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2007년 5월 글입니다) 

   
  "촌스럽게. 제임스 본드라니. "
 "그땐 안 촌스러웠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이었어. "
 
   

 폴린 오스트로바는 죽었습니다-살해당한 여자의 망령에 사로잡힌 사람의 이야기라면 여러 장르에 걸친 여러 편이 존재하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블랙 다알리아]부터 [자루 속의 뼈]까지. 이 이야기는 [블랙 다알리아]를 물에 아주 엷게 탄 것 같기도 하고, 살짝 현실과 비현실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스티븐 킹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애초에 작가 이야기를 스티븐 킹만큼 많이 쓴 사람이 또 있겠어요?

 중년의 작가 샘 베이어는 문득 자신이 10대였을때 시체로 발견된 여자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합니다. 정확히는 그가 '시체를 발견한 여자' 입니다. 파블리나 '폴린' 오스트로바는 크레인스뷰의 아이돌이었습니다. 빨간 머리의 사랑스러운 그녀는 똑똑하고, 정열적이고, 독립적이고 분방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걸레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때는 50년대.  

   
   요컨대 오십 년대 미국의 자그마한 소도시에서 자라났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별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기르는 사람도 없었고, 반항이라고 해 봐야 고작 쇠고기 찜을 꾸역꾸역 한 번 더 먹는 정도였으며, 마약은 은밀한 루머로만 존재했고,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당장 호모라고 낙인찍혔다. 우리는 잘하든 못하든 스포츠를 많이 했다. 친구들은 조, 앤서니, 존 같은 이름이었다. 우리가 꿈꾸거나 열심히 작업을 걸던 여자애들은 대부분 열일곱에 신체적 정점에 올랐다가 결혼하는 순간부터 자기 엄마랑 똑같아 보이기 시작하는 여자들이었다.   
   

 아아.
 잘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은 사실의 안개에 섞여, 픽션의 단맛이 쫙 스며듭니다. 이야기는 달콤했습니다. 가끔 샘의 딸 카산드라 베이어(아무리 생각해도 이 캐릭터는 없어도 좋았습니다.)의 존재와, 샘 베이어가 베로니카와 주고받는 대화가 읽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데, 베로니카 레이크의 캐릭터에 이르면 그냥 읽는 사람의 인내심의 한계를 부수고 이제는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묘한 평정상태를 가져다 줍니다. 이 작가의 여자 캐릭터에는 좀 문제가 있어요. 


 

 본문의 묘사를 보면 저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지만 아니라고도 단정 못 짓겠습니다.실제로 샘 베이어는 닮았다고 한 마디 하기는 하는데, 입에 발린 말인지 농담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이 소설이 [블랙 다알리아]를 물에 엷게 탄 것 같다면, 이 소설의 히로인 베로니카 레이크는 '척 팔라닉 식 미친년'을 물에 엷게 탄 것 같습니다. 더 솔직히는 척 팔라닉 식 미친년을 소심한 오타쿠가 잘못 꿈꾸면 나올 것 같은 타입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프래니 맥케이브의 캐릭터를 보면 작가는 남자가 어떡하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지,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여자에 대해서는 그 경계가 어딘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뜯어보면 세부사항이 엄청나게 찌질한데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은, 단순히 취향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이게 작가의 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염려되는 것은 이 작가에게서 일종의 온다 리쿠가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크레인스뷰 3부작의 나머지 둘을 아무쪼록 빨리 보고 싶군요. 특히 프래니 맥케이브가 주인공이라는 [The Wooden Sea]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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