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어떨까 깔작대던 끝에 결국 읽게 된 책이기는 한데, 일단 책의 모양새부터 좀 짚고 넘어갑시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188*122mm의 작디 작은 책에, 내용물이 악명 높았던 아무개 출판사의 초기 하드커버 정도 헐거운 조판으로 318페이지, 그리고 하드커버로 3권인 겁니다. 하드커버 세 권을 겹쳐 놔도 저 출판사의 700여페이지짜리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한 권의 두께가 될까말까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페이퍼백으로 500페이지가 될 거 같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뽑은 거지? 평소 좋아하던 출판사라 좀 실망이 크군요. 어떤 분은 리뷰에서 이걸 10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라고 언급했던데, 그래, 그거야 사람 마음이지만...OTL

내용은 몇 가지 결점이 있지만 기대 이상의, 상당한 수준입니다. 발상은 기발하고 흐름은 게임처럼 경쾌하며(한 챕터가 마무리된다는 기분보다는 한 스테이지가 끝났다는 기분이 더 강합니다)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처음 설정을 듣고는 단번에 스티븐 킹의 [멈춰버린 시간 The Langoliers]을 떠올렸는데, 작가는 본문 속에 이 이야기를 언급함으로써 '이런 생각을 해낸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란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발상 하나에 목숨을 거는 그 많은 미스터리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영리해요. :D

사건의 진상은 쉽게 읽힙니다. 이게 단점이 될 수는 없어요. 단서도 충분하고 비겁한 플레이도 안 합니다. 인물의 정체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는데,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뜻밖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미스터리 자체로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몇 가지 결점이라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소설을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 만한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처음 당혹과 수치로 몰아넣었던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와 캐릭터 '츠지무라 미즈키'의 관계는, 본문 중에서 충분히 변명되었으므로 제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저 트릭을 높이 치고 싶은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내용이, 연출이, 학생을 벗은 사람에게는 부끄럽습니다. 무엇보다 가끔은 식별도 불가한 등장인물의 수가 그렇게나 많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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