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 한 권으로 끝내는 언론사 입사
안수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 제가 지금껏 보아온 실용서에는 두 종료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방법만을 강조하는 실용서, 두번째는 철학을 강조하는 실용서입니다. 첫번째이든 두번째이든, 방법과 철학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방법에는 철학이 담겨있고, 철학은 곧 방법으로 표현되기 마련이죠. 안수찬 기자의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에서는 방법과 철학이 사이좋게 지면을 나눠갖고 있습니다.

- 우선, 방법을 보겠습니다. 저자는 서류전형, 필기시험, 논술 작문 르포, 실기시험, 면접으로 이어지는 언론사 시험의 구체적인 과정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있고, 각각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와 실제적인 준비방법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언론 아카데미' 강좌를 맡아왔던 저자이기에, 언론사 지망생들의 정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고, 또 응당 그에 따를 고충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책은 4장에서 14장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통해, 독자를 언론사 입사 시험의 한복판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 이제, 철학을 보겠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구체적인 경험이고, 두번째는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고백입니다. 첫번째는 매장의 사이에 담겨있는 '기자로그인'입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자로그인'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언론사 지망생들을 위한 내용입니다. 출퇴근, 낮술, 월급과 촌지, 취재의 실제, 취재원 관리, 데스크와의 갈등, 등 합격의 기쁨을 누릴 독자에게 다가올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담하게 소개합니다. 담담함은 독자에게 어떤 환상도, 어떤 좌절도 안겨주지 않습니다. "좀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직장은 기자 외에도 많다." 라는 저자의 조언은, 단지 독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 '기자로그인'에 담겨있는 저자의 철학은 보다 직접적인 고백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기자의 실존적인 고민, 이것이 취업사이트의 그것이 따라올 수 없는 이 책만의 매력입니다. 1장 부터 3장까지를 할애한 "기자가 왜 되려고 하느냐?"는 물음, 기자로그인 7장과 8장에 나와있는 "기자로 살 것인가 월급쟁이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입니다.

"언론인이 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질문이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언론인이 되고 난 뒤에도 계속 등장한다. 때로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살아가면서 그 답이 조금씩 바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이 질문을 놓지 않는 일이다. 당신은 왜 언론인이 되려 하는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깊이 고민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각자의 답을 하나씩 틀어쥐고 있어야 한다."

- 월급받는 기자와 월급쟁이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시장 위에 존재하고, 특종과 발행부수를 위해 경쟁하며, 실적과 직위에 따라 연봉을 지급받고, 주주와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매일같이 출 퇴근을 반복, 데스크의 작업지시를 받아 취재노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월급받는 기자는 월급쟁이와 한치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구분하고, 또 차별합니다. 같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아야 할 정당한 이유는 내용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직업인의 내용이라면, 직업정신,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이죠.

"언론인은 시민사회에 뿌리를 둔 비판자다. 시민사회 대신 국가권력이나 시장에 뿌리를 두거나, 비판 대신 홍보와 선전에 매달리는 일은 기자의 몫이 아니다."

- '시민사회' 저자가 주장하는 기자로서 정체성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체성의 갈등이란 곧, 물질적 뿌리인 자본과 정신적 뿌리인 시민사회에 사이에서의 갈등이죠. 물론, 독자 모두가 시민사회에 정신적 뿌리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적어도 정신적 뿌리가 자본이 아닌 이상, 독자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동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등의 구체적인 표현은 데스크 또는 언론사주와의 갈등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취재 보고와 지시를 받아야 하는 평기자에게, 정체성의 갈등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죠. 기자로그인 8장에서는 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언론사 동향을 통해서, 데스크와의 갈등을 둘러싼 언론계 전체의 구도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 너무나 당연하게도, 노동은 즐거워야 합니다. 여가 이전에 노동에서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노동의 물질적 뿌리와 정신적 뿌리 사이의 갈등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데스크와 언론사주 앞에서 당당하고자 하는 언론인들도, 기계에 매달려 하루 10시간씩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노동의 정신적 뿌리를 갈망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