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최근 미디어의 진보 경향은 이른바 '플랫폼의 다각화'다.
몇 년 전만 해도 위성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이 방송 시장에 폭풍을 일으켰다면 최근에는 인터넷프로토콜TV(IPTV)와 그 전 단계인 TV포털로 인해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결국 미디어 업체가 지닐 수 있는 경쟁력은 '유용한 콘텐츠 확보'로 모아지고 있다.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최근 케이블 프로그램사업자(PP)들의 발빠른 행보다. 이들은 자체 또는 외주 제작 드라마 콘텐츠를 크게 늘리며 지상파와 대적할 태세다.
◆ PP 드라마 방영 공격적 행보 = 지난 12일 MBC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ㆍ위성채널인 MBC드라마넷은 지역 케이블TV방송사(SO)들과 공동으로 드라마 '빌리진 날 봐요'를 자체 제작한다고 밝혔다. '빌리진 날 봐요'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PP와 SO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선보이는 것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간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SO로서는 제작 역량을 갖춘 PP를 통해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제작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많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PP 또한 공동제작에 참여한 SO와 향후 프로그램 공급계약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됨은 물론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할 창구도 마련한 셈이다.
장근복 MBC드라마넷 대표는 이번 협력에 대해 "콘텐츠 확보를 통한 경쟁력 우위 선점 차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그 같은 공동제작 모델은 향후 방송장비, 제작인원의 교류와 공동펀드 조성 등 발전적 사례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훈 박탐희 등이 출연하는 '빌리진 날 봐요'는 30분짜리 26부작 로맨틱 코미디로 이달 말부터 촬영을 시작해 12월 말 MBC드라마넷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케이블ㆍ위성 PP 양대산맥인 온미디어와 CJ미디어도 외주 제작 드라마를 자체 방영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온미디어 채널인 OCN은 다음달부터 제이엔미디어홀딩스가 제작한 '가족연애사 2', 11월부터는 옐로우필름이 제작한 '썸데이'를 각각 방영한다. 이의정 윤기원이 주연한 '가족연애사 2'는 지난해 12월 방영된 '가족연애사'에 이어 삼형제의 다양한 연애이야기를 다룬 코믹물이며 '썸데이'는 김민준 배두나 오윤아를 내세워 젊은 남녀의 진정한 사랑을 그린 사전제작 시리즈물이다. 특히 OCN은 지난 7월 여름 시즌을 맞아 미스터리 공포물인 '코마'를 총 5부작으로 선보인 바 있고 같은 온미디어 계열인 수퍼액션도 8월 30일부터 '시리즈 다세포소녀'를 40부작 시리즈로 방영해 오고 있다.
다음달 9일 개국하는 CJ미디어 계열 오락전문 채널인 TVN도 김민종 윤다훈 오만석이 주연한 신작 드라마 '하이에나'를 선보인다. 특히 지난 2월 MBC를 통해 축소 방영된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도 12부작 전편으로 TVN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CJ미디어는 아직 채널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옐로우필름이 제작한 이서진 박한별 주연의 드라마 '프리즈'도 곧 방영할 계획이다.
◆ 위협받는 지상파 방송사 = 케이블ㆍ위성 PP들이 독립적인 드라마 콘텐츠까지 선보이고 있으니 이제 긴장하는 쪽은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아직까지는 시청률 면에서 지상파가 케이블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케이블이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내는 한 지상파의 위기 의식은 높아질수밖에 없다.
우선 해외 판권을 고려할 때 외주제작사는 케이블ㆍ위성 PP에 작품을 제공하는 것이 지상파와 계약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케이블ㆍ위성 PP는 대부분 방영권만 갖고 나머지 사업권은 제작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상파는 해당 드라마의 국내외 판권을 독점 소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작 환경 측면에서도 다르다. 케이블ㆍ위성 PP에 방영되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사전제작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입김에 휘둘릴 소지도 지상파에 비해 적다. 또 제작사들은 지상파에 한정된 드라마 계약에서 벗어나 케이블ㆍ위성 등으로 플랫폼을 다양화함으로써 운신의 폭도 넓히고 있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예전에는 케이블에서 만드는 드라마엔 배우들이 출연을 꺼리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젠 케이블ㆍ위성 시청률이 크게 오르고 그 위상도 달라져 출연진 섭외도 더욱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