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이어지는 맞춤법 공부! 10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정신도 맑고 기분도 좋고 공부할 맛이 나더라고요? 앞으로도 이틀에 한 번씩은 꾸준히 올리면서 이 공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5일차 시작합니다.
단어는 띄어 쓴다. 단, 조사는 단어임에도 붙여 쓴다. 접사와 어미는 띄어 쓰고 싶게 생겼더라도 단어가 아니므로 붙여 쓴다. 의존명사는 붙여 쓰고 싶게 생겼더라도 명사(단어)이므로 띄어 쓴다.
지난 시간까지 배운 내용입니다.
저자는 "뭐는 붙이고 뭐는 뗀다"라는 식으로 구분해서 생각하기보다는, '띄어 쓴다'를 그냥 디폴트 값으로 두고, 붙여 쓸 수밖에 없는 조사, 접사, 어미를 익혀 두는 쪽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오늘 공부할 주제는 '합성어'인데요.
합성어는 '원래는 별도의 단어인데 하나로 굳어져 붙여 쓰게 된 단어'입니다. 따라서 합성어는 그냥 한 단어예요. 사전에 하나의 단어로 실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사전에 '쓸모없다'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쓸모없다'가 별도의 표제어로 등록되어 있죠?
'쓸모'라는 단어와 '없다'라는 단어가 각각 존재하지만 이놈들이 함께 자주 쓰이다 보니 그냥 '쓸모없다'라는 한 단어로 굳어져서 '쓸모없다' 자체가 하나의 단어로 인정이 된 거죠.
반면 '쓸모 있다'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쓸모있다'는 사전에 실리지 않았죠? 그래서 항상 띄어 써야 합니다.
이놈들이 각각의 단어로만 존재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단어로 인정된 합성어로 존재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색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으면 단어이고 없으면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의 합성어 인정 기준이 뭘까요? 일단은 사용 빈도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주 함께 쓰이느냐요.
또 합성어가 되면서 원래의 의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뜻이 추가되느냐 이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뛰어넘다'라는 단어를 볼까요?
원래는 진짜 뛰어서 무언가를 넘는 걸 가리키는 말이었는데(사전에서 1번 의미), 어려운 일을 이겨내거나 일정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비유하는 데까지 쓰이면서(3, 4번 의미) 합성어로 인정받게 된 것이지요.
'그런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는 순수하게 '그렇게 하는 대로'의 의미였으나, "그런대로 괜찮아"처럼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의 뉘앙스가 더해져 한 단어로 인정받게 된 거예요.
합성어의 존재까지 알게되니 그냥 띄어쓰기 포기하고 싶지 않나요?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규칙 -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 접사, 어미는 붙인다 - 만 알아 두되, 글을 쓰다가 뭔가 수상쩍은 놈이 보이면 그때그때 검색해 보기.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영락없이잠자냥님을꼭빼닮았어
이 말을 쓰고 싶다고 해 봅시다. 일단 되는대로 띄어 볼까요?
영락 없이 잠자냥 님을 꼭 빼 닮았어
그런데 뭔가 수상하죠? '영락 없이'와 '빼 닮았어'가 왠지 수상합니다. 이놈들은 사전에 검색하면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을 것도 같아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영락없이 잠자냥 님을 꼭 빼닮았어.
이게 옳은 표기예요.
아, 사전에 검색할 땐 활용형이 아닌 기본형으로 검색해야 하는 거 아시죠? '영락없이'는 '영락없다'로, '빼닮았어'는 '빼닮다'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자, 그럼 사전에 표제어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 이놈은 단어로 인정받은 놈이니까 그냥 냅다 붙여 쓰면 되느냐? 이건 또 아니라고 합니다. 하....
'다음날'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하면 이렇게 나와요. '다음'과 '날'이 하나의 단어로 인정받아 실렸죠?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뜻을 잘 읽어봐야 합니다.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
다음 날 아침에야 잠자냥 님과의 결혼을 실감했다.
위 예문에서 '다음 날'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정해진 날이죠? 그래서 띄어 씁니다.
잠자냥 님, 다음날에 만나면 식사나 하죠.
위 예문처럼 다음날이 '언젠가'의 의미로 쓰일 때 붙입니다. 물론 저라면 잠자냥 님께 저렇게 말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정확한 날짜를 지정하겠죠.
또 여기 다음날보다 더 중요한 합성어가 있습니다.
'한번'이요. 이놈도 사전에 실려 있긴 한데요.
한 번, 두 번과 같이 횟수를 셀 때 '한 번'은, 사전에 나오는 '한번'이 아닙니다. '한'과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번'의 조합이에요. 그래서 띄어 씁니다.
어디 한번 결혼해 볼까?
잠자냥 님, 한번 드셔 보세요.
위 예문처럼 try의 의미로 '한번'을 쓸 땐 사전에서 2번의 의미를 나타내므로 한 단어로 붙여 씁니다.
말 한번 잘했다.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어.
이렇게 강조의 의미로 '한번'을 쓸 땐 사전에서 1번의 의미를 나타내므로 마찬가지로 붙여 씁니다.
그래서 띄어 쓰느냐 붙여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요.
한 번 와봤어 = 두 번, 세 번이 아니라 딱 한 번 와봤다.
한번 와봤어 = 지나가다 들러 봤다.
'집안'도 볼까요?
사전에 등재되어 있긴 하나, 이 '집안'은 '가문이나 공동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집 안의 가구들' 할 땐 띄어 써야 합니다. 가문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집의 안에 있는 가구를 말하고 싶은 거니까요.
결론은 검색했을 때 나온다고 덜컥 갖다 쓰면 안 된다. 아예 안 찾아봤으면 모를까(안 찾아보는 게 나을지도ㅋㅋ) 이왕 찾아봤다면 사전에 실린 뜻과 내가 구사할 문장 속에서 쓰이는 뜻이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고 쓰자!
마지막으로 하나 볼까요?
'소용없다'는 사전에 합성어로 실려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 소용없다
이렇게 써도 될까요? 안 됩니다.
아무 소용 없다
이렇게 써야 해요. 음, 사실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아마 직감적으로 띄어 쓰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따져 보자면....
저 문장은 '아무+소용+없다'이지 '아무+소용없다'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가 '소용'을 수식하는 거지, '소용없다'를 수식하는 게 아니에요.
또 애초에 관형사는 체언을 수식하기 때문에 관형사인 '아무'는 '소용없다'라는 용언을 수식할 수 없어요. 문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별 상관 없다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별'이 '상관없다'를 수식하는 게 아니라 '별 상관'이 없다. '상관'을 수식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가 사전에 실려 있다고 '별 상관없다'로 쓰면 안 됩니다.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입니다. 드디어 다음 편이면 띄어쓰기가 끝이 나요! 다음 편은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를 다루는데, 제가 궁금해했던 부분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
울애기는 용인에서 태어난 용인 푸씨 한녀 판다인데 왜 중국으로 가야 하는 것인가.... 중국이 판다로 외교(아닌 장사) 하는 거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