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기관지노힘 제31호)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다녀와서
이정일
 

사회주의정치연합 준비모임 주최로 지난 4월26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 회관 3층 홀에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현황과 과제'란 제목으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60여명이 참석하였고, 연령층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다. 발제를 담당한 단체소속원이 대부분이었으나 학생들과 노동조합에서도 약간의 수가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다지 밝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주의정치운동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이리라.
토론회는 오후 3시30분에 오세철 교수의 인사말과 사회로 시작되어, 7명의 발제가 오후 6시30분경까지 진행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내용은 개략적으로 보면, 노동자계급 대중투쟁에 대한 평가, 노무현 정권의 성격, 80-90년대 사회주의정치운동과 현재 상태에 대한 평가, 사회주의정치운동진영의 이후 방향 등이었다.

<주제 발제> (가나다순, 발제문 요약)

거듭남으로 하나되기 (남진현 진보운동전략연구소 소장)

현시기 남한의 정치세력 판도는 기본적으로 '보수'와 '개혁', '진보'의 3대 세력간의 대립투쟁관계이다. 일부 사회주의운동진영은 보수우익세력의 크고 집요한 영향력에 대해 지나치게 경시하면서 좌파진영 내부에서의 논쟁과 권력싸움만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협소한 시야를 극복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성격은 자유주의좌파의 개혁세력이 중도파와 연합하여 장악한 정권이며, 이에 대한 대응은 양면성, 즉 보수우익세력에 대한 공격에서는 연대하고, 동시에 철저한 개혁과 진보를 향한 헤게모니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범진보진영은 좌파적 민족주의계열, 사민주의계열, 사회주의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좌파민족주의계열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공동의 전선을 형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자유주의좌파의 헤게모니 아래 포섭되지 않도록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
사민주의도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넓은 의미의 사회주의에 포함시킬 수 있고, 따라서 사민주의는 '의회주의적 사회주의'라고 규정 가능하다. 그러나 사민주의는 의회의 양면성에 대한 안이한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변혁보다는 국가권력의 장악 그 자체에 더 무게를 두는 잘못된 발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자들은 사민주의자들과 긴밀한 연대를 거부한다면 관념적 좌익주의에 머물 것이다.
범사회주의진영의 결속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좌파 내 각 정치세력의 대표자들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정기적인 정치토론 네트워크로 '좌파포럼'을 검토해보자.

한국에서 사회주의 정치운동, 혁신과 연대를 위하여 (박성인 노동자의힘 강령위원장)

현 시기 한국의 사회주의정치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위기의식'은 과거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이념적이고 조직적인 혼란과 동요를 극복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의 성과에 기초하면서, '사회주의정치운동'의 새로운 질적 발전을 요구하는 가운데서 제기되는 '위기의식'
짧게는 96∼97년 노동자총파업 이후, 길게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 대중운동의 성장에 기초하여,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인 목표가 현실적인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위기의식'
현대자본주의의 위기를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공세의 전면화와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적 침략전쟁 등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에 맞서, 반제·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이 반자본투쟁으로 고양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제·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 국제연대투쟁이 현실화되는 정세 속에서의 '위기의식'

따라서 현시기 한국 사회주의정치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혹은 '위기의식'은 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청산'과 '해체'를 예비했던 '위기·위기의식'이 아니라, 사회주의정치운동의 '부활·소생'을 위한 '위기·위기의식'이다. 임종을 앞 둔 고통이 아니라, 출산을 위한 진통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최근 사회주의정치운동진영의 '위기' 논란, 이에 따른 '사회주의정치운동진영의 연대, 혹은 통합'을 둘러싼 논쟁과 시도를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정치적 방향' 속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초반 이후, 사회주의 정치운동진영이 힘겹게 유지하거나 진전시켜 온 사상과 이론, 전략과 전술 등을 먼저 공동의 '성과', 즉 계승과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총괄하고 집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먼저 사회주의 정치운동진영의 공유하고 있는 사상이론적 기반을 확인하고, 이어 '차이'가 무엇인지, 이 '차이'를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에 대해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80년대 이후 한국에서의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그것이 탄압에 의한 것이었든 아니면 역량에 의한 것이었든, 아직은 '써클운동'(정파)의 단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느 나라의 사회주의 정치운동도 써클운동의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다음의 3가지 점을 주목할 때 써클운동 단계 극복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 내용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단위가 '써클', 혹은 '정파'였다는 점에서, 그 사회주의의 이념과 전략 전술은 한편으로는 유지·혁신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한적·정파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써클운동은 그 자신의 해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내용(정치사상적 내용과 조직적 지도력, 전 써클성원의 역량)이 써클이라는 형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전할 때, 자신의 역사적 임무를 다한다는 점이다.
셋째, 바로 이 써클운동의 태내로부터 형성되고 검증된 정치사상적·조직적 지도력이 중심이 되어, 써클을 뛰어넘는 '당적 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할 때, '당적 통합'을 모색하는 주장이나 시도가 또 하나의 써클로 제약되는 것을 넘어설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세계화 공세로 인한 노동자계급의 분열과 노동운동의 위기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맞선 투쟁 속에서 새로운 사회 건설의 주체로 성장해 나가는 노동자민중의 역량에 대해서 주목하고, 이러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반자본'투쟁으로 진전시켜 나가는데 사회주의 정치운동진영이 그 정치적 전망을 현실적으로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남한 사회주의운동은 무엇을 가지고 시작할 것인가? (백철현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활동가)

91년 소련의 몰락 이후에 남한 노동운동진영에서는 청산주의가 지배하게 되었다. 남한의 사회주의진영에서는 인민노련, 삼민동맹,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를 구성하여 합법주의적, 투항주의적 행보를 계속하였고, 사노맹은 사회주의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합법주의, 개량주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러한 사회주의진영의 청산주의적 움직임이 현재 민주노동당의 개량주의의 직접적인 토대가 되었다. 결국 91년 소련의 몰락 이후에 남한에서 등장한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사회발전적 노동조합운동론, 비합법적 노동운동의 청산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이론적, 조직적, 실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개량주의의 삼두마차가 되었다.

전위정당론은 대중과의 선진적인 결합방식이다. 전위정당은 강령적, 조직적 통일성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선발된 전위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런 조직의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대중적 전위정당을 지향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당독재로의 변질은 전위당 이론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전위당 이론이 무너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선 것이다.
엄격한 비밀주의는 조직관계에 대한 비밀이다. 이 조직관계에 대한 비밀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타도에 대한 공공연한 선전 선동을 수행하는 것이 비합법 정치조직이다. 사회주의 활동의 공간이 열려진다는 것은 정권의 필요와 판단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적 투쟁역량이 성장하고 계급적 역관계가 변화되는 만큼 보장되는 것이다. 합법과 비합은 단순히 조직의 공개와 비공개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적 내용의 차이이다.

노동자의 힘의 활동가 정치조직론은 전형적인 '과정으로서의 조직건설론'이다. 과정으로서의 조직건설론이란 강령적 수준 하에서의 노선적 통일없이 조직을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강령적 수준이란 전위정당, 국가파괴 전략과 프롤레타리아독재, 사적 소유의 철폐와 생산수단의 사회화 등 혁명의 핵심적 테제에 대한 인정 여부를 의미한다. 이는 정치적 결사체가 아니라 느슨한 공동투쟁체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사회당의 계급좌파와 이를 지지하고 나선 사회주의 대중정당론 역시 '과정으로서의 조직건설론'이다.
사회당의 출동노선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의회진출에 모든 전략적 전술적 사고를 집중하는 개량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사회당 바깥의 명망가'에게 기댄 통일좌파의 출동노선은 사회당의 의회주의가 낳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사회당의 계급좌파를 지지하는 사회주의 대중정당론은 "집권을 목표로 하면서 대체권력"을 주장한다.

"노동계급 대중운동의 새로운 폭발적 고양을 총체적으로 준비하고 선도해 냄으로써 새롭게 성장ㆍ발전하는 노동계급 대중운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력을 구축하고, 그러한 힘을 제도정치영역으로 확장하여, 집권 가능성을 가진 현실정치의 실체로서 위상을 확립한다". (양준석/오민규 사회주의 대중정당의 발전전략에 대하여)

결국 이들의 집권전략은 자본주의 국가의 파괴가 아닌 국가의 활용론에 머무르고 있다. 대중투쟁에 대한 강조는 집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노동계급운동이 폭발적으로 고양된다면 그러한 힘은 제도정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정치를 철저하게 분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폭발적인 노동운동의 고양을 제도정치영역으로 제한하여 집권으로 향하는 계기로 돌리려 하고 있다. 왜 노동자 투쟁의 폭발적 고양을 자본주의 체제로 가두는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조직적,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혁명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현장을 중심으로 전국적 노동자투쟁전선을 형성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을 통한 전국적 조직화의 중심은 대공장이다. 전략적 지역과 공공, 금속의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거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장과 사회주의 정치의 굳건한 결합만이 희망이다.

사회주의정치운동의 좌표설정을 위하여 (이성민 사회주의정치연합)

사회주의정치연합(준)은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와의 투쟁이 일국투쟁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일국에서조차 각개 약진하는 운동형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주의정치운동의 미래는 물론 현재성조차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의식과 관료화된 민주노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평의회 건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포럼'을 정례화하자. 평의회 운동과 맑스주의 이념사상의 대중화를 위한 사이버(오프라인) 전진기지 '이스크라넷'을 구성하자.

한국사회주의 운동의 통일과 전진을 위한 제안 - 사회주의 대중정당의 발전전략에 대하여 수정증보판 (양준석/오민규)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지난 10년 고난의 시대를 마감하고 역사적인 기회를 부여잡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한국의 사회주의운동은 각기 분절된 절망에 갇힌 채 고립분산되어 각개약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역량들을 '총체적인 전망' 아래 통일시켜 냄으로써 역량있는 전위를 갈망하는 대중운동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해야 할 시점, 새로운 전진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하며 열어낼 수 있는 시점에 있다. 그 대안이 '사회주의 대중정당'이다.

1)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자본주의를 극복할 사상적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선명하게 내거는 정당이다.
2)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사회주의 활동가를 비롯하여 사회주의에 동의하는 대중들을 폭넓게 포괄하는 정당이다.
3)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지만 그것을 '대중권력 형성'이라는 보다 원대한 목표를 향한 중간과정으로서 위치 지우는 정당이다.
4) 사회주의대중정당은 스스로 정치투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자본의 지배에 저항하는 모든 대중운동의 전위로서 역할하는 정당이다.
5)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대중운동의 성장 발전에 철저하게 복무하며 대중운동의 성장 발전으로부터 자신의 성장 발전의 동력을 획득하는 정당이다.
6)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선거투쟁과 의회활동을 비롯한 제도정치투쟁을 대중운동의 성장 발전 및 지도력강화를 위한 전체적인 기획 속에서 적절하게 구사해 나가는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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