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스트로의 쿠바 - 체 게바라와 함께 한 혁명의 현장
그레고리 토지안 지음, 홍민표 옮김, 오스왈도 살라스.로베르토 살라스 사진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 저자는 기자이자 사진작가인 그레고리 토지안 이지만, 책의 절반은 오스왈도 살라스, 로베르토 살라스 부자(父子)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아버지 오스왈도와 아들 로베르토는 1959년 쿠바의 민주화(저는 이 글에서 정치혁명과 사회혁명을 구분하고자 합니다.) 이후 쿠바로 돌아와, 새 정부의 신문이었던 <레볼루씨온> (Revolucion, 혁명) 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해왔습니다. 이들의 사진이 곧 쿠바의 사진이라고 할만큼, 이들은 새 정부 이후의 모든 변화들을 사진으로 담아내었습니다.
- 쿠바 보다는 카스트로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작 정치혁명 이후의 쿠바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는 적은 분량만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은 혁명을 전후로 한 카스트로, 그리고 체 게바라의 활동에 맞추어져 있지요. 그나마, 사진은 글을 풍부하게 하지만, 글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 하지만, 이를 두고 불평하는 것은, 직접 책을 고른 독자로서의 도리가 못됩니다. 카스트로는 사회주의자이기 이전에, 오랜 군부독재로 고통받았던 쿠바를 민주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었고, 망명자들의 민주화 운동이었던 '726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살라스 부자 역시 726운동을 통해 카스트로와 민주화 운동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들은 운동가이기 이전에 자신들의 조국을 사랑했던 사진작가였을 뿐입니다.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쿠바에도 있다. 나는 눈먼 박쥐가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더라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 5번가에서 쇼핑을 하는 여자는 뉴욕이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슬럼가에 사는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 옳다."
- 물론, 아들인 로베르토 살라스가 아직까지 사진작가로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의 사진에서 쿠바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떨어진다는 아쉬움마저 지울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쿠바 정부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레볼루씨온>이 이전만큼 넉넉한 필름과 지면을 그에게 허락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 <레볼루씨온>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레볼루씨온>은 새 정부의 기관지로서, (책에 등장하는) 살라스 부자의 사진을 통해 쿠바의 기층 민중들에게 새 정부의 활동을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신문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과는 달리 사진 일색의 신문이었죠. 그것은 오랜 독재 아래에서의 쿠바 민중들의 교육율이 무척 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을 읽을 수 없는 민중들에게, 사진으로 닿고자 했던 새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 우리가 알고있다시피, 쿠바는 새 정부 이래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복지정책의 한편으로 생필품의 부족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쿠바의 새 정부는 1959년의 정치혁명 이후에 곧바로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미국의 농업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몰수하면서 경제제재와 금수조치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무역으로부터의 단절이란, 사탕수수 무역을 통해 경제를 일으키고 싶었던 쿠바인들에게 꽤나 절망스러운 것이었죠.
- 그것은 1990년대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인한 원조의 중단으로 더욱 가속화되었고 오늘의 쿠바에 이르렀습니다. 살라스 부자의 사진에는, 1961년 일주일에 한번 자발적인 노동일을 지정하고 앞서 실천했던 체 게바라와, 1965년 국민 누구나 사탕수수 제배에 동참시키고자 했던 카스트로가 있습니다. 이제 쿠바의 새로운 사진작가들이 바통을 넘겨받아야 할 차례입니다. 1959년의 카스트로는 여전히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카스트로의 쿠바를 넘어 쿠바인의 쿠바를 조명해주길 기대합니다.
※ 스페인어를 번역하는데 있어 몇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발음 그대로 한국어로 쓰되, (괄호 등을 덧붙여) 원래의 표기와 뜻을 동시에 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