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량의 상자 세트 - 전2권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 블로그 글을 좀 다듬어서 가져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우부메의 여름]보다는 훨씬 나을 걸 직감했었는데, 역시 훨씬 낫군요. 게다가 [살인자들의 섬]만큼이나 불쾌하고, 그 점이 아주 좋네요. : ) 광인의 머리 속이 아니라 몸 속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 듭니다. 실은 처음에 이 시리즈를 읽을 때는 쿄코쿠도가 말이 너무 많은 점을 못마땅해 했었는데, [광골의 꿈]을 읽고서 바닥에 엎드려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 떠드는 내용이 영양가가 없어도, 지나치게 투명해도, 쿄고쿠도는 떠들어야 합니다. 잘못했어요!

 쿄고쿠도의 담담함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어찌나 장황한지, 부풀리고 부풀려서 터지기 직전의 베개 같아요. (그리고 저 문장을 쓰고 보니 [우부메의 여름]의 클라이막스가 떠오르는군요. -_-; ) 이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장황하게 할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고, 매드 사이언티스트도 별로 재미없었고, 공포나 경악의 감정을 자아올리기 위한 반복적인 묘사들은 그냥 짜증났습니다. 후반부의 경박함은 초반에 인용되는 [상자 속의 소녀]와 너무 대조되어서 서글프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로서도, 매드 사이언티스트 클리셰 말고 나머지 부분은 다 좋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상권을 다 읽기 전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데, 뒤로 가면서 와글와글 다른 사건이 잔뜩 일어나 그 '실종트릭'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리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결국 미완으로 끝나 버린 단편 [상자 속의 소녀]의 아련하면서도 기괴한 이미지나, 그 바탕이 된 유즈키 가나코의 아름다움도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사실 저 이미지가 소설 한 권을 끌고 간 거나 다름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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