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가 돈다더니, 결국 제호도 아침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단다. 아침부터 기운 빠지고 걱정되고 힘들다. 이제 돌도 넘겼고 갓난쟁이 벗어나서 좀 나은 것 같은데도, 이렇게 아픈 날, 특히나 전염성이 있는 질병이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는 날이면 정말 암담하다. 남편이 그나마 자유로운 직업이라 많이 희생을 강요하기긴 하지만, 일을 팽개치고 맨날 이럴 수는 또 없는 일이다.
오늘을 그나마 딱 일주일의 한가운데 수요일. 내일은 내가 오전반차, 오빠가 오후 반차, 금욜은 오빠가 월차... 이렇게 쓰고 주말을 보내겠는데 담주 월요일을 또 어떻게 한다? ㅠ.ㅠ 이 대목에선 정말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부산에 계시는 시어머님께 SOS를 쳤건만 수요일이나 되어야 가능하실 것 같다고하고... 엄마는 아빠가 편찮으셔서 자리를 못 비우시고... 어찌어찌 시집도 안 간 시누이를 올려보내신다고 하는데, 말이 쉽지 시집도 안 간 아가씨가 아이를 하루종일 그것두 3일씩이나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제호도 잘 모르고....
요즘 들어 많이 갈등된다. 어릴 때 엄마가 옆에서 즐거이 놀아주고 반응해주는게 아이의 평생의 재산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진 못한다할지라도 몸으로 남아 있는 그런 재산.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이 간난쟁이일때보다 훨씬.. 많다.
올 5월 1일이면 만으로 딱 10년을 채운다. 한직장에서 참 오래도 다녔다 싶지만, 나름 부서도 좀 옮긴 편이고 교재개발이란 맥락은 같았지만 매체가 조금씩 달라서 실증내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부서에 '또라이' 상사도 '재수없어서 미칠 것 같은' 녀석도 없다. 고작 스트레스래야 융통성 없는 회사... 산행... 에버랜드...뭐 그 정도? 사실 그 정도라면 스트레스랄 것도 없다. 조금조금씩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일도 그닥 지겹지 않다. 나는 사무실 내 책상이 딱.. 편하다. 나름 쾌적하고 깔끔한 사무실도.... 뭐 그딱 짜지 않은 월급도... 가끔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그게 약도 되는 법.
그래서 정말 순수하게 제호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심하게 갈등된다. 특히나 이렇게 아프면 더 그렇다. 이건 현실적으로 제호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내가 집에서 제호만 보고 지내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없다. 내 성향상 그런 생활에 즐거이 만족할지도 의문이다. 주위에 친구도 없고.... 오직 제돌이와 대화하고 시간보내고 먹고, 자고, 놀고... 그렇게 보내는 상상을 하면 솔직히.. 미안하게도 숨이 막힌다. ㅠ..ㅠ
어떻게 해야할까... 심란한 아침. 둘째 가지고 그만둘려고 했는데... 그것도 요즘엔 슬슬 갈등이었는데, 심란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