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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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아마티아 센이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강연을 정리해서 묶은 것이다. 옮긴이 해제를 통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찌나 어렵게 느껴지던지 읽느라 고생을 많이 한 책이다. 경제학, 경영학. 전공기초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접했고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게다가 아직까지 머리속에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어려운 말들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내가 느낀 점과 마음에 들었던 구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센코노믹스Senconomics는 경제학과 철학, 윤리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성이 사라진 기존 현대경제학에 끊임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 아마티아 센 사상의 총체를 뜻한다. 결과와 수치에만 집중하는 양적 성장을 경계하고 '사람다운 삶'을 우위에 둔 양심적인 경제관점을 지향하고 있다. 인간의 행복을 반영하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점재능력을 개발하며, 동시에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위협하는 모든 위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인간의 안전보장'을 실형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책날개에서
 
  이 책에서 크게 기억나는 부분은 '부의 양극화에 따른 민주주의에 대한 반응'이다. 국가가 계속 성장할 때 국민은 민주주의에 대해 그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질 때 민주주의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GNP가 매년 5~10%씩 성장하다가, 1년동안 GNP가 5~10%가 떨어졌을 뿐인데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성장의 후퇴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분산되지 않고 빈곤층에게만 집중되었고 많은 희생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층에게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희생을 이야기할 방법이 없다. 될 때는 다 같이 잘 되지만 안 될 때는 제일 아래 빈곤층부터 차근차근 희생해 나간다. 다 같이 배고프지않다. 잘 사는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그 어떤 일에도 못산다.
  문든 오늘 얼핏 본 인터넷 신문 제목이 생각난다. '식량위기 속 감춰진 최대희생자'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그 속에 격차가 있고 불평등이 있다. 씁쓸하다.
  
  민주주의, 집회의 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는 역할도 합니다...(중략)...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도구적 역할-선거, 다당제 정치, 언론의 자유등- 이 살제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중략)...국민의 비판적 여론에 직면하거나 선거에서 지지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 통치하는 측은 사람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민주적인 형태의 정부나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하는 독립국가에서 대기근이라 부를 만한 사태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다. 대기근이 실제로 발생했던 곳은 고대왕국이나 현대의 권위주의적인 사회, 또 원시적인 부족공동체와 근대적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관료 집단)에 의한 독재체제, 선진국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 경제, 전제국가의 지도자 또는 편협한 일당독재체제에 놓인 신흥 독립국자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정기적인 선거가 치러지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야당이 존재하고, 대규모의 언론검열도 없으며 정부정책의 다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보도의 자유가 있는 민주적인 독립국가에서는 대기근이 본격화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중략)...   -p.82

 
  초기의 경제학은 오로지 성장을 목적으로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가능한 모두 무시하고 가장 이성적이고 최적인 방법으로 낭비없이 최고의 성장을 목적으로 했다. 센은 이런 경제학의 이론들을 비판하면서 경제학과 민주주의를 접목하면서 인간의 최대행복을 위한 경제학을 추구했다.
  그가 강연때 마다 제일 잘 인용하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의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존엄성이 훼손되는 일 없이 창조적 삶을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 '인간의 생존, 생활, 그리고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들 위험에 맞서는 노력에 지원을 강화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처럼 민주적이지 않는 성장이 인간의 존엄을 헤치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인간다운 성장, 좀 느리더라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성장을 했다면... 역사에 만약에는 없다지만... 새삼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성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강제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에 성장을 위한 노력을 했다. 많은 빈곤층은 아주 큰 희생을 했고 그 희생위에 세워진 위태했던 성장은 결국 크게 쓰러져버렸다. 대기업의 불투명한 거래, 정부에서는 이런 거래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 없었다. 모든 것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요즘 신문과 뉴스를 볼 때마다 제법 지금도 비슷하지 않는가 하는 기분이 들어 섬짓하다.
 
  '민주주의'는 특별히 이야기 하지 않아도 오늘날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제목은 경제학이라지만 경제학에 대한 느낌보다 사회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함께 설명한 사회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성장이 아시아의 선두에 서있다라는 말은 (나에게) 완전 빈정상했지만... 그래, 그건 그렇지 뭐. 실패의 경험에 대한 예로 한국이 빠지지 않을 때 속상했고, 그런데 다시 그런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오고 특히 우리나라가 또 휘청거리는 것이 또 속상했다.
 
  가볍게 읽을만한 글은 아니지만, 이런 분야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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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연애 백서 - 유혹에서 피임까지,당신이 및처 몰랐던 사랑.성의 모든 것
위르겐 브라터 지음, 김혜숙 옮김 / 민음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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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로 막 온 따끈따끈한 이 책을 보고 동생이 한 말 " 언니 왜 이런 책 신청했어?" ...그러게말이다. 꼼꼼하게 책 소개 읽는다고 읽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책은 아니구나.
  책 제목을 잘못 지은 것 같다. '실용연애백서'라고 한다면 보통 연애를 위해 작업을 거는 남자 여자의 비법과 그 때 남녀의 심리상태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정확히 그 후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 낚이지 말자.

  남자 여자가 만나, 그 후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스킨쉽을 하고 성관계를 맺는... 그렇다, 이 책은 성교육책인 것이다. 무려 성교육을 위한 500페이지의 방대한 책인 것이다. 초급반부터 중급반까지. 

  [1장 남과 여, 사랑과 결혼]  [2장 섬세한 사랑의 도구, 몸]  [3장 사랑의 기술]
 [4장 섹스의 심리, 섹스의 생리]
  [5장 연애하면 더 궁금한 성 의학]  [6장 미혼 남녀도 꼭 알아야 할 임신과 출산]  [7장 성 발달과 성교육]
  [8장 사랑의 또 다른 모습, 성적 소수자]  [9장 금기된 욕망들]  [10장 가지각색 성 문화]

  다양한 성문화를 나라별 종교별로, 또 성별로 금기처럼 생각해온 성을 좀 찌르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7장까지가 초급이라면 이후가 중급. 임신과 출산은 물론, 남자와 여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성에 대한 의학상식과 생식기 구석구석에 대한 상식까지 아주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8장 이후로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와 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음... 아주 발전적이라고 본다. 외국도 우리나라도 이런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숨기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는가. 마지막 장에서 종교별 성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기독교는 물론 생각만큼 앞뒤 깡깡 막힌 보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외로 불교가 참으로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있구나 싶었다. 

  한 주제에 대해 서두에는 주제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하고, 뒤에는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근거있는 자료로 이야기 한다. 예를 들어 '남자는 날씬한 여자를 좋아한다?'라는 주제에 '여자 모델들은 대부분 마른 몸매를 지니고 있다. 그 잡지들은 은연중에 여자의 매력은 마른 몸매에서 나온다고 부추기는 듯 하다...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힘겹게 살을 빼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살을 빼야 매력적일까?' 라고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던지면 '...아주 날씬한 여자를 찾던 남자들초자 거의 예외없이 비쩍 마른 여자가 아니라 약간 살이 붙은 여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부분 살이 좀 더 찐 여자를 좋아했다...'(p.20) 이런 식으로 글이 이어진다. 그래서 주제와 주제를 돕는 보편적인 생각, 그리고 근거있는 자료를 통한 사실의 순서로 이야기 한다. 적나라 하다면 적나라 하고, 식상하다면 식상한 성의 상식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도 꽤 알 건 알고 개방적인(혹은 건방진?) 20대가 아닌가 하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이 책 진도가 나갈수록 아니구나 싶었다. 게다가... 다소 엇나가는 이야기지만, 이거 왜 이렇게 리뷰 쓰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동인지' 리뷰쓸 때는 거리낄 것 없이 이것저것 잘 적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아직 생각보다 보수적인고, 그 보수적인 생각 안에 좀 개방적인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느껴야 할 것들을 너무 안으로 감춰왔기 때문에 가끔 나오는 이런 책들이 왠지 부담스럽다-하는 원론적인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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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이야기 - 꿈을 낚는 어부
토마스 바샵 지음, 김인순 옮김, 고도원 연출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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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는 작고 평범한 마을의 어부였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어부를 하고 있지만, 파블로는 항상 큰 배를 타고 모험을 하는 꿈을 꾸게 된다. 책 역시 파블로가 꾼 꿈으로 시작한다. 황금빛, 파블로를 외쳐대는 사람들. 잠에서 깬 파블로는 너무 허무했다. 속상하다. 나는 여기서 뭐하는가 싶다. 다른 사람들보다 물고기를 더 잘 잡아 왔지만 마음은 허하다. 그물을 걷어올리는데 은빛공이 걸려있다. 뭔가 싶어 은빛공을 자세히 보고있을 때 늙은 사람이 공 안 있다. 파블로에게 호통을 친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p.18) 파블로는 자신이 모험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이 모든 사람들이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주변 사람들이 가로박고 있다고? 혹시 네 꿈을 막고 있는 사람이 바로 너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느냐?(p.20) 공 속의 노인은 그리고 사라졌다. 파블로는 다시 생각했다. 과연 내가 꿈을 이루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내가 아닐까? 그 길로 파블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께 확실히 이야기 하고 작고 평범한 마을을 떠나게 된다. 파블로는 상선의 짐을 나르는 일꾼, 생선 저글링 곡예사, 수습선원, 조선소의 견습목공, 그리고 조선소의 사장이 된다. 

  '파블로 이야기'는 꿈, 미래를 쉬운 이야기로 풀어놓고 있다. 파블로가 큰 벽에 부딪힐 때마다 반짝거리는 은빛 공을 줍게 된다. 공 안의 남자가 자신에게 호통을 시키고 하도, 집요하게 묻기도 한다. 파블로는 남자와 대화를 하고나서 그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다.  파블로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인내하고, 목표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며, 열정을 가지고,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신념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처음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 이라는 장애조차 넘기기 힘들었던 파블로는 힘들게 한 걸음을 뗄 수 있었다. 또 고비들을 은빛공의 도움으로, 아내 마리아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꿈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야기 중간중간 파블로의 메시지가 정리되어 있다. 편안함이 최고의 적이다. 하는 일이 익숙해질 수록 스스로에게 이 일이 내가 정말 꿈꾸던 일인가 질문하고 목표를 점검하라(p.80) 든지, 기회는 예고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반만의 준비를 하여 기회를 꼭 붙잡아야 한다(p.108)든지. 

  파블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옛날 파블로에게 저글링을 가르쳐줬던 페페노인은 말했다. 공 하나쯤은 누구라도 가지고 놀 수 있단다. 그러다 공 두 개로 저글링을 하게 되면, 훨씬 더 어려운 재주도 부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지. 공 세 개를 공중에 던져 올렸다 받게 되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커다란 힘을 느끼게 된단다. 너처럼 네 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 것이지. 그러다 다섯 개의 공을 던지고 받게 되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을 거야. 어디, 다섯 개의 공으로도 해 볼 수 있겠니? (p.35) 파블로는 4개의 공까지 저글링을 할 수 있다. 파블로는 지금까지 네 개의 은빛공을 찾았다. 저글링을 하는데 공 다섯 개의 비결, 나머지 하나의 은빛 공. 파블로는 이야기 처음의 꿈처럼 큰 배를 타면서 이야기를 끝내지만, 그의 꿈과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니다. 나머지 하나의 은빛 공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목표를 향해서 더욱 큰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 꿈을 이루는 것. 파블로는 그 다섯 번째 공을 찾았는지 찾지 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의 파블로는 여전히 꿈을 꾸며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지금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지만 언젠가는 그 배를 타고 모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의 이야기도 살짝 해본다. 꿈에 대한 50분 가량의 동영상이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이루는가.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말은 '꿈 너머 꿈'이라는 부분이었다. 파블로는 모험을 꿈꿨지만, 자신의 재능으로 꿈의 의미를 찾고, 여러 꿈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꿈 너머 다시 또 꿈을 꾼다. 만약 파블로가 기연을 얻어 별 실패없이 한 번에 모험을 했다면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고도원의 강의는 엮은 글로 짧게 정리해보았다.

  광고들보다 파블로는 다소 평범한 이야기이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은 자기계발서가 초기에 치열하게 나올 때 읽었던 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뻔한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면 새삼스럽고 또 제법 남는 것이 있다. 특징 잡았던 결말이 없는 파블로의 이야기, 메시지들을 정리해 놓은 것등이 그렇다. 다시 한 번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내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다시 한 번 나를 다 잡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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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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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별점이 후한 사람은 아닌데, 참 후하게 나오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의미없이 삐뚤어진 마음으로-재미없으면 알아서해, 두고보겠어-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쪽, 한 쪽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와 내 친구 이야기구나 싶은 것이 어느새 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에게 그저그런 책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20대의 중반으로 향해가는 우리들의 대화는 남들과 틀릴 것 없지만 남들보다 행복하고 있어보이길 원했다.

  이 책의 단점은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와 과거를 쉽게 넘나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재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수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번잡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문단 사이의 거리가 멀면 과거구나 싶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게 또 아니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진이와 꿈이 너무 많은 친구B, 남자만 만나면 변하는 친구R, 오래된 친구같은 Y가 있다.

  진이는 꿈도 없고 그냥 되는 대로 살아야 겠다 생각하는 여자다. 사랑에 상처받고 다시는 그 상처를 받기 싫어 꽁꽁 숨어버린 채 Y의 마음을 뻔히 알고서도 모른 척 하면서 만족한다. 휴학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급만큼만 일할 줄도 알고 사는 것이 별로 관심이 없다. 좁고 깊게 친구를 사귀어 친구라고는 B와 R, Y가 있다.

  친구 B는 남자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원나이트를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즐길 줄도 안다. 하지만 정말 사랑을 없다. 식욕, 수면욕, 성욕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는 B는 꿈과 욕망이 너무 많다. B는 자신의 단점밖에 볼 줄 모른다. B의 욕망이 끝이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p.14)

친구 R은 남자친구만 생기면 돌변하여 연락을 하지 않는다. 어떤 이미테이션 옷, 가방, 악세사리든 그녀가 걸치면 명품으로 보인다. 짝퉁을 걸친데 당당한 그녀는 사랑도 당당하다.

  그녀들의 짝퉁 라이프. 

  진이는 사랑을 오롯이 하고 혼자 남아 상처받을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 첫번째 사랑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사랑하는 동안 울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을 줄 '관심의 짝퉁'을 만든다. 하루하루 Y가 주는 문자를 기다리면서 기뻐하다가 어느새 그 문자가 없어졌을 때 느낄 공허하고 슬픈 마음을 느끼고 싶지 않다. 진이는 아버지와 자신만의 거리를 인정한다. 그 사이를 들어오려는 새어머니가 맘에 들지 않는다. 시종일관 '그 여자'라고 하면서 불편해 한다. 그렇다고 친모에 대해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

  그녀를 좋아하는 Y는 그녀에게 애교스러운 문자를 보내고, 사귀자고 조른다. 나라면 확-낚아챌텐데.

  책을 읽고 있으면 진이는 애써 담담해지려고 하는 것 같다. 진이와 다른 사람의 대화를 보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겉을 돌고 있다 싶기도 하다. 사랑을 할 마음도 없으면서 사랑을 하는 R을 보면서 하는 생각. 사랑이란 상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늘 구매하는 사람만 구매한다(p.102)

  이미테이션을 진짜처럼 소화하는 R과,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꿈을 이뤄보고 싶은 B를 보면서 진이는 조금 성장한다. 인정하지 않았던 자신의 가짜를 인정하게 된다. 새어머니, Y. 나는 이 부분에서 뭔가 뭉클한 기분을 느꼈다. 끝까지 가짜를 가짜로 둘 수도 있었다. 그녀는 Y를 인정하고 가족으로 새어머니를 인정하면서 한발짝 짝퉁에서 벗어나 진짜를 향해 간다고 생각했다. 요는 가짜라도 함께 하면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사실 칙릿이 뭔지도 모르고, 검색하기도 귀찮고 뭐라 다르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는 참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냥 보통 내가,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들과. 우리나라 문학을 읽는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더 심해졌다. 반항하는 것 마냥 한글로 된 소설책은 '로맨스소설'만 노골적으로 읽어댔는데 반성한다. 더불어 나의 인생, 나의 짝퉁은 뭔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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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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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을 만났다. 바로 '딜리셔스 샌드위치'다. 배송이 늦어 내 마음을 졸이게 한 것 보다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책 첫 장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박력에 오히려 책이 무거운 느낌도 들었다. 내용이 아니라 책의 무게가. 200쪽 가량의 하드커버의 얇다면 얇은 책인데 그 속에 담겨진 저자의 주장, 설득은 결코 가볍지 않다.

  chapter1. 왜 문화가 밥 먹여주나

  문화와 돈의 관계가 결코 상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차대전 전 영국는 최강의 나라였다. 그 중 런던은 모든 돈이 모이는 도시였고 모든 문화의 발상지였다. 예술이 살아숨쉬던 런던은 최고의 도시였다. 그 때 미국의 뉴욕은 그저 돈만 많은 도시였고 유럽은 이런 미국을 돈만 있는 천박한 곳이라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2차대전 후 런던은 쇠락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고, 그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다. 그리하여 드디어 뉴욕은 돈 뿐만 아니라 문화도 가진 도시가 되었다. 문화는 돈을 따르고 돈은 문화를 따른다. 뉴욕의 끝없는 노력이 세계최고의 도시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깐 문화는 밥을 먹여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뉴욕의 갤러리가 있는 거리를 소개한다. 절묘하게 어울려 있는 돈과 문화를...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차피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의 순수예술에나 해당됩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를 뭔가 대단히 심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기획회의를 할 때 크리에이션만 하려고 하다 보니 크리에이티브가 떨어지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합니다.(p.44)

  저자는 문화를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옛날 만들어진, 혹은 현대에 만들어졌지만 알지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창조된 것도 문화라고 한다. 그것을 creation와 creative로 설명하는데 전자의 크리에이션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고, 후자의 크리에이티브는 차별화하거나 독특하게 변형한다는 느낌(p.41)이 든다고 했다. 우리는 크리에이션을 강조하기 때문에 되려 크리에이티브가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라이온 킹은 1994년에 만들어지고 꾸준하게 여러 부분에서 크리에이티브 되어왔다. 4년 후 2편 제작은 물론 뮤지컬도 제작되었고 여러 팬시제품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까지 생각해 볼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 대장금이 만화로, 뮤지컬로 크리에이티브 된 것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려먹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여러 부분에서 수익을 거두고, 또 그 수익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문화과 돈이 아닐까. 

  chapter2. 왜 경제가 아닌 문화가 미래인가

  이유는 "웹2.0"때문이다. 웹2.0은 사실 정해진 뜻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참여, 공유, 개방'을 통해 일반적인 정보제공형태를 벗어나 사용자가 직접 컨텐츠를 개발하여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의 사용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국경을 쉽게 넘나들고, 모두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다. 웹2.0과 문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싸이월드, 블로그, UCC.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정보를 만들고 얻는다. 이처럼 미국에도 유투브, 마이페이스, 페이스북처럼 비슷한 것이 있다. 미국은 유명대학 교수들은 이런 매체등을 이용해 무료 강의를 한다. 이런 (참여, 공유, 개방)적인 문화는 이제 신문같은 공중매체로 많이 볼 수 있다.

  뉴욕이 세계최고의 도시이지만, 아름답지 않다. 나같은 사람이 뉴욕에 가면 회색 빌딩과 사람을 보면서 질저리를 칠만큼 아주 긴 빌딩이 많다. 도시 자체는 더러운 축에 속해서 쥐도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뉴욕인가. 바로 뉴요커들의 생활을 보라는 것이다. 그들의 소비패턴이 세계 소비시장을 주도한다. 뉴욕을 여행하는 것은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뉴욕 문화의 정체성을 보고 즐기러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뉴욕이 문화의 도시인 것을 뉴욕타임즈의 스타벅스 긁기(?)를 예로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 이미지는 썩 좋지않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던지 전 세계적으로도 스타벅스는 많은 고전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스타벅스가 과도한 확장을 위해 커피 본연의 맛을 버리고 기계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샌드위치를 파는 등 결곡 잘 될 수 없다는 기사를 썼고(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에 스타벅스는 샌드위치 판매를 중단하고 매장확장 또한 그 수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문화가 드러난다. 신문은 이 기업이 잘 되던 안되던 이런 호소력 짙은 글을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보통 기사처럼 그냥 잘 되고 있다 안되고 있다만 쓰면 된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스타벅스가 기업문화를 잃어버리고 상업적으로 점철되는 것을 광분하며 신문사의 기업문화를 살려 이런 기사를 적는 것이다. 생각해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잘 지키고 있는지. 그 기업문화를 잃어가고 있을 때 우리 언론들은 어떠한지.

  세계 기업들의 경쟁은 씨름판이 아닙니다. 몸싸움이 아니라 아이디어 싸움판이지요.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라고는 고작해야 텁텁한 자판기커피 한 잔이나 비상계단에서 눈치보며 피우는 담배 한 대가 전부인 직원들이, 노천카페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p.109)

  구글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내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런만큼 모두 구글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직원들의 크리에이션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는 한 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사고 끝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단발적인 문화행사투자나 직원들의 닥달해서 보게하는 책, 공연은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직원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회사의 복지차원을 떠나 문화적인 배려까지 고려할 때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진정한 문화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3. 왜 문화가 내 삶을 좌우하는가

  한국인들은 모두다 자신들이 '샌드위치 세대'라고 생각한다. 50대는 IMF를 정면에서 받은 세대로 '오륙도'라는 신조어를 내세워 좋은 시절 직장을 다닐 만큼 다니고 은퇴한 앞세대와 치고 올라고는 40대 임원들때문에 앞이 캄캄하다. 40대도 할 말이 있다. 그나마 50대는 끝을 보기라도 했지만 자신들은 '사오정'이 대세다. 노후대비는 커녕 아이들 사교육비조차 벅차다라고 한다. 그러면 30대도 할 말이 있다. 부동상 폭등으로 월급을 평생 모아도 집을 사지 못한다. 게다가 '영어'와 '컴퓨터 능력'을 앞세운 20대를 보면 무섭다. 하지만 이 말 들은 20대도 할 말이 있죠. 50대, 40대, 30대의 모든 문제를 일단 다 가지고 있다. 아무리 공부해도 취업이 안되고, 취업을 해도 언제 짤릴 지 모르며, 돈을 벌어도 집도 못사고 노후대비도 어렵다. 이러면서 10대 샌드위치 세대도 있다. 죽자사자 공부를 해도 이제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현재는 웹2.0 시대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웹3.0, 웹4.0시대가 올 것인데 죽자사자 공부하는 것 보다 문화생활을 한 다른 나라 10대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늘 이렇게 앞세대를 보면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의식과 열등감. 이것이 우리의 샌드위치 세대.

  하지만 미국의 '샌드위치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세대를 말하는 것이다. 피해의식, 열등감, 단절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뉴욕에서의 '샌드위치 세대'는 꿈의 단어다. 점심에는 샌드위치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가족 친구들과 긴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나라의 '샌드위치 세대'는 세대간 문화의 단절로 피해의식이 더 커졌다. 미국에서 라이온 킹은 꼭 봐야할 뮤지컬 중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나 볼 뮤지컬이다. 10대는 꼭 최신가요를 30~40대는 7080음악을 50대 이상은 가요무대. 정해진 것 처럼 선을 그어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리포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상상력이 가득한 책이 없다. 역사나, 우리가 겪었던 시대상황에 대한 멋드러진 글은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은퇴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는 은퇴를 하면 더더욱 대학 근처로 거처를 옮긴다. 실버타운에서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하며 회상하는 것 보다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배우며 일하며 사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대학 근처는 집 값이 싸고 의료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스포츠 경기등 많은 문화생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단지 늙으면 부양의 대상이 되는 것 보다, 부양의 대상이 되더라도 손자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고 함께하고 가르쳐준다면 단순히 부양의 대상(짐)따위로 누가 볼 것인가. 문화는 내 삶을 좌우한다. 그리고 문화로 노후대비도 할 수 있다.

  chapter4. 컬처비즈의 시대, 왜 글쓰기인가

  디지털 시대가 되면 오히려 문자 글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인터넷, 휴대폰. 이런 쉬운 매체로 오히려 인간관계는 소홀해지고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편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잊고 것이 있다. 인터넷, 휴대폰(문자)은 문자를 중심으로 한 매체다. 물론 동영상도 전화통화도 있지만 보통은 인터넷의 글을 통해 문자를 통해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 조너선 슈워츠'의 블로그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이 떨어져서 위험했을 때 그는 사실적이고 진실한 포스트로 사원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긍정적인 지지를 얻었다. 글을 잘 썼다기 보다 글을 통해 밝은 미래를 봤기 때문에 리더로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내 유명대학교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의가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렇지 안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여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p.187)

  차범근 감독이 쓴 글이다. 어느 감독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차범근 감독이 더욱 돋보인다. 글을 쓰는 주부가 돋보이고 직접 가사를 짓는 가수가 돋보이듯 글쓰는 일을 자신의 분야에서 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첫째, 글쓰기는 생각을 키운다.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하고 정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고 체계를 만든다. 둘째, 글쓰기는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만큼 글쓰기는 새로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셋째, 세대간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 글쓰기는 선입견 없이 세대를 아우룰 수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간단한 메시지를 가지런하게 정렬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에게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생각이 많아서이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배웠던 가지런한 방법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 생각은 커녕 줄거리 나열만 하다 끝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쓰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답답함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열심히 다른 사람의 글쓰기를 읽고 내가 쓰다보면 나만의 방식이 생기고 정렬이 생기고 체계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열심히 하면.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다. 그래서 표지만으로도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높은 둘째도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스티븐 잡스는 알았고, 빌 게이츠는 몰랐다" 라는 문장도 좋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예를 든 것 좋았다.

  경영전공 2년 반. 배웠던 것을 다시 한 번 되집을 수 있었고, 그것을 발판삼아 새로운 것도 생각하고 쌓을 수 있어서 정말 남는게 많은 시간이었다. 이 책은 당장 내가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배워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문화와 경제/경영을 관계지어 앞으로를 설명한 것이 새로웠다. 첫 장의 어마무시한 박력을 내 마음속 그대로 간직하게 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이런 식으로 모두에게 기억되길 바라며 나름 별점을 거의 만점으로 줘본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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