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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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의 여성작가, 그라시엘라 몬테스의 동화입니다. 젖이 열개 밖에 없는 어미에게서 열한번째 막내로 태어난 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개의 삶을 굳이 '인생역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좁은 의미에서는 '사람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며, 넓은 의미에서는 '카시페로의 시각에서' 씌여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생각을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묘사하는 '의인화'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개라면 되도록 빨리 일자리를 얻는게 좋다."라는 넋두리로 시작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이란, 애완견, 서커스단원, 장난감 모델, 실험대상, 때로는 방랑자로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카시페로의 이름을 제 멋대로 바꾸고 불편하기 그지 없는 귀싸개며 인조꼬리를 달아주는 애완견 분양자, 관객들의 만족을 위해서 단원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서커스 단장, 그럴싸한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억지 행동을 강제하는 장난감 제조업자, 영원한 아름다움을 절대 가치로 삼는 연구원들이야 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대화 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대화에 열중하는 어른들,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자본가들, 삶의 기쁨과 가치를 '젊음'이라는 외양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죠. 심지어 "드럼통은 꼭대기까지 맛있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라는 카시페로의 재치있는 표현 역시도, 음식쓰레기를 버렸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감추고 있습니다.

- 우리의 카시페로가 (안정이 아닌) 안식을 찾게 되는 이는 바로, 머리없는 인간입니다. 카시페로에게 '토토'나 '로드', '트룩스'와 같은 이름이 아닌 '귀돌이 신사, 배고픈 카시페로 공작'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는, 하필이면 겉옷을 머리께 까지 잔뜩 올려입은, '머리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열이면 아홉이 해로운 생각을 할 뿐인 인간들에게, 카시페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 힘껏 되는대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카로(picaro, 악한)로서의 그것을 가르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 아이를 갖는 순간, 중년의 나이에 이르는 순간, 너무 많은 순간이 내 인생을 조여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기로, 아이 만은 절대 갖지 않기로, 중년의 나이에 이르기 전에 꿈을 찾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카시페로가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 또한 '뒤집어진 집착'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죠. 배우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면, 작아보이는 아이의 세계를 존중할 수 있다면, 죽음 역시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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