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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1
이성숙 지음 / 책세상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성매매가 음성화 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포주들을 비롯한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광경은 무척이나 낯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에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가 결성되고, 또 ‘성노동자운동‘이 등장했습니다. 소위 진보진영 내에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저 역시도 논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민성노련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대시위로부터 결성되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단체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그것이 노동이냐 아니냐를 떠나, 성매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성매매 여성들은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아야했고, 동시에 국가라는 권력에 의한 불법이란 낙인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했으니까요.
성매매 여성들 대다수가 사회의 빈곤화와 여성의 빈곤화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작 몇십만원의 생계보조금과 형편없는 재활프로그램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아넣은 셈이죠.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대가 곧 성매매합법화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성매매특별법의 정책적 실효성에 대한 반대일 뿐이지, 여전히 성매매 자체를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마찬가지 맥락에서, 성매매를 인정한다고 해서 민성노련에 대한 지지를 뜻하는 것도 아니구요.
저는 성매매에 대한 태도부터 정리해야 했습니다.
<매매춘과 페미니즘,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역시도,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성매매는 부도덕하다는 관념,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다는 관념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과거에 주장되었고 실현되었던 정책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점은 아쉬우나,
성매매는 사회 경제적 조건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적 욕구로부터 기인하는 행위라는 점, 성매매가 부도덕하며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관념은 본질적인 것이 아닌 근대 이후의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좀 더 생각해 볼만 합니다.
성행위에 행위자들의 애정이나 감정이 반영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것이나, 그렇지 않은 성행위라고 해서, 즉 성적인 만족만을 위한 성행위라고 해서 그것을 나쁜 것,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 역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억압적인 가족제도는, 소위 정상적인 부부관계 내에서, 혹은 그것을 전제로 하는 성행위 만을 아름다운 것으로 규정하고, 그렇지 않은 모든 성행위를 금기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부부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 처럼, 성매매 여성들 역시도 우리가 재단했던 것 처럼 몸을 팔고 영혼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인격적 통제 아래 상대방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은 아닐런지.
그저 얄팍한 정리일 뿐, 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외국의 성노동자운동의 사례, 성매매 여성들의 현황자료, 성매매에 대한 기록과 입장, 등 여러 가지를 참고하며 좀 더 성실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