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동물원 - 꿈을 찾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위안의 메세지
박민정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참 예쁜 책이다. 이런 책은 처음이라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책의 내용과 사진의 연관성같은 것 말이다. 엉뚱하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게다가 보통은 책을 읽고 좀 추스리고 난 다음 후다닥 서평을 써버리는데 왠지... 이 책은 그러기가 힘들다. 느릿느릿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된다. 늦장부리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뭘 느끼고 있는걸까?

   

  우울했던걸까, 슬펐던걸까, 나 즐거웠던가.

  내가 참 외로웠구나, 그래서 위로받고 있구나.

   

  동물에게 위로받을 줄은 몰랐다. 실감나고 정감있는 동물 사진과 곁에 달린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이야기, 손끝이 아릿한 이야기, 목이 간질거리는 이야기, 사랑스러운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
 


  하루하루가 감동적이야 (P.21)

  언니 집에 갔다.
  자고 간다는 말에 흥분한 여섯 살 조카가 말했다.
  "이모! 있잖아, 되게 신기한 거 가르쳐줄까?"
  "뭔데?"
  "바람이 싹 불면 구름이 쓱 움직인다. 이모 알았어?"
  "그렇구나."
  "또 있어. 난 슬픈 걸 보면 눈물이 나와. 신기하지?"
  다음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조카가 활짝 웃었다.
  "이모, 사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해."


  책을 다 읽고 저 이야기를 다시 펼쳐 보았다. 어찌나 심장을 간질거리게 하던지. 정말 좋아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가 떠오른다.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하루하루가 감동적이야.' 앞으로는 작은 것에 행복하고,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에 만족하고, 매일 똑같은 하루가 아닌 것이 너무 신날 것 같다. 저 아이 처럼 말이다. 나처럼 이 이야기를 읽고 심장이 간질간질하길 바라면서 올려본다.

 

  동물사진에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부비부비 쓰다듬기도 하고, 엉뚱한 표정에 기가 막히기도 했다.

  특히 토끼사진 한 장은 너무 귀여웠고, 거북이의 무표정한 사진은 나도 그만 떠들고 조용히 사색하게 했으며, 집 안에서 만난 사자와 호랑이의 사진은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했다.

  나는 동물로 인간의 심리를 치료한다거나, 반려동물로 인생을 함께 산다거나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직접적인 행동이 아닌 이런 책 한권으로 벌써 날 위로해주고 지켜봐줄 래서 팬더나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곰 같은 동물들이 마음 한 켠에 있다.

  사진 중에 코끼리는 왠지 낯이 있어서 한참을 보았더니 어떤 동물TV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그 별스런 코끼리들이다.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너희는 사랑을 아는구나. 조련사들이 그렇게 방해해도 다시 만나고 코를 부비던 코끼리들.

 

  때론 동물들은 무작정 도망가려는 나에게 (P.58) 도망쳐서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더 깊은 감옥이야. 살아있는 한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지. 라며 따끔하게 충고를 해주었다. 또, (P.60) 과거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고 사는 수밖에. 라며 과거를 그냥 잊으려고 하고 없애버리려고 하는 나를 쓸데없는 짓이라며 체념하게도 해주었고,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건드리는 사람들을 물고뜯고하는데 바쁜 나에게  (P.112) 육식동물은 뿔이 없죠. 해하려는 자는 무기를 숨기고 지키려는 자는 무기를 보여주니까요.라며 쓸데없이 무기를 내어 스스로를 헤치지 말라고도 했다. 그냥 들었으면 한 번 스칠 문장들이 이번에는 마음 속 깊이 한 번 들어갔다 왔다. 스스로 연필을 꺼내 메모하게 만들었다. 책 읽다가 메모하고 줄치는 건 귀찮고,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지은이는 4년동안 화요일의 동물원을 찾았다. 성격상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4년동안 아이들의 휴일이 아니면 찾지 않는 조용한 동물원에서 끊임없이 동물을 관찰하고, 어쩌면 대화도 나눴을, 동물들의 생활을 마음에 담아두는 모습에 내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동물원이 생각났다. 올해던가, 내년이던가, 부산에 동물원이 다시 문을 연다. 꼭 한 번 찾아가서 그 때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또 오랜만에 간 동물원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본다. 가족들과의 동물원은 처음인 막내동생과 똑같이 왁왁 거리지는 않을까? 새침한 둘째는 사실 속이 많이 여려 말로는 택택 거려도 동물들만 보면 사진을 찍어대겠지. 어머니는 오랜만의 여유에 더욱 행복해시킬 것 같다. 음, 정말 행복한 상상이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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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커피 - 나누고 베풀고 거부(巨富)되는 신기한 이야기 레이첼의 커피 1
밥 버그.존 데이비드 만 지음, 안진환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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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 제목만 봐서는 그저 레이첼씨가 커피를 주면서 사람들에게 성공비결을 가르쳐주나하는 생각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주인공 조가 레이첼의 이름난 커피 <Rachel's Famous Coffee>의 공동 창업자가 되면서 1년만에 아주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아무 의미없는 나만의 분석을 해보자면, 거스의 조의 가능성을 보고 핀다에게 소개시켜주고 핀다 역시 조의 적극적인 면이고 인간적인 면에 큰 점수를 주어 5일동안 5명의 인사들을 만나 성공 비결을 알려주었고, 여러 우연 끝에, 결국은 레이첼의 가능성과 조를 함께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화가 있는 자기계발서는 다소 뜬금없고 어의없는 결말을 가지고 있다. 요즘 트랜드인 열린 결말이 어떤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해보면서 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본다면. 해본다면... <호스센스>라는 책이 생각난다. 뜬금없지만, 물론 이 책 내용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여러모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추천사가 만만찮다. 김장훈, 이만수, 데이비드 바크, 그리고 많은 사람들... 책 내용도 물론 좋지만, 그 추천사들때문에 책이 좀 더 돋보이고 그만큼 거는 기대, 좋은 첫인상이 생겼다. 일단 성공! 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는 1년 전 당장의 이익과 성과에 급급해하며 지금이 평범하고 남들만큼 살아가는데 바빴던 사람이었다. 조는 이번 3/4분기의 실적이 확실히 아주 저조하게되었고 회사에서 짤리겠다 싶은 마음밖에 없는 와중에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했던 계약이 무산되어버린다. 거의 자포자기에 빠진 조는 상사인 미스터리한 거스에게 계약을 해 줄 큰 거물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거스는 기꺼이 조에게 성공한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핀다, 회장님, 올드맨 으로 불리는 핀다는 조에게 기꺼이 그 비결을 알려주겠노라고 한다. 다만 비결을 가르쳐주면 꼭 그 비결을 그 날 실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조가 핀다를 만나려고 했던 목적은 단순히 계약을 위해 권력과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 였는데 그와 대화하면서 어느새 그 비결에 푹 빠지게 되었고, 5번의 손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조의 인생도 달라지게 된다.


  첫번째 날 핀다는 조에게 부동산 거물 어네스토를 소개시켜준다. 어네스토는 조에게 "당신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이 받는 대가보다 얼마나 많은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가치의 법칙)" p.62 고 했다. 이것은 미래에 얼마나 많이 얻을 수 있느냐는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법칙이었다. 어네스토는 노점 핫도그가게에서 어느새 몇 개의 가게를 가진 부동산 거물이 된 사람이다.

  두번째 날 핀다는 조에게 CEO 니콜을 소개시켜준다. 니콜은 "당신의 수입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도움이 그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보상의 법칙)" p.83 라고 했다. 이것은 내가 받은 보상은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니콜은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자신감있고 독특한 교수법이 단지 20~25명의 학생들에게만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성공한 선한 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세번째 날 핀다는 조에게 을 소캐지켜준다. 샘은 핀다와 니콜의 재정고문이기도 했다. 그는 "당신의 영향력은 타인의 이익을 얼마나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영향력의 법칙)" p.111 고 했다. 결국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자신의 이익 또한 존중받는다라는 것이다.

  네번째 날 핀다는 조와 함께 어떤 강연장을 찾는다. 그곳의 강연자 데브라는 부동산업자"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잇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당신 자신이다.(진실성의 법칙)" p.146 하고 말했다.

  드디어 마지막 비법,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조는 엄청 궁금했다. 다음 날 아침 레이첼과 가벼운 대화를 하던 조는 레이첼이야 말로 금요일의 손님(마지막 비법을 가진 사람)이 아니냐고 했다. 레이첼은 기꺼이 마지막 손님을 만나라며 핀다와의 식사를 안내한다. "모든 주는 행위는 동시에 받는 행위가 될 때에만 존재 할 수 있다.(수용의 법칙)" p.163 효과적으로 주는 비결은 마음을 열고 기꺼이 받는 것이다. 핀다는 조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마지막 비법을 가진 사람은 바로 MYSELF, 나 자신이다!!


  내가 스스로 나의 성공의 한계를 만드는 것 아닌가! 사람마다 천생이 있어서 부자될 사람 따로 있고 정치하는 사람 따로 있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나같은 사람은 적당히 돈을 벌고 내가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성공 아닐까. 두번째 비법의 선한 천재 니콜은 젊은 나이에 CEO가 되었고 많은 돈을 벌었다. 내가 번 돈은 내가 한 일의 가치가 아니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살짝 삐뚤어진 마음으로 보면 연예인 아니면 돈 많이 벌기는 힘들구나 싶었지만, ...이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공감이 갔다. 나도 내가 하는 일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베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성공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계산없이 베푼다면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성공을 한다. 5명의 비결도 중요하지만, 조가 이 비결을 듣고 비결대로 실천하는 것이 조를 성공의 길로 올렸다. 조가 라이벌과 공동창업을 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베품에는 적도 없는 것 같다.


  인간관계를 빚을 지워 만드려고 하지는 않는가! 사람을 사귈 때 나름 등수를 매긴다. 많이 줘도 되는 사람, 줘도 되는 사람, 생각날 때는 줘도 되는 사람, 절대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사람. 나는 내 것을 많이 아껴서 내가 아끼는 것 만큼 함께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에게 등수를 매기다보니, 나의 욕심은 끝없이 커진다. 가진 것은 많지만 줄 사람이 마땅찮아 못주는 거다 싶었는데... 계산없이 내가 줄 때 그 사람들도 나를 한결 편안하고 기분좋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아, 인간관계는 마냥 계산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구나. (여지가 없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만 성공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았다. 마음껏 베풀고, 타인이 베푸는 것에 기분 나빠 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겠다...같은. 내 좁은 인간관계-하고 탄식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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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질링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홍자'에 대한 이미지는 '작은 허영'이다. 솔직히 '차를 좋아한다 = 돈이 많다, 시간도 많다'로 연결되서 삐뚤어져있는 난 특히 '홍자'에 대해서는 곱지 않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작은 허영'이라고 했듯이 나만의 작은 티포트와 예쁜 잔에 달콤한 쿠키와 함께 홍자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하는 생각은 절절히 가지고 있다. 책은 특이하게 중간중간에 홍자에 대한 이론을 한 쪽~ 두 쪽 정도 수록하고 있다. 홍차 이름이라던가, 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방법이라던가. 책 원래 크기도 손바닥(?)아기자기하고 귀여운데다가 아기자기한 구성이 썩 마음에 들었다.
 
  <다질링 살인사건>은 여러가지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딱히 모르는 부분이 없고, 굳이 다시 앞 쪽을 찾아서 다시 읽을 필요도 없다. 어쩐지 나는 영어 이름들이 난무하는 소설을 보면 몇 번씩이나 앞 쪽을 다시 찾아 읽곤 하기 때문에, 책이 참 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설명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쉽게 질리기도 했다. 찰스턴에 대한 설명은 중간중간 자주 나오는데 오래되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클래식하고... 나중에는 찰스턴은... 아예 딴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별하다라는 느낌이 강조되다 보니 다른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시어도시아는 인디고찻집의 마담이다. 35살 가량의 상당히 아름다운 그녀는 본래 잘나가는 광고디렉터쯤..이었으나 시간에 치이고 여유가 없는 생활에 질려고, 찻집을 열게 된다. 티 블렌더인 드레이튼과 찻집의 빵과 쿠키를 굽는 헤일리,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애견 얼 그레이가 있다. 마을축제날 인디고 찻집의 차를 마시고 휴즈 베런이 죽는다. 시어도시아는 이 사건 이후로 자신의 찻집에, 헤일리의 친구인 베서니에게 터무니없는 누명이 쓰인 것을 알고 나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범인은 특별히... 추리하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았다고 할까. 그냥... 책만 읽었던 것 같다. 엉뚱하게도 이 책을 덮고 내가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시어도시아가 조리 데이비스를 만나러 가느냐~ 안가는냐 하는 것이다. 사뿐사뿐 외모도 마음도 상큼발랄한 미녀가 위험한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도 매력적이고-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 미녀가 젊은 나이게 성공도 해보고 지금은 유유자적 찻집을 운영한다는 것도 매력적이고-이건 좀 특별하다, 또 이 미녀가 사건에 휘말려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 어쩌면 조리(변호사 조리 데이비스)와 작은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고 또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 예쁜 풍경이 떠오른다. 중세시대쯤? 현대시대의 클래식한 물건들이 떠오른달까... 요즘 말하는 엔티끄랄까... 묘하면서 왠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야기 중에 시어도시아가 고모댁을 방문하는데 그 고모는 각종 씨앗을 들고 새들에게 먹이를 준다. 그런 장면에서도왠지 초록빛 풀과 작고 예쁘게 우는 새들이 떠오르고, 찰스턴의 거리를 거닐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재미난 묘사와 설명때문이다. 다만... 이런 묘사나 설명이 또 되려 지루해질 수 있다는게 좀 안타깝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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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꼭! 봐야 할 독서지도의 정석
가톨릭대학교 우석독서교육연구소 지음 / 글로연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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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마가 아니지만 이 책이 꼭 읽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어려서부터 막내동생에게 많은 책을 보여줬다. 읽던가 읽지 않던가 가까이에 계속 책을 두고 옆에서 어른이 책을 꾸준히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먼저 책에 다가가지 않을까 해서 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막내가 먼저 책을 가지고 오고 읽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제법 더듬거리면서도 읽던 것이다. 막내가 태어날 때 생각했던 일이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읽게 하자! 라는 것이다. 첫 출발은 좋았다. 문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다. 고전동화까지 완벽하게 잘 마친 막내는 학교 입학 후 부터는 책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3학년까지는 정말 책을 읽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학교 생활에 지치고, 학원 다니는 것에 지치고, 숙제도 넘쳐나고, 제일 중요한 것은 TV보는 맛을 알게 되고, 또 언니들 따라서 컴퓨터를 일찍 배웠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뒤로 나는 어떻게 했더라, 동생에게 500원 과자를 상품으로 일어라 하기도 했고, 만화책 빌려줄테니깐 한 권 읽어라 하기도 했다. 자기 전에 5분이라고 책을 고르게 하기도 하고.. 좀 많이 강압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마법천자문(만화)과 코믹 메이플스토리(만화)가 나왔고 동생도 교과서 외 전혀 읽지 않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는... 사실 내가 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스스로 욕심내서 읽었다.
  그래서 알 게 된 것이 처음만 잘 잡아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는 저절로 어머니 옆, 아버지 옆, 언니들 옆에 앉아서 스스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책이라는 게 참 요상스러워서 너무 가까이 하면 왜곡된 사회성이 문제가 되고, 너무 멀리하면 그것때로 문제가 된다. 책을 대신할 수 있는 많음 매체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책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학교 교육에서 필요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좀 더 넓은 사고를 하게 한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기회를 오히려 어른들의 욕심으로 없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완벽했으나, 어르고 달래면서 달콤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쳤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른의 시선에서 책을 보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다치지 않고 한 번에 잘 배우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지만, 그 나이때 뭔가를 알아가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서서히 알아가는 것을 봐줘야 되는 것 같다. 
  책은 3부에 걸쳐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기 않는 아이에 대한 여러 이유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독서지도 요령을 알려준 2부는 서로가 좀 힘들겠지만 손발이 잘 맞는다면 아이에게는 표현력을 높힐 수 있고 지도하는 어머니는 아이와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겠다 싶었다. 3부의 QNA형식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한층 이해도가 높았다. 문제와 해결이 현실과 가깝고, 이해하고 납득하기 쉬웠다. 몇 사람들을 위해 동떨어진 해결책이다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책 뒤에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법한 책들이 소개되어 더욱 유익하다.
  사실, 이번에 막내를 위해서 세계고전전집을 구입했다. 내 욕심같아서는 원작에 가까운 번역을 하고 있는 책을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내가 그 책을 읽기에는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으레 질려버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름 심사숙고끝에 중학생때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을 어머니와 상의끝에 고르게 되었다. 책이 오고 막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고르는 것이었다. 해저2만리,키다리 아저씨같은 책, 평소에 인터넷을 하다보면 보이던 세익스피어 4대비극(이 책은 좀 더 어려워보이지만 본인이 강하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아, 장하다! 이러면서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욕심을 챙기면서, 막내에게 책도 읽히고.. 행복하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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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나의 고전 책꽂이 2
김진섭 지음, 양상용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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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부끄럽게도 나는 고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일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짤막하게 몇 부분을 공부하거나 수능에 맞춰 문제집 몇 권을 풀어 본 것이 전부다.
  알음알음 홍길동을 알고 있었을 뿐, 사실 결말도 전혀 몰랐다. 아, 부끄러워라. 우리 막내도 내 나이때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막내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이 책을 얼른 넣어둬야 겠다.
  이 책의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삽화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한페이지, 두 페이지에 걸쳐 간간히 보이는 삽화가 색깔도 물론이거니와 분위기도 너무 고즈넉해 쏙 빠져들게 한다. 만약 이런 삽화에, 야무지게 글을 묶어 썼다면 <나의 古典책꽂이>시리즈를 나올때마다 가지고 싶다. 어머니도 옛 생각 난다며 좋아하고, 우리고전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 까지의 교과서 밖에 모르는 막내도 뭔가 옛날 느낌나는 그림과 책 분위기 때문에 방학숙제를 할 도서로 정했다.
 
  칼을 잡고 시름을 비껴서니
  남쪽 큰 바다가 몇만 리뇨.
  대붕이 날아다니고
  회오리바람이 이는도다.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나부끼니,
  티끌을 쓸어 버리고 태평한 세상을 만들었구나!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나고 상서로운 별이 비치는도다.
  용먕한 장군이 사방을 지키었으니,
  도적이 이 땅을 엿볼리 없도다. (p.139)
 
  홍길동 이야기는 당시에 진취적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많은 고난을 겪은 허균은 홍길동전을 통해서 오히려 세상을 조롱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대범해 보이는 홍길동은 암행어사라고 속이고 탐관오리들의 가득찬 곡간을 열고, 제대로 구실 못하는 절의 중들을 꾸짖었다. 또, 임금이 내린 벼슬도 마다한다. 이런 것들은 허균이 사실은 바랬지만, 가지지 못하고 할 수 없었던 것들은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루살기조차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비록 도적이기는 하나, 나라를 털던 홍길동은 마음 속 깊이 큰 한을 가지고 있다. 호부호형이 허락되지 않는 태생이 그것이다. 제상의 운을 타고났다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쓸 곳 없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태산같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게다가 그를 제일 힘들게 하던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고'할 수 없는 처지였다.
  집을 나온 홍길동은 마침내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허락을 받게 되고, 그는 도적이 되어 자신의 큰 뜻을 이루게 된다.
  홍길동하면 생각나는 기똥찬 도술과 호기있는 재치는 홍길동전 특유의 재미를 더해준다. 축지법이나 허수아비로 분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을 봐도 재밌고, 우왕좌왕할 제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관리들이 우습다. 권선징악- 결국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 두근두근 가슴 졸이고 또 시원하고 통쾌하게 읽을 수 있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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