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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남자들 1 ㅣ 블랙 캣(Black Cat) 8
이언 랜킨 지음, 양선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역시 예전 블로그 글을 다듬어서 가져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래 읽은 추리소설 중에 제일 낫습니다. 이언 랜킨은 아마도 이걸로 처음인데 더 읽어보고 싶어서 몸이 비비 꼬일 정도로 훌륭합니다.
문제는 처음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건 작가의 의도인 거 같기도 합니다. 추리소설로는 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보를 전혀 주지 않습니다. 작품 초반에는 설마 상사에게 (별 이유도 없이) 찻잔을 집어던지고 경찰학교 재교육 과정에 끌려온 마초 문제 경찰에게 감정이입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읽다 보면 이 문제경찰은 슬그머니 빠져나가거나, 어디에 거는지 알 수 없는 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사이오반'이라고 읽기 딱 좋게 생긴 스펠링의 '쉬번Siobhan'이라는 여형사와 레버스의 관계가 분명치 못해서 짜증이 납니다. 와,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진짜 배려가 부족한 소설이네요. :]
어쨌든 저걸 무시하고 좀 읽어가다 보면 -그러니까 연관성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냥 읽다 보면- 뭔가가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일단, 레버스에게는 진이라는 애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일단 표면상으로 쉬번이 레버스의 애인이 아님도 확실해집니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굉장히 가까워 보이지요. 쉬번은 그냥 여자 레버스입니다.
읽다 보면, 작가의 배려 없음은 감정이입을 쉽게 하려는 장치였음이 밝혀집니다. 작가는 주인공에게도 가혹합니다. 상황에 대해서 레버스도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이 상황은 역시 독자에게 좀 더 가혹한데, 용의자가 숨기고 있는 것 외에 레버스가 숨기고 있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체스라는 구태의연한 비유를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은 정말로 큰 규모의 체스 게임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의지를 가진 채 체스말이 되는 건 얼핏 생각해도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겠죠. 그래도 그는 비교적 잘 해냈습니다. 쉬번도 잘 해냈고요. 살아남았다는것 자체로 말이죠. (불쌍한 클레버하우스...)
그런데 번역자가 [다 빈치 코드]의 그분이시네요. 선입견이 아닙니다. 읽다가 하도 뚝뚝 끊기기에 번역자 누구냐 하고 뒤집어본 거니까요. 한 대목 예시를 들겠습니다. 누가 제발 이 대목이 대체 뭐하자는 건지 저한테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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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스는 술을 따라 쉬번에게 잔을 건넸다. 그가 물을 권하자 쉬번은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술을 마셨다.
레버스가 물었다. "왜 그런 속담이 있지? 술이나 우정에 관한 거? "
"동병상련? " 쉬번이 눈에 장난기를 띠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동병상련을 위해서! " 레버스가 미소를 짓고 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동병상련을 위해서! 그게 없으면 우리는 시체죠? " 쉬번이 되받았다.
레버스는 쉬번을 바라보았다. "그 말은 병가지상사라는 뜻이렷다? "
"아뇨, 선배와 내가 벌써 쫓겨났을 거란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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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1. 어느 사이트의 통계에 의하자면 Siobhan이라는 이름은 1980년대에만 미국에서 좀 인기를 끌었던 모양입니다. (인기 이름 1000위권 안에 들어감) 그 시기에 활동하던 같은 이름의 팝스타라도 있었던 걸까요?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2.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경악했던 대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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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시리얼, 양쪽에 넣을 우유가 부족했다. 그래서 시리얼에는 차가운 수돗물을 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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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라면 반대로 하지 않을까요...
3. "미리 말해 두겠는데 자네가 풀장으로 뛰어들면 난 부엌에서 토스터기를 가져올 거야. "
4. 저만 몰랐는지, 아니면 이게 스코틀랜드에서만 쓰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왜...영화 같은 데서, 강력계나 FBI 부서 벽에 빽빽하게 사건 자료 붙여놓은 거 있잖습니까. 그걸 '죽음의 벽'이라고 한대요...
5. 쉬번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서장님입니다. 위에 말한 '죽음의 벽' 앞에 서서 하루종일 멍하니 보고만 있는 형사에게 : "벽에 들러붙어서 삼투작용으로 사건을 해결할 생각인가? "
6. Bowmore가 마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