와의 연애를 그만두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로맨스의 기억들이 전생의 것이라는 듯이 나는 연애를 끊었다.
연애에 몰두하고 관계를 얻고 잃을 때마다 도파민이 온몸을 감아 나를 밀어올리는 경험만큼이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고통이 극심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 나니 냉정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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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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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1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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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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