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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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과 인연이 닿은 것은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추리소설이라고 제대로 읽어본 것도 이 책이었고, 제대로 된 일본소설을 읽은 것도 아마 이 책으로 기억한다. 왠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뒤 저자의 글은 많은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 번역이 활발하게 되고, 많은 책이 나왔다. '용의자 X의 헌신'이 '탐정 갈릴레오'와 시리즈격인 이야기로, 『1. 탐정 갈릴레오, 2. 예지몽(출판 예정), 3.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물리학자인 유가와와 형사 구사나기가 기묘한 사건을 해결한 이야기가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책의 전체 느낌을 이야기해보면, 기대했던 것 보다 못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물리학(과학적)으로 해결을 하는데, 사건 사건들마다 인과만 있을 뿐 인간에의 정이 없다. 또 만약 큰 반전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감을 좀 누그려뜨리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마음도 있는 반면에, 한여름밤 혼자서 조마조마하게 이 책을 재미나게 읽기도 했으니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이라서 줄거리는 안적어야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서평에 줄거리가 간단하게라도 없으면 섭하니깐 짧고 간단하게 써보겠다. 책은 전체 5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1장 타오르다. 2장 옮겨붙다. 3장 썩다. 4장 폭발하다. 5장 이탈하다.> 딱 부제목같은 이야기가 있다.

  [ 1장 타오르다 : 특별할 것도 없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길에 모여 떠들던 청년들에게 갑자기 불이 붙어 한 명이 죽어버린다. 목격자들은 죽은 청년의 머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하는데 이 사건을 경찰은 '플라즈마'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게 된다. 구사나기는 사건에 진척이 없자 동창인 물리학자 유가와를 찾게 되고, 조사 중 붉은 실을 봤다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

  [ 2장 옮겨붙다 : 구사나기가 조카의 학교축제에 갔다가 전시실에서 기괴한 모양의 데스마스크를 본다. 형사의 직감으로 실제로 죽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표정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이 데스마스크를 주운 곳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

  [ 3장 썩다 : 남자가 욕실에서 의문의 이유로 시체로 발견되었다. 어디에서도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구사나기는 유가와를 찾아온다. 구사나기와 유가와는 죽은 남자를 따라 술집을 찾아가고 용의자를 찾아내지만 여전히 사인을 찾아낼 수가 없다. ]

  [ 4장 폭발하다 : 무더운 여름 바다에서 원인불명의 폭발이 일어나 대학의 여직원이 죽는다. 한편 같은 대학 출신의 남자가 집에서 죽어있다. 구사나기는 남자의 집에서 이 두 사건이 하나라는 것을 알아내고 유가와를 찾아간다. ]

  [ 5장 이탈하다 : 젊은 여성이 목이 졸려 살해되어 발견된다. 구사나기는 현장에서 명함을 발견하고 그를 용의자를 지목한다. 그는 사건시간 알리바이가 있지만 증명하지 못해 의심만 커져자고, 그러던 중 경찰서에 유체이탈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차량을 봤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구사나기는 끝에 유가와를 찾아간다. ]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본 부분은 [4장 폭발하다]이다. 훗, 나는 '굉음과 함께 아내의 모습이 불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것은 노란 불기둥이었다. 불기둥은 바다 속에서 솟구쳐 오르듯 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p.221)' 이 부분에서 무엇이 폭발했는지 알아채버리고 말았다. 아- 고1 화학선생님 아주아주 감사합니다. 딴 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건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또 대학교 이야기라서 쏠쏠하게 볼 수 있었다. 아니면 내가 곧 취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감대가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그다음 두근두근 하면서 봤던 것은 [1장 타오르다]. 사건 발생당시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글을 읽었다.

  그러고보니, 다섯 이야기 모두 추리을 증명하는데 물리학, 혹은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했다. 우겨서 4번째 이야기는 좀 알고 있으니 괜찮아라고 한다 해도 나머지 이야기들은 유가와가 알아낸 과학적 근거들이 한몫했고, 나도 구로사기 처럼 유가와가 설명을 해도 못알아 들었다. 아마 작가의 이력은 공대생 이라는 점때문에 이런 추리가 설득력이 있지만 역시 나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것 . 그게 좀 아쉽다.

 

  이야기 중에서 유가와는 순수하게 물리학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다만 학생들의 수준이 날로 떨어지는 것을 시니컬하게 바라 볼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스턴트커피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컵 상태는 묻지 말자. 어쨌든 구사나기는 유가와의 커피대접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그렇다 보니 사건이 막혀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구사나기의 상사는 '자네의 갈릴레오 탐정에게 가봐'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사건을 잘 해결한다. 

  내가 히가시고 게이고를 좋아하게 된 것은 엽기적인 사건들 가운데서 치밀한 두뇌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이사이 인간의 정, 인간에의 동정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단편에서는 그것들은 느낄 수 없었지만, 물리학 오타쿠 유가와와 좀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히가시고 게이고는 좋아하는 것 치고 책은 이것 포함해서 2권만 읽었을 뿐이고, 작년 여름 쯤 구입한 아직 읽지 못한 책이 한 권 있다. 예지몽(곧 출간되기를 바라며)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제서라도 한권한권 읽어보고 싶다. 아마 작가가 지필한 이야기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s.  그리고 일본에서 꽤 높은 신청률로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유가와가 잘생겼다던데-한 번 보고 싶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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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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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으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쾌적하게 지낸다. 과거의 힘든 일이나 고통을 극복한 경험 같은 것은 현재와는 관계없다. 거지병처럼, 언젠가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도 무의미.

또 거지병이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는 반대로, 부자병은 과거를 버리는 것을 기뻐한다. 지금 부자가 아니어도 과거를 버릴 준비는 모두 되어 있다.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어 때때로 과속을 한다. 냉장고나 텔레비전이 갖고 싶다고 딸을 유곽에 판다든지, 할부의 지옥에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차를 사는 행위는 '부자병'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부자병'이 만들어낸 업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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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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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된 책이 오랜만에 왔다. 소곤소곤 살며시 하는 이야기지만, 제법 당첨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배송된 책은 겨우 라고 할 만큼만 왔다. 기다리면서 혼자 너무 안달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밑 여동생은 이제 비웃는다. 정말 당첨된 거 맞냐고. 

  먼저 자진해서 밝히자면 타이가 어딘지 전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도 일부러 모른 채 찾아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알아채고 싶었다. 읽으면서 기시감은 떨칠 수 없었던 것이, '게이'가 많고 덥고, '코끼리'가 있고, 수도가 '방콕'인 나라라는 점. 이봐, 그 나라는 '태국' 아냐? 얼른 일어나 검색해보니 암만 '태국'이라고 검색해도 '타이'라고 나오는 것이... 둘이 다른 나라가 아니었구나.


  7월 6일 KBS '1박2일'에서 백두산에 갔다.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향하는 긴 여정중에서 국경에 맞닿아있는 북한에 대해서 출연자 모두 울컥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데,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로 설명할 수 있는 애절함, 한.. 그리고 새삼 애국심이 느껴지던 부분이었다.

  다른나라라 하더라도 아마 보통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내가 가진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타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들에게는 국왕은 있어도 나라는 없다. 나라를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 군대는 가끔 쿠데타를 일으킬 뿐이다. 수에 비해 힘을 못쓴달까 내전에 나서면 대부분 진다. 글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나름 추리를 해보면, 타이사람들은 나와 내가 아닌 사람에 대한 구분만 있을 뿐 사실 가정이나 친구에 대한 구분이 거의 없다. 한 번 친해지면 밑도 끝도 없이 바닥을 보이는 성격때문인지 타이인의 집에 머무른다고 하면 그 집 거실을 몇 날 며칠동안 장악하고, 주인들 모두 나간 집에 홀로 남아 있다하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 대해서 같은 성만 쓸 뿐 이라는 부분에서 가족간에 정이 전혀 없나 싶을 정도였다. 또 될 때로 되라는 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배신을 했건 당했건 속없이 다시 친해지기도 한다. 같은 방식으로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는 한 내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다. 역시 의식이 팽배한 곳이다. 책을 읽어보면 좀 더 적나라하게 배신의 타이인들이 나온다. 나라면 용서는 둘째치고 평생동안 보고 싶지 않을텐데 그들은 다시 웃으면 친구를 맞아준다.
 
  타이의 지도자이지만 신은 아니고,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주기를 바라는 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다. 정확한 소개는 클릭클릭☆. 우리나라에는 없는 '국왕'이라는 개념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상징적인 계급이지만, 그의 행보는 거의 '지도자'수준이다. 못하는 것이 없고, 서민을 위해 많은 것을 해서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만큼 그의 아들도 지지를 얻으면 좋을 텐데 전혀 그러고 있지 않아 오래 살아야 한다는 강요아닌 강요까지 받고 있는 국왕이다.

  타이는 일단 무조건 연구를 해보고 보자는 듯 달리는 나라같다. 포도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인데, 와인을 만들어낸다. 물론 유사와인. 하지만 절대 책만으로 연구를 해서 와인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저자가 말한) 타이인 답다. 제법 와인 맛이 난다고 하니 이건 한 번 마셔보고 싶다. 당연히 확실한 위생상태속에서 만들어져야 할테지만. 그런데 이 점보다 더 기발한 것은 와인의 안주로 만든 '벌레 통조림'이다. 아직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나는 접해본 적이 없어 더 기발하게 느껴진다. 타이의 와인이기 때문에 타이만의 안주이면 더 좋지 않을까~해서 만들어 진 것이 벌레 통조림이란다. 개미의 알이라던가, 벌레라던가, 벌레같은 것을 볶아 만든 통조림은 제법 바삭바삭 고소하고 맛있다는데 절대로 절대로 싫다.

  그곳에서는 일상적인 것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아 정말로 정말로 싫다. 벌레, 개구리, 벌레, 올챙이. 먹는 이야기는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그나마도 타이다운 음식을 먹어야 겠다는 일념에 이런 혐오식품을 찾아 먹는 부분이 많다. 으으으으으읏-

  소심한 나는 절대 타이인과 친구를 해서는 안되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 타이인들은 악의없는 심한 장난을 많이 친다고 한다. 뚱뚱한 사람에게 돼지라고 하고, 머리가 좀 벗겨지면 대머리라고도 한다. 뭐 장난이 심하다고 생각하자, 생각하자.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말끝마다 이 장난으로 말을 끝맺는 사람들은 정말 싫다. 뚱뚱하다고 고기만두니, 특히 TV에서 장애인에게 바보라고 말하는 것이 개그라니. 생각만 해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보이기 때문에 바보라고 놀리고, 뚱뚱하기 때문에 돼지라고 놀리고, 노골적인 별명을 만들어 사람을 놀린다는 데 도대체 이 나라는 뭔가!
 

  지금까지 내가 본 '극락타이생활기'의 서평이었다. 나름 본 것 있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다 넣어보려니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서평은 특별히 내가 기억에 남았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엮어보았다. 사실 타이(태국)하면 '게이, 트랜스젠더'의 나라, 관광지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고, 굳이 그 점을 다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이 두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아무 편견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아무리 나라도(--;;;) '돈을 벌어 가슴을 사고 싶다'던 게이의 사연 등은 적고 싶지는 않다.

  '극락타이생활기'는 여행기라기 보다 그곳에서 얼마간 살았던 사람이 전하는 그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좀 더 친밀하게 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일본인'이 겪은 '타이'라는 나라의 이야기이기때문에 다소(그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뒤에 설명을 따로 하겠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또 타이인에 대한 단정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대부분 '인간관계가 느슨하고 너그럽고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는'을 기본으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몇 명의 인간을 단정적으로 설명하기도 힘들텐데 싶었다.

  좀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일본인이 겪은 타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라는 부분인데- 막 한류붐이 불었을 때 우리나라 주위에서 많은 책이 나왔고, 제법 많은 책이 번역이 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류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물론 혐한류에 대한 것도 있었다. 혐한류는 한류를 반대한다기 보다 그냥 무작정 문화를 깔아뭉게고 혐오한다. 제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빨간색 표지의 책으로 한국사람이 적었던 혐한류에 대한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이 있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사람에 대해 좋은 식으로 단정하고 한국사람은 이래서 안된다고 무작정 우겨대는 글이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너무 더워서 내가 예민해 진 탓도 있을 수 있고, 저자는 그렇게 적지 않았지만 번역자가 최대한 저자의 방식대로 번역을 하다보니 그런식의 어투로 된 것일 수도 있다. 글을 읽는 처음부터 비웃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타이사람들은 이래서 안돼, 그런데 이 점때문에 좀 되는 것 같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

  타이는 나에게 안식의 나라다 하면서 일본인으로써 타이를 꼬집고 있다. 뭐, 그래도 저자는 확실히 타이를 좋아한다. 그건 확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애정어린 글을 쓸 수 없을 테니깐.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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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5
정환정 지음 / 갤리온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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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탐닉을 알게 된 것이 벌써 1년전이다. 그 해 어린이날에 정말 어린이인 막내를 제치고 서점을 허우적거리면서 책을 골랐는데, 그 중 한권이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였다. 자연스러운 글과 사실적인 사진때문에 제법 마음에 들었다. 마음도 넉넉하고 그래서 별점도 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의 작가가 블로거라는 것을 알았고, 파워블로거라는 개념도 알았다.

  책 이야기에 서론을 좀 더 길게 하자면, 작은탐닉 시리즈는 블룩 형식을 띠고 있다.(적어도 내가 본 이 두 권은 블룩이다.) 블룩Blook이란 블로그Blog책Book의 합성어로 개인이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출판한 책을 말하는 신조어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위험이 적고, 그렇기때문에 요즘 이런 블룩이 꽤 인기라고 한다. 블룩이라는 말도 처음 듣고, 블룩은 니가 말한 책밖에 못봤다 한다면... 최근 모블로거의 요리책을 나는 봤다! 하고 말할꺼다.

  이번에 내가 본 책도 블룩이고 아프리카을 여행한 블로거의 사진과 이야기가 가득하다.

  내가 아는 아프리카는 뭐가있을까? 우선 세렝게티, 야생동물, 사파리, 검은피부, 코끼리, 뜨거운 햇빛, 개발되지 않은 땅, 열악한 환경. 유니세프.

  자 이제 책에 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자. 첫이야기는 아프리카의 '바다'다. 바다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아프리카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사진을 한참동안 봤다. 나만 그런건지 몰라도, 아프리카의 바다는 유독 푸르고 짙고 깊어보인다. 

  책은 글쓴이의 여행담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져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공포라던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동경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담겨있다. 오히려 살짝 시니컬하다라는 느낌도 든다.

  책에 대해서 길게 말하자니 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서 간단하게 몇가지로 나눠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나는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에 따른 에피소드. 그 에피소드들을 내가 아는 아프리카내가 모르는 아프리카로 나눠 이야기를 해보겠다.

  여행에 관한 글을 보면 사진이 참 멋들어진다. 어디 어떤 여행기를 봐도 늘 감동한다. 그러는 중에도 이 사진들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찬란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확실히 선명하다. 발췌를 위해서 내가 책 속의 사진을 다시 찍은 것이라 그렇지, 아래 글쓴님 블로그에 링크타고 들어가보면 더 선명하고 이쁜 사진들이 많다. (꼭 한 번 들어가서 사진을 보길 바란다.) 그 사진들만 보면 아프리카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동물들 사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사진들 속의 야생동물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못생긴 기린의 정면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앞서 언급한 듯, 글쓴님 성격이 '님좀짱인듯ㅋ'이런 느낌이다. 시니컬하고 할 껀 해야한다는 느낌? 그래서 사진도 당당하고 선명한건가 싶다. 글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나는 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지 모르겠다. 짤막한 에피소드형식으로 엮어져 있는 이 책은 글을 읽을 수록 참 재미있다. 참 멋있게 늙은 이탈리아 아저씨 이야기도 재미있고, 악어가 옆에 있었는데도 몰랐다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프로의 의무라며 끝까지 카메라를 놓치못한다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 부분들을 다시 읽자고 덤비면 페이지까지 찾아낼 수 있다.

  그의 글에서 나오는 몇 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야생 동물들, 사파리, 가이드... 보통 여행기를 보면 난 질투가 난다.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그 이면의 질투 말이다. 하지만 드물게 질투가 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그만큼 여전히 나에게 먼 나라인 것 같다. 책 한 권가지고는 내 의식을 변화시키기는 무리인지도 모른다

  웃긴게... 카이로는 아프리카라고 생각했으면서 이집트를 아프리카라고 생각하지 못한 내가 너무 바보같다. 카이로의 박물관이 별로라는 것도 놀랐다. 박물관인데- 정말 글처럼 창고에 얼기설기 문화재를 둔 것 뿐일까? 아프리카에 가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에피소드에서는 소외감도 느꼈다. 당연히 나는 모르는 일들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글쓴님의 이야기중에서 여행자에 대한 부분이 있다. 여행가는 한 번 왔다 그냥 가는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의 어려움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고-그러면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뭔가를 줘서는 안된다고 했다. 공부를 하겠다고 펜을 달라고 하는 아이는 그 펜을 들고 다른 뭔가로 바꾼다고(분명 먹을것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카메라만 들고있어도 자연스럽게 포즈가 나오고 모델료를 요구한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것이지. 여행가도, 현지인도... 그렇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꿈의 아프리카는 돈에 때타지 않고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과 선한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점점 멀어진다.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없는데, 솔직히... 사파리는 정말 한 번 가고싶다. 아, 야생동물이여, 아, 고양이과의 맹수들이여. 하지만 실제로 보면 오만 정내미가 쿵! 하고 떨어질지도 모른다;;

한비두비, 세상을 보다 : http://blog.naver.com/j1446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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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5
정환정 지음 / 갤리온 / 2007년 5월
품절


여행자들은 이기적인 존재다. 여행자는 머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때문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리고 만약 그 욕구가 실현되지 못하면 그곳을 '다시는 오지 않을 곳'으로 규정짓고 이내 배낭을 꾸리고 차에 오른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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