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가고 싶어 한 것은 창원에서의 삶이 아니었다. 바로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있던,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는 안온한 생활이었다. 내가 자꾸만 매달리고 싶었던, 그곳으로만 가면 뭐라도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의 실체는 도망치고 싶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한 사람 몫의 삶이 너무도 컸고, 그걸 뒤늦게 깨닫고는 겁에 질린 것이다. - P21

평전 맨 뒤에 실리는 연보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인물의 행적과 행적 사이에 상당한 햇수가 생략된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사람은 이때 뭘 했지? 의아하기도 하다. 내 변변찮은 인생을 굳이 연보로 정리해 본다면 어떨까. 아마 대학원졸업과 취직 이후 몇 년이 그 공백 기간이 될 것이다. 원룸으로 독립하고, 분갈이 달인이 되고, 사내 동호회에서 악기를 배운 건 연보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럼 매달 칼럼을 쓰고,
매주 한 편씩 짧은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어떨까. 나는 넣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넣을 것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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