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본론을 시작하지 못한 채 중단한 것이 은근한 찝찝함을 안기더군요. 그래서 오늘 귀가하자마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솔직히 너무 대견하네요. 4일차까지 온 것도 그렇고. 완독까지 연재 달릴 각이 보입니다. 그럼 시작!
단어는 띄어 쓴다. 단, 조사는 단어임에도 붙여 쓴다. 접사와 어미는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기까지가 지난 시간까지 공부한 내용입니다. 조사에서 시작해서 접사와 어미까지, 띄어 쓰지 말아야 할 놈들을 알아봤는데, 오늘은 반대로 띄어 써야 하는 놈들을 알아봅시다.
9품사, 그러니까 명사대명사수사동사형용사관형사부사감탄사조사 이놈들이 모두, 이놈들 '만' 단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니 명사는 단어겠죠? 오늘 배울 놈은 이 명사 중에서도 '의존명사'입니다. 의존명사는 명사이긴 명사인데 일반 명사와는 다르게 의존적인 놈이라, 다른 말에 기대어지는 방식으로만 쓰여요. 대표적인 의존명사로 우리가 자주 쓰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못난 것, 귀여운 것, 슬픈 것 등등의 현태로 의존명사 '것' 앞에 언제나 다른 말을 함께 씁니다. 이렇게 다른 말에 의존하는 명사를 '의존명사'라고 하고, 특이하긴 하지만 어쨌든 명사이니 이놈도 띄어 써야 합니다. 우리가 '~할 것이다'에서 '것'을 자연스럽게 띄어 쓰듯이요.
또 다른 의존명사로는 '치'를 들 수 있는데요. 한 달 치, 1년 치 할 때의 '치'요. 굉장히 킹받지 않습니까? 너무나도 접미사같이 생겨서 제게 붙여 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니 뿌리째, 한 번씩, 오천 원어치의 '-째' '-씩' '-어치'는 접미사인데 이놈은 왜 의존명사죠? 하아.... 여하간 그래서 전 이놈을 자주 붙여 썼습니다. 제가 기억하기 위해 이놈을 먼저 언급했어요. '치'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어떻게 잠자냥 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수')
잠자냥 님 때문에 남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따위')
잠자냥 님이 별로였던 적이 있던가? ('적')
잠자냥 님의 지성미, 귀여움, 재치 등 모든 게 좋아. ('등')
잠자냥 님을 만나는 김에 뽀뽀도 해야겠어. ('김')
잠자냥 님과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터' * '텐데' = '터인데')
'수' '따위' '적' '등' '김' '터' 이놈들이 대표적인 의존명사입니다. 감이 오시죠? 저는 그래도 조사와 어미보다는 의존명사를 구별하는 게 쉬운 것 같아요. 평소에도 잘 띄어 쓰던 놈들입니다.
기억해두면 좋은 거. 단위를 나타내는 말은 모두 의존명사라고 합니다. '킬로미터' '리터' '그램' 이런 것들이요. 따라서 오십 킬로미터, 오십 리터, 오십 그램과 같이 띄어 씁니다. 단, 앞말이 숫자일 땐 붙여 써요. 50킬로미터, 50리터, 50그램처럼요. 미학적인(ㅋㅋ) 이유에서인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단위가 영어로 된 것만 있는 건 아니죠? '한 달' '두 달' 할 때의 '달'도 단위입니다. '한 시간' '삼 주' '일 년' 이놈들도 단위이자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은 모조리 띄어 씁니다. 한 살, 일곱 명, 아홉 잔, 열 번, 이십 회 등등. 단, 차례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대요. 그러니까 개수를 세는 '오십 개'는 붙여 쓸 수 없지만 차례를 나타내는 '오십 번' '오십 번째'는 붙여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의존명사까지 살펴봤습니다. 결국 조사, 어미, 접사는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이놈들은 만만한 놈들이 아니기에 흔히 우리에게 혼란을 줍니다. 그래서 저자가 이놈이 조사인지 어미인지 접사인지 의존명사인지 헷갈리기 쉬운 경우들을 친절하게 모아서 정리해 놨어요. 무지 많은데 그걸 다 가져올 순 없으니 '제가 혼동한 것들'과 '남이 혼동하는 걸 자주 본 것들'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어미 '-지' vs 의존명사 '지'
잠자냥 님과 결혼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 (어미)
잠자냥 님을 사랑한 지 벌써 일 년이나 되었어. (의존명사)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경우에만 의존명사 '지'를 씁니다. 나머지는 어미이니 붙여 주세요.
2. 접사 '-간' vs 의존명사 '간'
잠자냥 님을 한 달간 못 봤더니 죽겠어. (접사)
잠자냥 님과 나, 서로 간에 사랑이 있다면 결혼해도 괜찮지 않을까? (의존명사)
하.... 제가 맨날 헷갈려서 맨날 검색했는데 또 맨날 까먹어서 또 검색하고 검색하고 검색했던 겁니다. 둘의 의미 차이는 딱 봐도 보이죠? 기간을 나타내는 접사 '-간'과 사이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간'. 둘은 완전히 다른 놈이기에 한 놈은 붙이고 한놈은 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놈이 붙는 놈이고 어떤 놈이 띄는 놈인지가 기억이 나질 않더랍니다. 이제 진짜 안 까먹는다!
3. 조사 '밖에' vs 명사 '밖'
나한테는 잠자냥 님밖에 없어. (조사)
잠자냥 님, 추운데 왜 밖에 계세요? 저희 집에서 라면 먹고 가세요. (명사)
조사 '밖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only의 의미를 나타내고, 명사 '밖'은 바깥을 말하죠? 제가 이걸 지금은 완전 제대로 알고 있지만 사실 조사 '밖에'의 존재를 모르는 채 '수밖에'를 '수 밖에' 이따구로 띄어 쓴 기간이 매우 깁니다. 학부 때 좀 중요한 과제 제출하기 전에 띄어쓰기 검사기 돌리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붙여 써야 한다는 걸.... 그때 그게 돌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이후로 다시는 수밖에를 수 밖에로 쓰지 않았습니다.
4. 의존명사 '뿐' vs 조사 '뿐'
난 잠자냥 님과의 결혼을 가능한 한 앞당기고 싶을 뿐이야. (의존명사)
내겐 잠자냥 님뿐이야. (조사)
이거 구별법 완전 쉽습니다. 앞말이 용언이면 - 동사, 형용사 - 의존명사이므로 띄고, 앞말이 체언이면 - 명사, 대명사, 수사 - 조사니까 붙입니다.
5. 의존명사 '대로' vs 조사 '대로'
결혼은 안 한다고 하셨으니 아쉬운 대로 연애나 할까요? (의존명사)
난 그냥 나대로 잠자냥 님을 사랑하는 거야. (조사)
이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말이 용언이면 띄고, 체언이면 붙이기!
6. 의존명사 '데' vs 어미 '-데'
사랑하는 데 이유가 따로 있나. (의존명사)
잠자냥 님과 난 서로 사랑하는데 왜 결혼할 수 없지? (어미)
구별하기 어렵진 않은데 꽤 많이 틀리는 놈들입니다. 제가 수밖에를 띄어 쓰면서 이상하다는 자각을 하지 못한 채 살았던 것처럼 띄어 쓰는 데가 존재하고 붙이는 데가 존재한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경우에 혼동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이게 한번 제대로 머리에 박히면 안 틀리게 되긴 하는데, 가장 간단한 구별법은 '데' 뒤에 조사 '에'를 붙여 보는 겁니다. 붙여서 말이 되면 의존명사예요. "사랑하는 데에 이유가 따로 있나"처럼요. 또 의존명사 '데'는 '것'이랑 바꿔 써도 대개 의미가 통해요. "사랑하는 것에 이유가 따로 있나"처럼요. 하나 더하자면, '~한 데다가' 꼴은 띄어 쓴다고 외워 두라고 합니다.
7. 의존명사 '차' vs 접사 '-차'
잠자냥 님을 만나러 나가려던 차야. (의존명사)
잠자냥 님과 신혼여행차 갔던 곳이야. (접사)
이건 제가 자주 헷갈렸습니다. 목적을 나타내는 '-차'는 접사니까 붙여 쓰자! 의존명사 '차'는 어떤 일을 하려던 기회나 순간을 의미하죠?
8. 접사 '-음직하-/-ㅁ직하-' vs 보조형용사 '직하다'
잠자냥 님은 정말 바람직한 성품을 갖고 계셔. (접사)
잠자냥 님과의 결혼은 내가 바람 직한 일이지. (보조형용사)
이것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어요. 접사의 경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보조형용사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접사의 예문은 잠자냥 님은 정말 남들이 '바랄 만한' 성품을 갖고 계시다는 의미일 테고, 보조형용사의 예문은 잠자냥 님과의 결혼은 내가 '바랄 법한' 일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엄청 헷갈리는데 외워 봅시다.
9. '님'과 '분'을 띄어 쓸까, 붙여 쓸까?
'님'은 직위나 신분 뒤에서는 붙입니다(접사). '선생님' '사장님'처럼요. 대신 성이나 이름 뒤에선 띄어 씁니다(의존명사). '은오 님' '잠 씨' 처럼요.
'분'은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서, 남편분, 여자분, 환자분 할 때는 붙이고요(접사). 어떤 분이세요? 몇 분이시죠? 찬성하시는 분? 할 때는 띄어 씁니다(의존명사).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끝!!!!!
판다 개체수가 2천여 마리라는데 푸바오가 제일 예쁠 듯. 절세미판 울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