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나의 고전 책꽂이 2
김진섭 지음, 양상용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음, 부끄럽게도 나는 고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일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짤막하게 몇 부분을 공부하거나 수능에 맞춰 문제집 몇 권을 풀어 본 것이 전부다.
  알음알음 홍길동을 알고 있었을 뿐, 사실 결말도 전혀 몰랐다. 아, 부끄러워라. 우리 막내도 내 나이때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막내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이 책을 얼른 넣어둬야 겠다.
  이 책의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삽화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한페이지, 두 페이지에 걸쳐 간간히 보이는 삽화가 색깔도 물론이거니와 분위기도 너무 고즈넉해 쏙 빠져들게 한다. 만약 이런 삽화에, 야무지게 글을 묶어 썼다면 <나의 古典책꽂이>시리즈를 나올때마다 가지고 싶다. 어머니도 옛 생각 난다며 좋아하고, 우리고전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 까지의 교과서 밖에 모르는 막내도 뭔가 옛날 느낌나는 그림과 책 분위기 때문에 방학숙제를 할 도서로 정했다.
 
  칼을 잡고 시름을 비껴서니
  남쪽 큰 바다가 몇만 리뇨.
  대붕이 날아다니고
  회오리바람이 이는도다.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나부끼니,
  티끌을 쓸어 버리고 태평한 세상을 만들었구나!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나고 상서로운 별이 비치는도다.
  용먕한 장군이 사방을 지키었으니,
  도적이 이 땅을 엿볼리 없도다. (p.139)
 
  홍길동 이야기는 당시에 진취적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많은 고난을 겪은 허균은 홍길동전을 통해서 오히려 세상을 조롱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대범해 보이는 홍길동은 암행어사라고 속이고 탐관오리들의 가득찬 곡간을 열고, 제대로 구실 못하는 절의 중들을 꾸짖었다. 또, 임금이 내린 벼슬도 마다한다. 이런 것들은 허균이 사실은 바랬지만, 가지지 못하고 할 수 없었던 것들은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루살기조차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비록 도적이기는 하나, 나라를 털던 홍길동은 마음 속 깊이 큰 한을 가지고 있다. 호부호형이 허락되지 않는 태생이 그것이다. 제상의 운을 타고났다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쓸 곳 없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태산같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게다가 그를 제일 힘들게 하던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고'할 수 없는 처지였다.
  집을 나온 홍길동은 마침내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허락을 받게 되고, 그는 도적이 되어 자신의 큰 뜻을 이루게 된다.
  홍길동하면 생각나는 기똥찬 도술과 호기있는 재치는 홍길동전 특유의 재미를 더해준다. 축지법이나 허수아비로 분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을 봐도 재밌고, 우왕좌왕할 제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관리들이 우습다. 권선징악- 결국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 두근두근 가슴 졸이고 또 시원하고 통쾌하게 읽을 수 있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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