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프레시안)

'10년 전 백수'가 '요즘 백수'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전국백수연대, 설립 9년만에 공식 인정
 
 
20∼30대 청년 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가 설립 9년만에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백수연대를 공식적인 NGO(비정부 기구)로 인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백수연대, 서울시 지원받는 공식 기구로 인정
 
이로써 백수연대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으며 매년 1000만~3000만 원 가량의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온라인 가입 회원 6800명, 친필 서명을 제출하고 가입한 회원 102명으로 구성된 백수연대가 제출한 정관과 총회 의사록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활동이 충분한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백수연대가 이처럼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받게 된 데에는 대표 주덕한 씨의 역할이 컸다.
1996년 직장을 퇴직한 뒤 실업자로 지내던 주 씨는 외환 위기 발발 직후인 1997년 전국백수연대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계속 대표를 맡아 왔다. "백수이길 피할 수 없다면 '프로 백수'가 되자"라는 주 씨의 '백수 철학'은 외환 위기 직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종종 언론의 주목을 받곤 했다.
 
"오랜 백수 경험 바탕으로 청년 실업자 지원 활동 벌일 터"
 
〈백수도 프로라야 살아남는다〉,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 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등의 책을 쓰면서 '프로 백수'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가 얼마 전 백수 신분에서 벗어났다. 지난 7월 6일 문을 연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소장을 맡게 된 것.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않고 지낸 지 10년만이다.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는 고 강원룡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설립한 센터다. 재단 측은 처음부터 주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백수연대가 위탁운영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센터 설립 계획을 세웠다. 재단 측의 위탁운영 제안을 백수연대가 수락하면서 주 씨의 긴 백수 생활이 끝난 것이다.
 
주 씨는 "오랜 백수 생활을 통해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청년 실업자 지원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덕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 1996년 직장을 퇴사한 후 처음으로 월급받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셈이다. 소감이 어떤가?
"물론 좋다. 하지만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백수연대 활동을 통해 청년 실업자들을 지원하는 일은 이미 오랫동안 해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와 달리 공식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흐뭇하다."
 
'10년 전 백수'와 '요즘 백수', 참 다르다
 
- '백수'라는 키워드에 천착한 지 10년 가까이 돼 간다. 그동안 청년 실업자들이 처한 조건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렇다. 내가 처음 백수 생활을 시작한 1996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많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또 늘어난 대졸자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대졸자들의 하향 구직이 일반화된 것도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턴 제도가 일반화된 것, 일단 취업한 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금세 퇴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난 것 등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취업은 곧 백수 생활 종료를 뜻했지만 지금은 취업 이후에도 계속 백수가 될 가능성을 안고 지낸다. 이처럼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백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청년 실업자의 자존감에 대한 배려 절실
 
- 지난 10년간 고용조건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문제가 있다면.
"대졸자의 하향 구직이 일반화되면서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와 언론이 대졸 실업난에만 주로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대로 여론화 되지 않고 있다.
또 오랫동안 실업상태로 지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들의 움츠러든 마음을 위로할 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들의 집단적인 우울증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소장을 맡게 됐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대신 '희망청'이라 불러달라. 함께 활동하는 이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 해 움츠러든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 주는 곳이 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희망청과 백수연대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앞서 말한 것처럼 움츠러든 청년 실업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희망청 멘토&멘티' 프로그램, '청년구직자 상담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 청년 실업자들의 사회관계적응 능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실업 상태로 지내다보면 각종 인간관계가 위축되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기 십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