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저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를 읽고 질질 짰던 스티븐 킹 팬입니다만, 사람들과 스티븐 킹 얘기를 하면 전 좀 쫄아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장편이건 단편이건 간에 제가 좋아하고 높이 치는 애들은 좀 인기가 없어서,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사람도 있고요. 부끄럽지만(언제 이 부끄러운 감상적 취향 특집을 거하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늘어놓자면 장편은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 [데스퍼레이션Desperation],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Hearts in Atlantis], [로즈 매더Rose Madder]에다, 하나 더 넣는다면 [캐슬록의 비밀Needful Things]입니다. (여담이지만 싫어하는 것은 다크 타워The Dark Tower 시리즈. -_-; ) 중,단편은 대개 다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선호순위가 좀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고무 탄환의 발라드The Ballad of the Flexible Bullet], [뗏목The Raft], [딸기봄Strawberry Spring], [때때로 그들은 돌아온다Sometimes They Come Back]등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이 [The Man Who Loved Flowers]입니다.
이 소설이 실린 단편집 [Night Shift(1978년작)]의 황금가지판 번역본 기준으로 하자면 이 소설의 제목은 [꽃을 사랑한 남자]입니다. 원제를 가급적이면 충실히 번역하는 걸 가장 선호하는 제가, 그래도 다른 타이틀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아마 이것이 최초로...제가 좋아하는 번역제는 [젊은 날의 사랑] 입니다. :] 제가 이 소설을 처음 본 단편집에는 이런 제목으로 실려 있었어요. 전형적인 킹 식 무덤덤한 제목인 원제가 가진 힘이나 효과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치정이 소용돌이치는 소설에는 저 제목이 더 어울립니다.
저 제목은 이 단편의 인상적인 마지막 문단에서 유래합니다 : 중년의 부부가 자기네 집 앞 계단에 앉아, 그가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고개를 높이 들고, 눈은 먼 곳을 향했고, 그의 입술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돌았다. 그가 지나가고 나자 여인은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더이상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 거지? "
"뭐? "
"아무것도 아니야. "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밀려오는 밤의 어둠 속으로 회색 수트의 젊은이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봄보다 아름다운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젊은 날의 사랑이라고.
이 소설은 짧습니다. 포스팅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로 짧아요. 하지만 저 짧은 내용 안에 들어가 있는 감정과 묘사는 긴 작품보다도 오히려 설득력이 있고, 아름다우며, 인상적입니다. 이 소설의 괴물은 미숙합니다. 그의 행동은 심지어 그가 속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테고리인, 사이코 킬러의 논리로도 좀 이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니까요.
무르익은 늦은 봄, 이른 여름을 예감하는 5월의 한 때,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더운 바람 같은 들뜬 감정을 이 소설은 너무나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 계절의 어스름은 진짜로 사람을 좀 이상하게 만듭니다-동하다 못해 미치게 합니다. 꿈꾸는 듯한 상념과 달콤한 회한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젊은 날의 사랑입니다.
이 단편은 아래 단편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야기꾼] 이라는 미스터리 앤솔로지에도 실려 있습니다만 새 번역본이 나왔으니 황금가지판 쪽이 더 구하기 쉬울 것 같군요. :]
Trivia
봄특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