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동아일보, 한국경제)

동유럽, EU로 ‘흡수’되나…바뀌는 유럽 정치지도
 
《유럽의 정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흑해 연안국을 포함한 동유럽에서 선거를 통해 잇달아 친서방 정권이 등장하고, 유럽연합(EU)에 대거 가입함으로써 지정학적 개념이 아닌 이념에 따른 ‘동·서유럽’이라는 전통적 분류법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유럽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대신 미국과 EU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루마니아의 미래=13일 개표가 끝난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중도 우파 야당인 진실정의동맹(JTA)의 트라이안 바세스쿠 후보가 당선됐다. 공산 독재정권 붕괴 이후에도 오랫동안 부패가 만연했던 루마니아에 친 서방 개혁파 정권이 들어선 것.

1차 투표에서 2위를 했던 바세스쿠 후보는 1, 2위 후보가 치르는 결선 투표에서 51.23%의 득표율로 48.77%를 얻은 집권 사회민주당(PSD)의 아드리안 너스타세 현 총리를 극적으로 물리쳤다.

루마니아의 한 정치분석가는 “바세스쿠 후보의 당선은 1989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이 무너진 이후 15년 만에 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종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진(東進)하는 EU=바세스쿠 후보의 당선으로 루마니아는 일단 2007년 1월 EU의 신규 회원국이 될 전망이 밝아졌다. EU 정상들은 16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루마니아의 가입 승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07년 EU 회원국을 목표로 하는 나라는 루마니아뿐만이 아니다. 인근 불가리아도 EU 신규 가입 대상국이며, 크로아티아는 내년 4월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두 자유민주주의에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해 국가가 경제를 완벽히 통제하던 옛 시절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5월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8개국이 EU의 신규 회원국이 됐다.

▽파장은 러시아까지=루마니아의 대선 결과는 26일로 예정된 인근 우크라이나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예상대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가 당선되면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흑해 연안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시민 무혈혁명’으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그루지야가 올해 초 친서방 정권을 출범시켰고, 주민 상당수가 루마니아계인 몰도바에서도 블라디미르 보로닌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EU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EU는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이웃 국가’와의 결속을 다진다는 행동 강령을 채택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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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동유럽 EU가입 카운트다운] 국가경쟁에서 지역경쟁으로
 
국가간 경쟁에서 지역간 경쟁으로 기아자동차는 최적의 동유럽 공장 부지를 물 색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4개국의 17개 산업 단지를 샅샅히 조사했다. 서유럽과의 연계성,교통 및 전력 인프라, 현지정부 지원, 각국의 국민성과 근로 자들의 생산성 등을 꼼꼼히 비교했다.

1차 조사에서 헝가리와 체코가 탈락하고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두나라로 압축됐다.
"두나라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입지조건과 관련부품 산업등 인프라에서 앞선 슬로바키로 공장부지를 낙점 했지만 서로 베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나라 정부의 지원조건은 똑같았어요 " (기아차 김승탁 경영전략팀장)

EU(유럽연합) 사무국은 앞으로 EU 신규가입국이 제시하는 외자유치 조건이 EU규 정에 위배되지 않는지 조사해 특혜를 제공한 경우 페널티를 물리게 된다. 내달부터 EU신규 가입국은 부가세도 1차 상품, 공산품 구분없이 모두 17%로 통일시켜야 한다. 역외 생산제품에 대한 관세는 EU규정에 따라 18%로 맞춰야 한다. 세제와 관세의 국별 차이가 없어지고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 지는 국별 지역별 산업경쟁력이 투자유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슬로바키아가 폴란드를 제치고 기아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미 동유럽 각 국의 산업지도는 지역별로 뚜렷한 명암을 그리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에는 기아차를 포함, 폭스바겐 푸조 등 다국적 완성차 메이커들의 투자가 집중돼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은 기계산업이 발달한 체코와 폴란드 남부를 반경 1백 이내에 두고 있어 그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도요타는 체코에 건설중인 완성차 공장을 두고 이 지역에서 자동차 엔 진공장부지를 물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헝가리는 물론 체코와 슬로바키아 서부지역은 인건비 상승과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반면 슬로바키아 동부지역은 열악한 도로망과 산업 인프라의 부재로 다국적기업 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실업율이 25%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슬로바키아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이미 포화상태 인 서부지역에서 동부지역으로 돌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이다.

폴란드에는 전자관련 사업이 집중돼 있다. 연간 TV생산대수만 4백만대가 넘을 정도이다. 한국업체중에선 삼성전자만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을 뿐 LG전자와 대우일 렉트로닉스 등은 이 곳으로 공장을 옮겼다. 필립스 톰슨 등 유럽 TV메이커들도 앞다퉈 폴란드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전자업체의 폴란드 집중에 자극 받은 헝가리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20km 거리 의 서유럽 연결고속도로망 근접지역에 중부유럽의 '실리콘 밸리'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하이테크 파크와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와 교육부와의 협력 하에 국가혁신센터( NIC), 이공계 대학 캠퍼스를 대거 입주시켜, 첨단 IT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종욱 체코 프라하 무역관장은 "내달부터 EU편입과 함께 무관세 동맹체제로 들 어가면서 통관에 걸리는 시간도 30분 미만으로 대폭 단축된다"며 "굳이 부품과 완제품을 한 국가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게 돼 지역간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프라하(체코)=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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