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읽고 블로그에 올렸던 리뷰를 꺼내옵니다.


  감상부터 말하라면 '뭐 이런 책이 다 있담' 입니다. 잡게 되면 이거 휙휙 넘기느라 다른 일을 전혀 못 하게 되기 때문에, 그걸 피하기 위해서 하루의 마지막에 아껴 보게 돼요.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3시, 4시를 넘기는 일이 왕왕 발생했으니...요 며칠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건 다 이 책 탓입니다. :(

구명뗏목에 실려 위스타드 해안으로 떠밀려 온 시체에서부터 출발한 사건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시체들의 국적은 라트비아인이었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진지하고 성실한 라트비아인 리에파 소령과의 만남이 발란더를 결국 라트비아의 리가로 이끕니다. 이번 책에서 발란더는 훌륭한 스파이입니다. 영화로 만들었을 때 대중적으로 가장 어필할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Steget Efter]같은 변태물(...)이 아니라 이 [The Dogs of Riga]가 아닐까 생각해요. :D

따라서 마틴손이나 스베드베리 등 동료들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적고 발란더의 라트비아 스파이 액션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도 가끔가다 나오는 마틴손의 언행은 그 마틴손 캐릭터가 여기서부터 정립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뜸들러에 포에머에...^ㅁ^;) 가장 놀랐던 건 후의 작품에도 종종 언급되는 발란더의 이 라트비아 여행이 모든 동료들에게 비밀이었다는 점인데 하긴 경찰관이 가짜 여권으로 남의 나라에 가서 미행당하고 차 훔치고 사람 패고 총격전 일으키고 경찰서에 잠입했던 걸 어떻게 말하고 다니겠어요. 그래도 나중에 안-브리트한테는 말해 줘도 좋았을 텐데...말했던가?!

그 다음으로 놀랐던 건 리에파 소령이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이었습니다. 근시에 작고 구부정한 헤비스모커라고 묘사되는데 왠지 [Steget Efter]의 영화판에서 스베드베리 역을 했던 사람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을 것 같더군요. 리에파 소령은 성실함이 매력이 되는 종류의 캐릭터로 그의 성실성의 대상은 바로 라트비아와 라트비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물론 그 성실함이 그의 죽음을 불렀지요. 이 이방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홀딱 반한 발란더는(...) 그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라트비아로 가서 리에파 소령의 아내를 만납니다. 이후에 계속 발란더의 걸프렌드로 등장하는 바이바 리에파와의 첫 만남인데, 솔직히 이후의 언급이 없었더라면 매번 하나씩은 등장하는 '이번 권의 여자' 중 하나(본드걸이냐...)로 생각할 뻔 했습니다. 계속 반했다고 껄떡거리기는 하는데 발란더...앞 권에서 아네트 브롤린 검사한테는 안 그랬냐...ㄱ-

그래도 바이바 리에파는 이론의 여지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 시리즈의 특성상 결코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의 눈으로 보면...^_^; 실은 발란더가 안-브리트 회그룬트의 타입에 질색하는 걸 보고 발란더 취향은 포동포동한 브루넷이구나 생각했었는데, 바이바 리에파가 두 번째 등장해서 '모피 모자'를 벗었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순간 어째서인지 메건 멀랠리Megan Mullally(라기보다 제가 그 순간 떠올린 것은 [윌 & 그레이스Will & Grace]에서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 캐런 워커입니다)가 떠올라 버려서 이후로 내내 좀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버전의 메건 멀랠리라면 좀 비슷할 거 같기도 한데...테크니컬 라이터이자 엔지니어를 연기하는 메건 멀랠리를 생각하며 하악하악 하는 건 저뿐인가요? 설마.

에...재미있었습니다. 정말로. 발란더가 처하는 곤란함의 강도도 높고(*) 상황의 혼란함도 장난이 아닌데도 의외로 선악의 구별이 확실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드물게 끝이 상쾌했습니다. 발란더야 바이바 리에파한테 크러쉬하든 말든. (...) 다른 캐릭터들도 무척 매력적이고 헤닝 만켈은 대체 인간을 어디까지 관찰하고 다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키리노 나츠오 이상으로 피하고픈 사람. -_-;


지도를 찾아봤더니 라트비아는 스웨덴에서 정말로 '바다 건너 바로' 로군요. 그런데 비행기로 가려면 헬싱키까지 갔다가 갈아타야 하다니...OTL 리가는 Baltic States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는데 사진을 대강 보면 동유럽 구시가 특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발란더가 혼란스러워 했던 대로 대학도 실제로 여러 개 있다고 합니다.

위키페디아에 의하자면 리가는 일본의 고베, 미국의 프로비던스와 자매결연 도시라고 합니다. 스웨덴은? 스톡홀름과 노르쾨핑.
한국과 라트비아 사이에는 미미한 국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웨덴 대사관이 라트비아쪽 업무까지 보고 있는 것 같군요. 외교통상부의 정보에 의하자면 라트비아에는 재외동포 7명, 구소련계 고려인은 약 200명 거주중이며 한국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

(*)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다들 발란더가 뭔가에 말리는 걸 보려고 이 시리즈 보는 거 맞죠? ;ㅁ; 주인공을 이렇게까지 '일상적인' 난감함에 처하게 하는 시리즈가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까멘스까야나 모스 형사도 잡을 폼은 다 잡는데...척 팔라닉은 한 권씩이기라도 한데...T^T
솔직히 경찰서 문서실에서의 그 장면은 정말 좀 그랬습니다. 발란더...어디까지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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