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에서 과학으로]는 [공산당 선언]과 함께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사랑받아 왔던 노동자계급의 글이다.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인 맑스주의는 영국의 정치경제학, 독일의 고전철학, 프랑스의 사회주의라는 세 가지 원천과 세 가지 구성요소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맑스주의는 당시 인류가 발전시켜 온 최고의 자산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었다. [공상에서 과학으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어떻게 공상적 사회주의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잘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공상에서 과학으로]는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이 어떻게 등장했는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큰 의의는 그 책이 현실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투사들, 현장활동가들에게 ‘참세상=평등세상=인간해방 세상’에 대한 막연한 공상적 갈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모순과 ‘노동자해방 세상’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 있다. 가령 당시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인간은 형제다”라고 하면서 “인간해방”을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참된 형제가 되기 위해서’는 계급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를 ‘그 자식’인 노동자계급이 혁명적으로 철폐하고 노동자해방을 쟁취해야 한다. 노동자해방 없는 인간해방, 노동자해방을 통하지 않는 인간해방이란 사상은 대단히 공허하고 관념적이며, 심지어 유해하기까지 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공상적 사회주의가 과학적 사회주의로 대체된 지 150년이 지났고, [공상에서 과학으로]가 작성된 지도 100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여전히 낡은 ‘공상적 사회주의’(막연한 인간해방 노선)에 머물러 있거나 노동해방 노선에서 인간해방 노선으로 후퇴하거나 둘 사이에서 동요하는 세력들이 꽤 많다. 그리고 이런 노선 상의 동요는 실천 상의 동요로 그대로 이어진다.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 연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 시민운동과 손잡고, 여론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음으로써 투쟁을 패배로 이끄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따라서 [공상에서 과학으로]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현실에서 나타나는 사상적 혼란과 동요에 맞서 단호하게 싸우고,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을 더욱 확실하게 체화하고 전파할 수 있으며, 노동자운동의 침체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전망도 더 분명하게 움켜쥘 수 있다. 이밖에도 [공상에서 과학으로]는 노동자들이 사회와 정신세계와 자연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변증법적 유물론 철학과 자본주의의 모순과 발전경향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적 눈도 제공해준다. 이 점에서 [공상에서 과학으로]는 무수한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시대에 현장활동가들이 더욱 더 열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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