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권력
윤기설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제5의 권력>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의 천국(네덜란드), 주35시간 노동제의 폐지와 고용 후 2년 이내의 자유로운 해고(프랑스), 임금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 합의와 실업급여 축소(독일), 임금동결(일본), 무노동무임금의 관철과 대체근로의 허용(미국),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의 제약(영국).
아무리 둘러봐도 양보하고 빼앗기는 것 밖에 없으니, 이쯤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무척이나 염치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얻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내어주는 대가로, 경쟁력이 확보되고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거죠.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체제에서는 경쟁력의 강화가, 곧 투자와 고용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력의 강화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기 때문이죠.

확실히 잃고, 불확실하게 얻는 것. 그것이 바로 <제5의 권력>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하지만, <제5의 권력>은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 기존의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 두번째, 이것은 한국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세계 노동운동 공통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훌륭한 노동조건을 가진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운동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들은 확실히, 빼앗기고 있고 양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5의 권력>이 이것을 두고 마치 대안인 것 처럼 포장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느 노동운동의 지도자도 이러한 변화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차악을 선택할 뿐이죠. 그런데, <제5의 권력>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봐, 쟤네들도 이렇게 하잖아."
온전한 진실은,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있지만 아직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덥썩 물어서는 안되는데, <제5의 권력>이 그러합니다.

노동운동은 <제5의 권력>과는 다른 방식의 변화를 준비하고 이뤄내야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이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투자하기란 점점 더 쉬워지고 있습니다. 안정된 고용을 유지하는 데에 그치는 기존의 노동운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기업가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안정된 고용이란 환상을 추구하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겁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싸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다행이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마저의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더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해야합니다.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싸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싸움을 조직할 수 있는, 전국적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보탬]
노동조합을 만들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자본주의가 인정한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법률입니다.
대화, 타협, 운운하기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것이죠. 쉽게 얘기해서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는 대화나 타협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다. 저자가 이것을 이해하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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