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프로메테우스)

오창엽 기자



‘사회주의’를 중심 주제로 한 토론회가 4일 열렸다. 격년마다 열리는 맑스코뮤날레에서 맑스주의 학자들이 ‘사회주의’라는 주제로 일부 논하기도 하지만 정치운동,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기획하고 주최하는 사회주의토론회는 흔하지 않은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노동해방연대실천연대(준)(대표 성두현, 이하 해방연대)가 ‘한국사회의 대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4일 오후 서울 청소년 수련관 5층에서 ‘사회주의 기획토론회(1)’을 진행했다. 두 번째 기획토론회는 4월 정도에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토론회는 2시 반부터 7시 반까지 70여명 참석자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1부 주제는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였고 2부 주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였다. 모두가 관심을 갖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으려는 주제들이다. 그만큼 기억 속의 사회주의는 해명해야 할 게 많았고 만들어갈 사회주의는 풀어야할 숙제가 쌓여 있다.

실패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김광수 기관지위원장(사회주의 정치신문 해방)의 사회로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발제를,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원영수 노동자의힘 편집위원장이 토론에 나섰다.

해방연대는 토론회의 취지에서 “우리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현실사회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주의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고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사회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상에 대한 논의를 보다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제자인 정성진 교수는 그 사회주의는 “국가자본주의”였고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신정완 교수는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의 연대책임이 있다”며 다른 입장을 밝혔다. 현존했던 사회주의국가, 지금도 사회주의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체제들에 대한 평가와 시각 차이는 이날 전체 토론 내내 쟁점이기도 했다.

97년 위기는 자본축적의 구조적 모순의 결과

정성진 교수는 먼저 <21세기 한국경제 - 자본주의 모순의 격화와 사회주의 대안의 현재성>이라는 논문을 발제했다. 이 발제문은 『마르크스와 한국경제』(책갈피, 2005)와 최근 발표한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 보충, 결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련, 동구들의 자칭 사회주의”의 실패와 상관없이 맑스주의의 이론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1997년 경제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자본축적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이는 “이윤율이 80년대 말부터 97년 위기 직전까지 저하한 사실에서 입증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97년 이후 신자유주의로의 이행의 본질적 측면은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자본의 공세”며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와 경제적 종속의 심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 교수는 여러 그림과 도표와 수식을 통해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공황론의 현재적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금융화’론과 관련 “마르크스의 경제학비판의 체계에서 생산/비생산노동의 문제설정에 의거할 경우 더 정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며 “그 구별을 기각하는” 예로 자율주의를 들었다. “생산/비생산 노동의 구별은 마르크스 가치론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기각하는 것은 마르크스 가치론 자체를 기각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 교수는 “<소련정치경제학교과서>처럼 물질적 재화 생산만을 생산노동으로 간주”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주류경제학의 비교우위설과 네그리의 제국론은 틀렸다

정 교수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의 본거지인 산업자본(‘좋은 자본주의’)은 손보지 않고 금융자본(‘나쁜 자본주의’)만 통제하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착취와 축적에 대한 모순의 발현으로서의 과잉생산공황의 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국제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국가간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신자유주의 주류경제학의 비교우위설이나 네그리 같은 일부 좌파의 제국론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적 양극화 현상은 마르크스의 가치론에 의거할 때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극화 경향이 자본주의 세계체제 그 자체에서 가치법칙의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 근본적 해결 역시 사회주의 대안의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계획과 국유화의 문제, 시장사회주의는 더더욱 아니다

한편 정 교수는 “마르크스는 계획이나 국유화를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와 동일시한 적이 없다. 계획이나 국유화를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사상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계획 물신주의’ 혹은 ‘소유 물신주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시장 사회주의’도 반대하지만 현실사회주의의 ‘계획/국유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날 대부분의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사회주의 국가가 국유화를 통해 계획경제를 실시하는 것을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을 펼쳤다.

자율주의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정 교수나 운동가들이나 비슷했는데 ‘소유 문제, 국유화 문제, 계획 경제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병천, 신정완 등을 “개혁적 케인즈주의(‘협력적 자본주의’)자들”이라고 했고 장상환을 “시장사회주의(‘민주적 사회주의’(?))와 개혁적 케인즈주의(포스트케인즈주의) 사이에서 동요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신정완은 토론자로 나왔고 참석자들 대부분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었다.

이는 민주노동당 내의 ‘전진’ 경향은 시장사회주의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만 ‘해방연대’ 그룹은 시장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활동하고 물론 정성진 교수가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국제사회주의자 그룹(다함께)도 민주노동당 내에 있지만 하여간 이 두 그룹은 그 당의 두뇌에 해당하는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소장의 사회주의 ‘대안’ 모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입장들이 당 내에 공존하다보니 혼란스럽다.

“80년대 NL/PD 논쟁 아직도 고수?”

신정완 성공회대교수는 정성진 교수의 발제문과 그 동안의 주장들을 생각해 볼 때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고, 토론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윤율 저하와 관련해서는 동의하지만 금융화 논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80년대 NL과 PD 논쟁이 있었고 지금은 그때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정성진 교수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 존경스럽다”고 했다. 관점은 많이 다르지만 그 열정과 성실한 자세만은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는 “저는 맑스주의자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분석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원천적인 한계도 있다, ‘노동가치론’은 성립 어렵다, ‘변증법적 역사관’도 곤란하다, 『자본』에 나타난 변증법적 방법론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실사회주의 문제와 관련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의 연대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후진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민주의 논의는 스웨덴이라든가 사례가 있지만 근본변혁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사례를 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남미의 사회주의 실험? “예측불가”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라며 “멕시코의 경우 29일짜리 비정규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좌파정권’이 계속 수립되고 있는 남미의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 현상들과 그 정권들을 ‘사회주의’로 연결해서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은 20~30년간 민중투쟁의 산물인데”라며 현재 “사회주의 운동은 취약”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수 사회자가 남미의 실험에 대한 전망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했으나 원영수 편집위원장은 “예측불가”라고 잘라 말했다.

청중 가운데 빈민운동을 하는 양연수씨가 신정완 토론자에게 “사민주의 맞느냐?”고 물어 “네”라는 대답을 듣고 “유럽 사민주의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문제를 볼 때 그것이 대안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신정완 토론자는 “프랑스는 보수정권이지만 불참했다, 사민주의와 파병을 일대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어느 정치세력이 사회주의운동의 대안인가?

기자도 질문했다. “사회주의의 대안을 토론하는 자리므로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토론자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정성진 토론자는 고전적 의미의 세계사회주의 혁명을 하자는 입장이고 신정완 토론자는 개혁하자는 입장이고 원영수 토론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성진 토론자는 장상환 소장을 시장사회주의라고 비판했는데, 민주노동당이 대안인가? 아니면 해방연대가 대안인가? 저기 노동자의 힘이 대안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정 교수의 이론을 살펴볼 때 국제사회주의그룹과 관련이 깊은데 그들이 시장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이 가득한 민주노동당에서 동거하고 있는 모습이 정당하다고 보는지 한심하다고 보는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공동전선에 대한 다함께의 입장”으로 설명했다. “반전, 반자본주의를 위해 어떻게 사회주의자들이 개입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노당의 강령을 다 동의하지 않지만 … 김인식 선본에서 정식화한 ‘좌파적 개혁과제’가 지금의 강령이다”라고 했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은 “입당전술”이라고 설명했다.

1부 토론은 주최측과 정성진 발제자 사이의 사전 소통에 문제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가령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라는 1부에서는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평가, 가령 ‘국가자본주의’냐 ‘국가사회주의’냐 혹은 ‘사회주의 자체의 한계’냐 등을 정리하고 2부에서 앞으로 추구할 사회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논했어야 했다. 그러므로 정성진 교수가 ‘이윤율 저하의 법칙’을 장시간 발제하게 된 것은 공부하기는 좋지만 토론하기는 부적절했다. 게다가 각을 세워 토론할 것을 요구 받은 신정완 교수는 발언 시간도 짧았고 그다지 사회주의의 전통적인 견해들을 조목조목 비판할 의욕도 보이지 않았다. 그 문제는 2부에서도 반복됐다.

-----------

노동해방연대실천연대(준)(대표 성두현, 이하 해방연대)가 ‘한국사회의 대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4일 오후 서울 청소년 수련관 5층에서 ‘사회주의 기획토론회(1)’을 진행했다. 1부 “왜 지금 사회주의가 대안인가?”에 이어 2부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를 놓고 긴 토론이 진행됐다.

정방기 조직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성두현 해방연대 대표가 발제를 장석준 전진 회원, 양준석 울산노동자신문 대표, 차문석 성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사회주의 일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과 회의 주목해야

성두현 대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발제를 통해 “현실사회주의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입증되었고,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원인에서 반성적 교훈을 끌어내어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1부 발제자 정성진 교수가 현실사회주의는 ‘국가자본주의’였지 사회주의가 아니므로 그 책임을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돌리는 입장이라면 성두현 대표는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로 인한 “사회주의일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과 회의”를 주목했다.

그는 “소련이 붕괴한지 15년이 지났으므로 그 동안 확보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집약해 그것에 대한 전체사회주의자들의 토론과 비판을 거쳐 강령수립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가 기획된 것이다.

그는 “생산수단의 국유화=사회주의라는 조잡한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을 철저히 극복하고 소외된 노동을 극복하는 공산주의적 생산관계의 형성을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의 핵심적 대안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변절되므로 노동자민주주의가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사회주의는 자본주의로 귀결될 것

그는 “시장사회주의는 용어상 사회주의지만 그 본질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관료주의를 회피할 수 없으며 효율성도 없다”는 것이다. “시장사회주의는 결국 ‘시장’이 사회주의를 밀어내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사회주의는 사기며 양립할 수 없다, 시장은 중립적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 대표는 “요즘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까?”라고 청중에게 물으며 “노동운동에 자본가적 쁘띠부르주아적 인간관계가 많이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의 복원과 전면화”가 필요하다며 “문화혁명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당내 민주주의가 없으면 또 실패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국가에 못지않게 당이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라며 “노동자국가는 해방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는 국가의 주체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할 경우 괴물로 둔갑하여 주체를 억압하는 해방의 방해물이 된다. 당도 국가와 똑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성두현 대표는 “일당제는 당으로의 권력집중과 당과 국가의 융합을 초래”한다며 “복수정당, 소비에트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대표는 “우리는 현재 당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당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끝으로 노동자 국제주의와 관련해 “앞으로 선진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왜냐면 후진국에서 혁명이 일어나면 가장 고도로 발전한 것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21세기 판 ‘노동해방’의 상 제시해야

이어 장석준 전진 회원(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국장)이 토론에 나섰다. 그는 성두현 대표의 발제문과 대안의 주요 원칙들에 대해 “필자가 속한 <전진>의 다른 회원 동지들도 전폭적으로 동의할 원칙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문화혁명운동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문화는 총체적인 대안사회 상의 저류를 이뤄야할 노동자ㆍ민중의 공동체적 능력의 발전을 지적하기 위한 개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맑스주의의 고전적 ‘생산력’ 개념이 보다 광의의 ‘사회적 능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공동체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장석준 토론자는 “노동자ㆍ민중의 강렬한 열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대안이라도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오늘날은 “노동해방의 꿈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고용안정보다는 불안정이 상식이 되고 천직天職이란 게 과거의 유물처럼 되고 있다”며 “정규직화 요구는 수세적, 방어적인데 그 단계 이후의 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21세기 판 ‘노동해방’의 상을 제시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적 계획’과 관련해 전진 정책위원회에서도 대안사회의 경제체제에 대해 토론 중인데 그는 “개인적으로 P. Devine이 제시한 ‘참여형 계획경제’ 모델에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계획경제에 동의한다, 전진 내에 시장사회주의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 역사가 배제된 모델 논의는 곤란하다, 구체적인 한국의 조건과 역사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에 세계적인 대격변 발생 할 것이다

양준석 울산노동자신문 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그는 “사회주의 토론에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했다. “토론수준은 시대의 한계에 묶여 있게 된다. 15년이 얼추 흘렀다. 충격과 사상적 정체가 너무 길었다”고 그 동안의 세월을 돌아보았다.

“남미가 좌경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건 그만큼 자본주의가 극악하기 때문이다. 남미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중국과 인도의 현대적 산업화가 10년이 지났는데 또 10년이면 한국의 87년 운동과 같은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다. 세계자본주의의 공장이라는 동아시아에 세계적인 대격변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했다.

양준석 대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북한과 중국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어야 구체성과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의 좌파들은 러시아의 성공과 실패를 논해왔는데 중국과 북한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간 상한제, 사장 직선제

둘째, “최근 현대자본주의의 핵심문제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과가 공동체를 파괴하고 민중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생태주의 문제도 있고 특히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과학기술발전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사회주의만이 해결의 열쇠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그는 “노동시간상한제”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정규직은 과도노동으로 되고 다수는 배제당하는 상황이므로 사회의 노동시간의 전체적 배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의 문제다. “그 누구도 사장직선제를 말하지 않는다”라며 그는 “요즘 누가 사회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사장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그 많은 공직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양준석 대표는 “민주주의적 기본권, 보편적 인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는 사회주의여햐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가령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복귀를 주장할 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회주의는 “일회적 사건이나 우발적 흐름으로 되는 게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사회전체를 해방시킬만한 사상적, 정치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국유화’는 왜곡된 형태의 ‘사적 소유’

마지막 토론자로 차문석 성대교수가 나섰다. “성대 비정규직 교수로 있다”고 소개한 그는 “사회주의를 하나의 공학적인 프로젝트 속에서 사유할 것인지, 아니면 형이상학적인 ‘유토피아’로 상정하고 사유할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는 그들 개념이 탄생했던 그 사회적 전제조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며 “아직도 파리 꼬뮨이냐며 그것은 잊혀져도 되는 경험”이라고 했다. 19세기식 형상을 넘어 “영구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20세기에 존재했던 사회주의는 사용가치 중심의 ‘자본주의적 구성’, ‘국가화에 의한 관료제적 질서’, ‘도덕경제식 후견-피후견에 기반한 관료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사회에는 없어도 관료들의 마음과 머리에는 교환가치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되고 산업주의를 진행하게 되고 국가소유는 필연적으로 계획경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덕경제는 봉건제에서 바로 사회주의로 되었기에 그 ‘봉건제의 흔적’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 사회주의에서 ‘국유화’는 왜곡된 형태의 사적 소유”라고도 주장했다. “전인민적 소유, 협동적 소유로 담론화 하고 있지만, 특정 관료계층의 사적 재산으로 통제권과 처분이 부여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자 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국가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동자민주주의, 노동자통제 등의 기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회주의를 민주주의와 결부시키는 것은 특정한 근대적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끊어!”, “사과하시죠”

차문석 교수는 토론문을 준비해왔고 그것을 읽으며 논평을 하고 있었다. 이때 청중석에서 “사회자 뭐하나 빨리 끊어!”라는 말이 토론회장에 울려 퍼졌다.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1부 토론의 사회자이기도 하고 이 토론회를 주최한 해방연대의 간부다.

이에 대해 성두현 대표가 “사과하시죠”라고 했으나 수습 되지 않았다. 정방기 사회자가 차문석 교수에게 하던 이야기를 더 하라고 했으나 차문석 토론자는 그만하겠다고 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나고 이제 상호토론으로 넘어가려는 데 차문석 토론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토론회장을 떠나버렸다.

양준석 대표는 “토론자로서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주의에서 ‘사상의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내란을 군사적으로 진압하는 것과 특정되지 않은 주장을 외치는 건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장석준 토론자는 “언어체계가 다르고 정의가 다르니 대화불가능성이 보인 것”이라고 했다. 김광수씨가 차문석씨 발표 중에 보인 무례한 언행은 내내 논란거리였다. 참석자들 가운데 정서적으로는 김광수씨의 ‘불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가 표출한 언행은 상상할 수 없는 ‘무례’였다.

민주노동당 은평구 사무국장은 “이 사건 평가해야 한다. 차문석 교수의 주장을 재밌게 듣고 있었다. 질문할 것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어 “생산력”의 문제를 질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미래의 사회주의도 못살면 붕괴하겠죠”라고 답했다.

국가소멸과 자율주의 그리고 국가주의

청중 가운데 “국가소멸 혹은 국가기구의 파괴 문제, 노동자민주주의와 국가주의의 기획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요즘 무정부주의의 경향이 많은데, 홀러웨이의 책을 읽었으나 그의 답이 ‘나도 모르겠다’여서 답답했고 자율주의는 환상적인 것 같다”고 했다. “공권력 자체가 없어지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불가능한 사회주의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깨끗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양연수씨는 장석준 토론자에게 “성두현의 발제문을 전적으로 동의하면 왜 해방연대와 전진이 따로 하느냐? 합치라”고 주문했다.

성두현 대표는 “‘소련국가자본주의’라는 주장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예전에 소련에 대한 환상이 강했을 때는 유효한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교수는 “과거에 반쏘 이야기하면 곤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도 의미 있었고 여전히 의미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율주의와 평의회 사회주의자들의 주장(러시아혁명에 대한)은 역사날조다. 소련, 동유럽 사회의 성격에서 처음부터 국가자본주의였는지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말하듯 볼세비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서 발생한 것인지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준석 대표는 “질병과 같다”며 “내부로 성장한 것이다. 면역능력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준 토론자는 “1925년부터 30년 사이에 반혁명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공감 못 한다”고 했다.

성두현 대표는 “자율주의는 국가문제에 대해 기권했다. 겉으로 변혁적이지만 현실 설명은 관념적이다. 무정부주의의 일종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정성진 교수는 “91년 소련의 노동자들은 ‘노동자국가’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 후 자본주의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방기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김광수씨가 공개사과를 했다. “발언내용이 길어져서 그랬다. 전체 진행을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