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꽤 기대했었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군요. 일단 이 시리즈 두 권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어설퍼요. 작가와 번역을 거쳐 후기까지 전부 다. 캐릭터와 설정에 사건의 세부까지 전부 다. 일단 캐릭터에 설득력이 꽝입니다. 고바토의 성격은 그렇다 치고, 오사나이 쪽은 꽤 특이하면서도 주변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인데...아니, 가졌다고 추정되는 캐릭터인데, 작가는 이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진짜로 이런 애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요. 좀만 관찰해 봐도 알 것을...
일단, 그 '소시민' 타령은 쓸데없이 철학적이고, 별로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이건 전에도 얘기했던 "초인에 가까운 캐릭터를 설정하고 약점이라고 설정하는 것이 '그는 여자에 약했다' 수준인" 짓입니다. 그들을 붙들어매는 장애요인으로 성공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두 번째는 '여자아이 묘사'에 완전히 실패하고 만 점입니다.
고바토가 '나는 그런 건 좋아하지 않아, 잘 못 먹어' 라고 할 정도로 극히 단 과자를 좋아하는 오사나이가 쫓아다니는 과자점의 물건 묘사 중에 그렇게 단 과자는 없습니다. 그야 그 가게들이 다들 무시무시하게 달다는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딸기 타르트나 치즈케익은 그렇게까지 달지 않잖아요. '초심자 코스' 랄까, 단것을 진짜로 밝힌다면 안 먹는 종류에 오히려 더 가까울 텐데요. 그 쪽에 중점을 두어서는 곤란했습니다. 게다가-이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 할 말입니다만-그 대망의 1위 파르페의 묘사는 기가 찹니다. 나라면 공짜로 줘도 안 먹어요, 그거. 작가는 단 것을 싫어할 뿐더러 주위에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단 것 좋아하는 사람 본 적도 없는 게 분명합니다. '흠~' 하고 생각한 걸 그냥 옮긴 것 같아요. 거기다 번역자의, 단것을 포함한 소녀문화에 대한 무지가 겹쳐져 사태는 그야말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게다가, 오사나이 유키의 룩은 문자 그대로 패션 빅팀입니다. 이 점은 오히려 이해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가끔 유행에 휩쓸려 패션 빅팀이 되고 마는 것소시민의 삶의 일부기도 하니까요. 아니면, 고바토의 눈에 문제가 있다고 해 버리면 그냥 끝나는 문제긴 합니다. 그런데 그가 '시원한 하늘색 원피스에 소맷부리에 레이스가 달린 흰색 볼레로'가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차림이라고 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눈이 삐었다는 설정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솔기가 나달나달 닳은 갈색 재킷에 일부러 찢은 청바지, 낡은 운동화에 가죽모자'는 '복숭아 색 탱크톱에 흰색 볼레로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크림색 진을 입고 볼륨 있는 가죽모자(볼베?!)를 쓴 것' 보다 훨씬 멀쩡한 차림입니다. 심지어 전자는 어떤 장르마저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고바토는 전자는 쇼킹하고 후자는 그렇게까지는 쇼킹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런 걸 '불량소녀 분위기' 라니, 저건 어느 모로 보나 교복 이외의 것을 입고 외출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애가 대강 주워입은 옷이잖아!

또한 제게 묻는다면 '짧은 청바지와 셔츠에 나달나달해진 가죽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쓴 것'이 같은 옷에서 '가죽조끼 대신 청조끼로 바꾸고 머리를 고무줄로 비대칭으로 묶어 올린 것(청간지가이?!)'보다 훨씬 덜 부끄럽다고 답할 겁니다. 고바토는 후자가 덜 부끄럽다는군요. 저는 여기서 이 책이 혹시 90년대에 나온 것이 아닐까 잠시 출간년도를 뒤져보고야 말았습니다. 불행히도 아니더군요. 그냥 작가 주변에 여자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곤란합니다, 생활이 중점인 코지 미스터리 주제에 이렇게 온갖 곳에서 턱턱 걸려 넘어져서야. (제가 보기에는 이 중 어느 누구도 21세기 고교생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코지 미스터리보다는 청춘 소설로 즐겁게 읽힌다는 평이 많더군요. 그러니까 이 보송보송한 청춘의 묘사에 중점을 두어 달라는 항의에 대해서는, 제가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청춘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더이상 싫을 수가 없지.

여기다 권말 해설을 쓴 고쿠라쿠 톰보는 [Q.E.D]에 대해 "주인공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도 살인 사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아아, 이걸로 여기까지 그저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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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9-1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안 되지만 리뷰에서 에피님의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막 웃었습니다.
단 걸 정말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 말하자면 커피빈의 '초콜릿 무스'쯤은 되은 되어야 단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딸기 타르트나, 치즈케이크는 전혀 달지 않아요. 만약 거기에 설탕을 퍼부어 만드는 케이크집이 있다면 전 절대 그 집 안 갈 겁니다.-_-;

eppie 2008-09-19 10:23   좋아요 0 | URL
아니...상당 부분 (비)웃자고 쓴 글이기도 하고요. -_-;;;
단 걸 좋아하신다니 제가 쓴 표현을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딸기 타르트나 치즈 케이크는 정말 초심자 코스라는 느낌이잖아요? 저도 어지간히 과자를 밝히는 탓에, (실은 너무 밝히는 탓에) 감각이 좀 다른 사람과 다른가 싶어서 확인사살 차원에서 이 이야기를 주위에 몇 번 했었습니다만...달 리가 없잖아요. ㅠ_ㅠ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고의 초콜렛 무스가 꽤 달죠. 화이트초콜렛을 포함한 3종 초콜렛을 포개서 맛을 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