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동물원 - 꿈을 찾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위안의 메세지
박민정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참 예쁜 책이다. 이런 책은 처음이라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책의 내용과 사진의 연관성같은 것 말이다. 엉뚱하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게다가 보통은 책을 읽고 좀 추스리고 난 다음 후다닥 서평을 써버리는데 왠지... 이 책은 그러기가 힘들다. 느릿느릿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된다. 늦장부리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뭘 느끼고 있는걸까?

   

  우울했던걸까, 슬펐던걸까, 나 즐거웠던가.

  내가 참 외로웠구나, 그래서 위로받고 있구나.

   

  동물에게 위로받을 줄은 몰랐다. 실감나고 정감있는 동물 사진과 곁에 달린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이야기, 손끝이 아릿한 이야기, 목이 간질거리는 이야기, 사랑스러운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
 


  하루하루가 감동적이야 (P.21)

  언니 집에 갔다.
  자고 간다는 말에 흥분한 여섯 살 조카가 말했다.
  "이모! 있잖아, 되게 신기한 거 가르쳐줄까?"
  "뭔데?"
  "바람이 싹 불면 구름이 쓱 움직인다. 이모 알았어?"
  "그렇구나."
  "또 있어. 난 슬픈 걸 보면 눈물이 나와. 신기하지?"
  다음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조카가 활짝 웃었다.
  "이모, 사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해."


  책을 다 읽고 저 이야기를 다시 펼쳐 보았다. 어찌나 심장을 간질거리게 하던지. 정말 좋아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가 떠오른다.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하루하루가 감동적이야.' 앞으로는 작은 것에 행복하고,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에 만족하고, 매일 똑같은 하루가 아닌 것이 너무 신날 것 같다. 저 아이 처럼 말이다. 나처럼 이 이야기를 읽고 심장이 간질간질하길 바라면서 올려본다.

 

  동물사진에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부비부비 쓰다듬기도 하고, 엉뚱한 표정에 기가 막히기도 했다.

  특히 토끼사진 한 장은 너무 귀여웠고, 거북이의 무표정한 사진은 나도 그만 떠들고 조용히 사색하게 했으며, 집 안에서 만난 사자와 호랑이의 사진은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했다.

  나는 동물로 인간의 심리를 치료한다거나, 반려동물로 인생을 함께 산다거나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직접적인 행동이 아닌 이런 책 한권으로 벌써 날 위로해주고 지켜봐줄 래서 팬더나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곰 같은 동물들이 마음 한 켠에 있다.

  사진 중에 코끼리는 왠지 낯이 있어서 한참을 보았더니 어떤 동물TV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그 별스런 코끼리들이다.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너희는 사랑을 아는구나. 조련사들이 그렇게 방해해도 다시 만나고 코를 부비던 코끼리들.

 

  때론 동물들은 무작정 도망가려는 나에게 (P.58) 도망쳐서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더 깊은 감옥이야. 살아있는 한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지. 라며 따끔하게 충고를 해주었다. 또, (P.60) 과거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고 사는 수밖에. 라며 과거를 그냥 잊으려고 하고 없애버리려고 하는 나를 쓸데없는 짓이라며 체념하게도 해주었고,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건드리는 사람들을 물고뜯고하는데 바쁜 나에게  (P.112) 육식동물은 뿔이 없죠. 해하려는 자는 무기를 숨기고 지키려는 자는 무기를 보여주니까요.라며 쓸데없이 무기를 내어 스스로를 헤치지 말라고도 했다. 그냥 들었으면 한 번 스칠 문장들이 이번에는 마음 속 깊이 한 번 들어갔다 왔다. 스스로 연필을 꺼내 메모하게 만들었다. 책 읽다가 메모하고 줄치는 건 귀찮고,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지은이는 4년동안 화요일의 동물원을 찾았다. 성격상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4년동안 아이들의 휴일이 아니면 찾지 않는 조용한 동물원에서 끊임없이 동물을 관찰하고, 어쩌면 대화도 나눴을, 동물들의 생활을 마음에 담아두는 모습에 내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동물원이 생각났다. 올해던가, 내년이던가, 부산에 동물원이 다시 문을 연다. 꼭 한 번 찾아가서 그 때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또 오랜만에 간 동물원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본다. 가족들과의 동물원은 처음인 막내동생과 똑같이 왁왁 거리지는 않을까? 새침한 둘째는 사실 속이 많이 여려 말로는 택택 거려도 동물들만 보면 사진을 찍어대겠지. 어머니는 오랜만의 여유에 더욱 행복해시킬 것 같다. 음, 정말 행복한 상상이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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