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아는 사람 중에 그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 제목을 보고 설마라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는데, 이 책은 정말로 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 가 살던 집에 대한 책입니다. 작가  케빈 맥더못Kevin McDermott은 80년대 중반에 배우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 고리를 만났고, 2000년 고리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집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게 됩니다. 이 책에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정리되기 전 '코끼리 집' 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에드워드가 살았던 당시 그대로의 모습, 그가 모으고 늘어놓고 정리하고 쌓아두었던 그대로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집은 취향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어떤 사람의 집이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고 여겨지는 것 이상으로, 이 집은 너무나도 Goreyesque합니다. 에드워드 고리는 이 집을 손수 구입하고, 몇 년에 걸쳐 마음에 드는 대로 수리하고 보수하면서(그는 비용 문제로 한동안 수리를 보류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집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고리는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독신으로 지냈고,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혼수상태로 있다 세상을 떠났으니 이 책에 담긴 것은, 그의 생활의 생생한 절편일 겁니다.


그는 마룻바닥이 내려앉을 정도로 많은 책에 둘러싸여 지냈습니다. 수많은 장신구를 벽에 걸어 보관했습니다. 그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의 팬이었습니다. TV를 보면서 자기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의 봉제인형을 꿰매고, 책을 읽으면서 운동용 자전거를 타고, 창문마다 아름답게 비치도록 색유리로 된 물건을 가져다 놓았지요. 문틀 위에 조그만 물건을 올려 놓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돌들을 주워 모으고, 그것들을 주의깊게 늘어놓고요. 그가 현관 계단에 올려놓았던 돌들은 이제는 치워졌을 겁니다. 그가 사랑했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책도 집만큼이나 Goreyesque합니다. 맥더못의 실내 사진과 설명 사이사이에는, 고리의 작품에서 인용한 친숙한 행들과 고리의 '코끼리' 그림들이 들어 있습니다. 표지에 씌어진 책 제목과, 각 챕터 제목-즉 방 이름-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원래는 그의 손글씨였던 바로 그 폰트입니다. 맥더못은 방을 설명하면서 그 방에 얽힌 고리의 유머러스한, 혹은 씁쓸한 일화들을 이야기합니다. 일화가 아니라 방 자체가 고리의 유머일 때도 있어요. 이를테면...이 집에는 Ball Room이라는 방이 있는데, 그게 정말로 들을 갖다 놓은 방인 거예요. 온갖 재질의. :]

 맥더못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의외일 정도로 감상적이 됩니다. 예전부터 '창밖을 바라보듯이' 창가에 세워져 있던 디킨즈의 흉상은,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이 집의 주인인 에드워드 고리의 모습이 됩니다. 창문에 비친 그 옆얼굴은 정말로 에드워드처럼 보여서, 그가 [The Object Lesson]의 마지막에서처럼 신비한 방식으로, 그 한 마디 "Farewell" 을 전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고요.

 이 사진은 책의 가장 마지막에 실려 있습니다. - 놀라운 일이에요, 4월의 녹색 위로 비친 그 옆얼굴은, 제게도 꼭 에드워드처럼 보였거든요. :]

Trivia

1. 케빈 맥더못의 홈페이지(링크)에서 이 책의 많은 사진들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대인배네요! :D

2. 이 집의 이름이 왜 Elephant House인가...회색 지붕널이나, 집의 크기 때문이란 말도 있고, 결정적으로 고리가 이 집을 샀을 때부터 있던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변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고리는 나중에 이 변기를 직접 테이블로 만들었다고요. 책에는 그 변기...아니 테이블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3.  이 책의 서문을 쓴 사람은 존 업다이크John Updike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건 트리비아가 아니다!)

4. 고리 자신과 그 사촌들에게서 [미치광이 사촌들The Deranged Cousins]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군요. (...)

 

5. 엘리펀트 하우스는 현재, 일종의 에드워드 고리 박물관으로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근처에 가실 일 있으시면 들러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홈페이지는 여기 입니다. 
 위키페디아 에서 외관 사진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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