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 7권을 보다가 생각난 것은 다름 아닌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의 이름이었습니다. 보캉송의 소화하는 오리Canard Digérateur를 비롯한 여러 움직이는 인형들은 CMB에 등장한 '터키인The Turk'과는 달리 진짜 로봇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제가 이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AI를 공부해서가 아니라 매우 잡스러운 취미에 기인합니다. ^_^;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1709-1782)
(image from the Wikimedia Commons)


 다름이 아니라, 로렌스 노포크Lawrence Norfolk의 [랑프리에르의 사전Lemprière's Dictionary] 에서 매우 신비스러운 비밀결사의 일원으로 이 보캉송이 등장했던 거예요. 작가 로렌스 노포크는 실제 인물인 존 랑프리에르John Lemprière의 생에서 이 소설의 힌트를 얻은 모양인데, 이 인물의 생몰연도(1765–1824)를 보면 대략 보캉송과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소설에서 보캉송은 이미 나이가 들 대로 든 음침한 엔지니어이자 인형사로 등장하는데, 이 막가는 소설의 설정상 보캉송도 실제로 그가 했음직한 일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야기가 너무 뻘스러워질까봐 여기까지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는 피아노줄 비슷한 걸로 로보토미 비슷한 일을 해내고 그의 작품이자 환자인 전직 암살자의 의지를 콘트롤합니다. 이건 무척 뻘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이 책에는 저것 외에도 보캉송의 작품(이라고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들)인 기계장치들이 잔뜩 등장하고,
 저는,
 매혹당했습니다.

 사실 보캉송은 자동 직조기의 최초 발명자로도 유명합니다만, 분명히 말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일은 기계들로 세상을(*더 정확히는, 프랑스를) 이롭게 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고, '오리' 나, 플루트 연주자나, 탬버린 연주자는 그저 그의 쇼룸의 일부였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이 '장난감' 들이었다는 사실은 저나 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클 겁니다. 처음에는 미니어처 마네킹이었던 안티크 인형들처럼,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인간의 본능, '논다', '즐긴다' 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18세기에 자동인형을 꿈꾸었던 보캉송이나, 21세기에 보빈으로 레이스를 엮고 있는 제 친구나 양쪽 다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image from the Wikimedia Commons)

물론 보캉송의 오리는 진짜로 음식을 '소화' 하지는 않습니다. 나무조각에 가까운 작은 나무통에 음식을 넣어 삼키고 그 소화 과정을 조사했던 어느 과학자의 고통스러운 연구 과정에서도 잘 알 수 있지만, 소화 과정을 구현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리' 는 그저 머리를 숙여 음식을 쪼고, 그것을 적절한 처리를 거쳐 내보냈던 겁니다. 이래서야 그냥 우유 먹이는 장난감 인형에 푸드 프로세서가 붙은 것 뿐입니다만...보캉송 본인은 언젠가 진짜로 소화를 시키는 인형을 만들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사람.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이 집요한 페이지를 참조하시기를. 검색에 잡히기에 턱이 떨어질 것 같은 기분으로 보고 있었는데, 샵 링크가 보이기에 눌러봤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Trivia


(image from the Wikimedia Commons)

'터키인' 의 오욕의 역사에 대해서는 위키페디아를 참조. '터키인'의 제작자인 볼프강 폰 켐펠렌Wolfgang von Kempelen (1734–1804)은 판화 기술에 숙달된 사람이었고, 이 동판은 켐펠렌 본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