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홀리데이 : 무삭제판 (2disc) - 할인행사
양윤호 감독, 이성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
사회보호법.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자문기관이지만 실제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국보위에서 81년 제정했고, 이 법으로 인해, 당시 범법자들은 자신의 형법 형기 보다 훨씬 많은 보호감호 형기를 받아야 했습니다. 보호감호 형기는 판사의 재량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형법 형기에 덧붙여지는 것이었고, 심지어 기존 재소자들에게까지 소급적용되었습니다.
지강혁(극중 이성재)의 모델이 된 지강헌은 자신의 17년 형기(보호감호 포함)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탈옥을 감행했지만, 보호감호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던 이들은 지강헌 만이 아니었습니다.
보호감호를 위한 청송감호소가 생기던 81년에는 보호감호가 소급적용된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84년 보호감호 중이던 재소자 박영두씨가 소내 고문으로 사망한 이후, 교도관을 인질로 한 요구가 3차례, 87년에는 1,200여명의 집단단식까지 있었습니다.
보호감호의 문제가 사회에 알려진 것은 88년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입니다. 박영두씨의 소내 동료였던 한 재소자가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칫솔 2개를 삼키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치료차 래원한 병원에서 제보를 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결국, 현역 법관들까지 참여하는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졌고, 89년 감호소 내 재소자들이 다시 한번 집단단식을 하면서 7년만에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과 국회를 거친 사회보호법은 5조 1항만을 폐지한 채 유지되었고, 98년 청송감호소의 최초공개, 03년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등을 거쳐 05년에서야 비로소 폐지되는 것입니다.
#
범죄는 기본적으로 ‘죄악‘이기 이전에 ’일탈행위‘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란 옳고그름을 판단하는 잣대이기 이전에, 하나의 질서를 의미하니까요. 과거에 불법이었던 것이 오늘의 합법일 수도 있고, 과거에 합법이었던 것이 오늘의 불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은 한 시대를 반영하여 제정되고 폐지되기도 합니다.
일탈의 욕구가 본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신의 삶을 제약받기를 바라지 않죠. 일탈이란 자신의 욕구와 사회의 질서가 일으키는 갈등 속에서, 전자가 후자를 압도할 때 일어납니다.
개인의 욕구가 무조건 이기적인 것도, 사회의 질서가 무조건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옳고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일탈행위는 일탈행위일 뿐이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범죄‘라는 표현 대신 ’불법행위‘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옳고그름은 그 다음이죠.
그래서, 불법행위의 증대는 곧 법의 능력을, 시대의 능력을 질문합니다. 일탈의 욕구가 늘어나고 일탈행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법이 본래의 목적 - 사회질서의 유지 - 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본래의 목적이 퇴색된 법은, 변화(개정)하거나 사라지면서(폐지) 본래의 목적을 고수하려합니다.
다만, 법이 스스로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법의 능력에 대한 질문은 법의 무능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되고,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권위의 실추는 곧, 사회적 합의가 깨어졌음을, 사회질서가 무너짐을 의미합니다.
이제 지강헌이 탈옥까지 감행하면서 회자시킨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제도권 언론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부동산 투기, 법조비리, 재벌 총수들에 대한 편파적인 법적 판결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하지만, 한국의 법은 이런 과정을 거치기 이전에, 즉 불법행위의 증대 이전에, 이중잣대로서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의, 사회질서의 주체인 법조계 스스로가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죠.
법의 권위가 해체되는 것, 법이 능력을 상실하는 것, 사회적 합의가 깨어지는 것은 부정적입니다. 오로지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을 때 만이 긍정적이죠.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준비되어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